법원, '성폭행 누명' 10대 청소년 손해배상 판결

2014-06-18     이지혜 기자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법원이 성폭행 누명을 쓰고 한달간 옥살이를 했던 10대들의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원고 4명에게 1인당 각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구속수사를 하게 된 배경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 청구액의 10분의1만을 배상액으로 한정했다.

김모(19)군 등 4명은 지난 2010년 7월과 8월 경기 수원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10대 지적장애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같은 해 10월 구속됐다.

당시 경찰이 작성한 진술조서에 따르면 중학생이던 이들은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 범행을 공모, 담배를 미끼로 피해자를 유인하는 등 매우 치밀하게 범행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입에 담기도 힘들 만큼 저질스러운 단어들을 사용하며 성폭행 상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했지만 한달 만에 풀려났다.

"경찰 단계의 자백이 허위였으며 하지도 않은 집단 성폭행을 했다고 말한 것은 경찰의 회유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검찰에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초기 수사에서 범행을 부인한 부분이 조서에서 빠졌고 진술녹화영상과 달리 조서상 문답이 바뀌어 기재되는 등 자백진술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 소개되며 후폭풍을 낳았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사건을 수사한 경기지방경찰청 홈페이지에 해당 경찰의 파면을 요구하는 등 비난글을 썼다.

하지만 이 사건 범인으로 지목됐던 김군 등 4명과 그 부모 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피고(대한민국)는 김군 등 4명에게 각 300만원, 그 부모인 6명에게 각 100만원씩 모두 1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초 김군 등 4명이 각 3000만원, 그 부모 6명이 500만~1000만원씩 모두 1억6400만원을 청구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사건을 심리한 수원지법 민사10부(부장판사 설민수)는 "경찰이 김군 등의 진술을 조서화하는 과정에서 객관성을 유지할 주의의무를 저버리고 문답 내용을 바꿔 마치 자발적으로 구체적인 진술이 나오게 된 것처럼 조서를 작성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수사기관이 범죄혐의를 가지고 구속수사를 한 데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며 '위법하고 부실한 기초수사를 하고 수사상 적법절차를 위반했으며 위법한 압수수색을 했다'는 원고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 측은 "조서 조작 이외에도 신뢰관계자 동석 등 형사소송법과 범죄수사규칙을 지키지 않은 명백한 위법
이 있음에도 판결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