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상상은 자유…현실 아니다
2005-03-18 이수향
“만화 보기 위해 일본어 독학”
“헨타이 만화에는 장벽이나 제한이 없어 그 매력에 한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기 힘들다.” 헨타이 만화 마니아인 대학생 최씨의 말이다. 경력 10년이 넘는 헨타이 만화 광인 최씨는 헨타이 만화 관련 카페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최씨가 헨타이 만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에 들어간 무렵. 친구들과 재미삼아 돌려본 일본 성인만화가 시작이었다. 최씨는 “당시에는 일본어로 된 헨타이 만화를 이해하기 위해 밤새 일본어를 공부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만화도 이렇게까지 충격적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는 최씨는 “헨타이 만화에는 그야말로 무한한 상상력과 기발함이 녹아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천외한 상상력이 성과 절묘하게 연결되어 국내 성인물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묘한 즐거움이 있다는 것이다. 최씨에 따르면 적당한 음란함은 일상생활에 더없이 큰 활력소로 작용한다. 그는 “고교시절에는 새로 나온 헨타이 만화를 보면서 학업의 스트레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는 해방감을 맛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성적인 팬터지를 충족시키는데 헨타이 만화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국내 만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장면들을 처음 접했을 때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 장면들이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을 정도였다”고 당시 느낌을 전했다.
“여성은 오직 욕망의 배출구...도덕심이나 죄책감은 실종”
최씨에 따르면 일본 헨타이만화에서는 정상적인 가족이 없을 정도라는 것. 철저히 성(性)만이 존재할 뿐이다. 어머니와 아들이 정사를 하고, 딸의 애인이 친아버지이며 남매들끼리 그룹섹스를 하는 것 등의 상황은 오히려 진부하다. 헨타이에 등장하는 남성은 여자들만 보면 마치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앞에 둔 것 마냥 군침을 흘리며 돌진한다. 아들은 어머니와 육체적 관계를 맺는 동시에 자기 여동생과도 관계를 갖는다. 그러나 그의 여성편력은 누나와 이모, 고모, 숙모에서부터 여든이 넘은 할머니에까지 뻗쳐 나간다. 결국 그는 나이 구분없이 한 집안의 여성들을 모조리 섭렵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그 결과 한 집안에서 같은 ‘씨’의 아이들이 태어나는 것은 예삿일이다. 그러나 그에게서는 ‘근친상간’에 대한 최소한의 도덕적인 반성이나 죄의식도 찾아볼 수 없다. 그에게 여성은 어머니건 여동생이건 중요하지 않다.오직 여자는 자신의 성욕을 배출하는 배설구에 불과할 뿐이다.
황당한 성관계 상황설정
헨타이 만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섹스광’으로 설정된다. 초등학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주인공들은 일제히 ‘섹스’만을 위해 존재하는 듯 보인다. 그들에게 있어 섹스란 사랑하는 사람과의 정신적인 유대감을 바탕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오직 동물적인 본능만이 존재한다.여성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성숙하지 않은 유치원생조차 남자없이는 하룻밤도 견디지 못하는 색정녀로 묘사된다. 밤새 자위를 하고 심지어는 각종 도구들을 이용해 마스터베이션에 몰입하는 장면도 흔한 소재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들의 욕망을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녀들은 심지어 기르는 개나 말과 같은 동물들과 관계를 갖기에 이른다. 그리고 동물과의 정사로 인해 반인반수의 아이가 태어나는 일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동물과의 섹스를 의미하는 ‘수간’은 헨타이 만화에서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소재인 것이다.최씨는 “동물과의 정사는 국내정서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일이지만 헨타이 만화에서는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빈번하게 등장한다”고 말했다. 인간이 아닌 마귀나 외계인과 관계를 맺는 작품, 반인반수의 수인계를 다룬 작품도 허다하다는 것.집단 윤간이나 변태 가학적인 성장면 묘사는 헨타이의 가장 큰 특징. 사디즘과 마조히즘의 약자로 타인에게 고통을 주거나 받음으로써 성적인 쾌감을 느끼는 것을 의미하는 SM은 헨타이 만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이다. 최씨에 따르면 헨타이 만화에는 ‘남성의 지배욕’을 분출해주는 장면이 유독 많다.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묶어놓고 고문하거나 성적인 수치심을 줌으로써 본인이 성적 카타르시스에 도달하는 내용은 남성의 SM 팬터지를 대변한다.
특이한 점은 연인과의 관계를 묘사한 작품에서 조차 가학적이고 피학적인 내용 일색이라는 사실이다. 헨타이 만화에는 연인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들은 정상적인 연인과는 다르다. 그들은 연인이라기보다는 ‘주인과 노예’처럼 철저한 지배와 복종의 관계로 구분되어 있다. 남성은 사랑하는 여성의 신체를 마음껏 가지고 놀며 명령하는 동시에 여성의 신체에 온갖 장난(?)을 친다. 여성의 신체에 상처를 내거나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남성에게 더없이 큰 즐거움으로 묘사된다. 최씨는 “모든 여성들이 고통을 기꺼이 즐기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 만큼 리얼한 묘사가 헨타이 만화의 압권”이라 전했다. 그는 “여성을 고통스럽게 함으로써 정복하는 SM물이나 한 남자가 수많은 여성을 상대하는 하렘물은 특히 10대 남학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헨타이 만화”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