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차기 노리는 유정복 299명 중 최고 관상
민주당 출신 최연소 군수, 구청장, 시장 지내고 탈당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여자 유정복이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에 임명되자 정치권에서 나온 말이다. 18대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장관에 이어 청와대 수석까지 승승장구한 이력 때문이다. 하지만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자에 비하면 조 수석은 조족지혈이다. 경기도 김포에서 최연소 군수, 구청장, 시장을 지낸 데다 야당으로 당적을 옮긴 뒤 잇따라 3선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게다가 장관 2번에 광역단체장 당선까지 관운을 타고 났기 때문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관련 주무부처 장관임에도 불구하고 책임에서 비껴나 인천에서 당선됐다는 점은 천운이라는 평이다. 유 당선인의 한 지인은 “차차기를 노릴 만하다”며 유 당선인의 향후 정치행보가 탄탄대로를 걸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관운의 사나이’ 유정복 당선인의 관복을 알아봤다.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이 정치권에서 단연 화제다. 관운을 넘어 천운의 사나이라는 평가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최대의 수혜자로 정치권에선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진보단일후보였지만 꼴찌를 달리다 세월호 참사 여파와 고승덕 전 서울시 교육감 후보의 딸이 ‘아버지는 교육감으로 자격이 없다’고 발언하면서 극적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내 ‘꾼’으로 통하는 인사들 사이에선 단연 유정복 당선인을 최고의 수혜자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 첫 번째 이유로 유 당선인은 사실 인천시장 출마를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천지역 내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나 윤상현 사무총장이 나서길 은근히 기대했다. 또한 안전행정부 장관직을 유지하기 위해 사전 정지작업으로 자신이 데리고 있던 임춘건 정책보좌관을 속초시장 후보로 출마시켰다. 이뿐만 아니라 박찬우 전 안행부 1차관의 천안시장 출마를 내심 반겼다. 그는 철저하게 인천시장 불출마를 위한 ‘쉴드’(방어)를 쳤다. 정책보좌관, 안행부 1차관이 지방선거에 나섰는데 장관까지 선거에 나서는 것은 볼썽사납다는 여론몰이를 한 셈이다.
쉴드는 망가져도 장수는 살아남아
하지만 황우여 대표가 제동을 걸었다. 하반기 국회의장을 내심 원했던 황 대표는 청와대에 유정복 전 장관의 인천시장 출마를 강력히 요구했다. 사무총장, 원내대표, 당대표 등 ‘트리플 크라운’을 이룬 황 대표는 국회의장까지 역임할 경우 정치권에서 ‘그랜드슬램’이라는 대업을 이룰 수 있는 호기였기 때문이다. 결국 유 전 장관은 ‘운명의 바다에 뛰어들겠다’며 3월6일 장관직을 사퇴하고 인천 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그리고 정확히 한 달하고 10일후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했다. 무고한 어린 학생들이 대거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후폭풍은 주무부처인 안행부에 쏠렸다. 유 전 장관이 현직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유 전 장관 대신 강병규 신임 안행부 장관이 유탄을 맞았다. 한 명은 기사회생돼 세월호 선사가 있는 인천 지역에서 당당하게 시장에 당선됐지만 강 장관은 세월호 후폭풍에 맞아 임명된 지 3개월도 안 돼 중도 사퇴했다. 또한 자신의 불출마를 위해 출마시킨 임춘건 전 정책보좌관과 박찬우 전 안행부 1차관은 경선 통과도 못하고 탈락했다. ‘한 명도 구조되지 못한’ 세월호 침몰사고지만 유 당선인이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유일하게 죽었다 살아난 정치권 인사로 꼽히는 배경이다.
유 전 장관의 관운이 타고났다는 징후는 199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인천 서구청장에 임명돼 일하다 민선 김포군수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높은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후 유 당선인은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데 DJ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해 단체장직을 유지하면서 1998년 김포 시장선거에서 68%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이면서 재선에 성공했다. 당명이 새천년민주당으로 바뀐 이후였다. 그는 공무원 사회에서 최연소 군수(36세), 구청장(37세), 시장(40세)을 지낸 전무후무한 기록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
하지만 그의 찰나와 같은 관운의 쇠락은 2002년 6월 지방선거 낙선이었다. 당시 김포시장선거에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출마 3선에 도전했지만 한나라당 김동석 후보에 석패했다. 유 당선인의 선출직 선거 역사에서 유일한 패배로 기록됐다.
이후 유 당선인은 발빠르게 한나라당으로 말을 갈아타고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김포에서 출마해 18, 19대 연이어 당선되는 기염을 통했다. 노무현 정권에서 한 번 이명박 정권에서 2번 배지를 단 셈이다. 그러나 유 당선인은 이 전 대통령보다 박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2005년 11월 박 대통령이 당 대표시절 파격적으로 초선인 유 당선인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박 대표의 이런 인연을 시작으로 2007년 대선당시에는 이명박 후보에 맞서 박근혜 대통령 경선 후보 비서실장을 지냈다.
박대통령의 당·대표시절 초선 비서실장, 파격
하지만 그의 관운은 적과 아군이 무색했다. 박 대통령이 경선에 패배했지만 그는 2008년 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고 2010년에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냈다. 장관 시절 구제역 파동만 아니었다면 장관직을 9개월 넘게 유지할 수 있었다. 당시 구제역 파동에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낼 당시 이 대통령이 만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 전 장관의 관운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2012년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하자 정치인 출신으로 유 당선인을 초대 안행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새누리당에서 ‘관운은 타고났다’는 평을 받기 시작할 때다. 그리고 여당에게 불리한 세월호 참사 분위기 속에서 배지와 장관직을 버리고 출마해 신승을 건진 이후 ‘관운=천운’이라는 속설을 증명시킨 장본인이 됐다.
유 당선인과 친구처럼 지내는 새누리당 한 인사는 “유 당선인의 관운은 2013년 관상이라는 영화가 개봉될 시점에서 최고의 관상이라는 평을 받았다”고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송강호, 이정재, 김혜수, 백윤식 등 쟁쟁한 영화배우가 출연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관상 개봉 당시 모 종편방송이 최고의 대한민국 관상가를 불렀다. 대형 스크린에 299명의 국회의원 얼굴을 소개하면서 ‘관운이 좋은 사람이 누구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유 당선인이 최고의 관운을 타고난 관상으로 지목 됐다는 일화다.
당시 방송사 사정으로 언론에 공개는 되지 않았다. 그는 지인들끼리 유 당선인을 만나면 농담삼아 “넌 관운이 타고 났다”며 “차기는 힘들지만 차차기에 대권에 도전하라는 우스갯소리가 오고 간다”고 소개했다. 유 당선인은 3월 6일 ‘운명의 바다로 나아간다’며 인천 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운명의 바다’는 현재 공연중인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내용을 담은 뮤지컬 ‘영웅’에서 나오는 대사다. 감옥에 있는 안 의사에게 어머니 조 마리아가 사형을 앞둔 자식을 두고 “너는 이제 운명의 바다에 서 있다”며 자식을 위로하는 장면이다.
유 당선인은 출마선언하기 한 달 전 2월14일 ‘영웅’을 관람했다. 그리고 안중근 의사처럼 자신을 운명의 바다에 던졌다. 하지만 이제 다시 운명의 바다에 선 유 당선인이 타고난 관운과 관상만으로 그가 후대에 ‘영웅’으로 남을지는 더 두고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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