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고발]막걸리 값 확 올린, 배중호 국순당 대표

앞에선 정도경영…뒤로는 ‘꼼수 인상’

2014-06-09     박시은 기자

실적악화·검찰수사 등 악재 속 인상 진행
소비자들 가격 부담에 불만…미운털 박혔나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배중호 국순당 대표가 막걸리 가격을 최대 22%까지 올리면서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서민의 술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순당이 실적악화의 어려움을 가격상승으로 메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게다가 대리점 밀어내기 혐의로 검찰수사까지 진행되고 있어 연이은 악재를 막기 위한 ‘꼼수’로 보는 소비자들의 눈초리는 더욱 매서워졌다. 그동안 국순당이 정도경영을 외쳐온 만큼 소비자들의 배신감도 큰 모양새다.

전통주 전문기업 국순당이 막걸리 출고가를 제품별로 3.8%~18.8%까지 인상했다. 이에 따라 기준 판매가격은 최고 22.7%까지 올랐다.

주요 인상내역을 보면 ▲옛날막걸리(750ml)는 2000원에서 2400원으로 20% ▲쌀막걸리캔(240mlX6)은 4500원에서 5350원으로 18.89% ▲대박생막걸리(700ml)는 990원에서 1150원으로 16.16% ▲우리쌀로빚은생막걸리(750ml)는 1300원에서 1500원으로 15.38% ▲아이싱캔(350mlX6)은 6600원에서 7250원으로 9.85% 올랐다.
국순당은 가격인상의 이유로 주원료를 비롯해 원부자재값 상승을 들었지만 연이어 터진 논란들로 인해 꼼수 인상이라는 의혹을 샀다. 실적 악화에 따른 어려움을 소비자들의 주머니로 메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소비자들은 국순당의 가격 인상이 발표되자 “서민의 술로 대표되던 막걸리는 이제 더 이상 서민의 술이 아니다”고 반응하며 배신감을 드러냈다.

막걸리는 2011년 전국적으로 붐을 일으키며 판매량이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막걸리붐이 지속되지 못하며 급격하게 수요가 감소했다. 또 전체 수출액도 감소했다. 최대 수출국인 일본에서 엔저와 소비자 취향 변화, 반한 감정 문제 등이 복잡하게 일어나면서 수출에 타격을 입힌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국순당의 실적악화로 이어졌다. 국순당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9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4%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14억 원으로 전년 대비 74.8% 줄어들었다. 지난해 수출액 역시 전년 3689만 달러보다 48.9% 급감한 1886만 달러다. 지난해 국내 가정용 막걸리 소비금액도 2750억 원으로 전년 2835억 원보다 3% 줄었다.

올 1분기 역시 순탄치 못한 상태다. 1분기 국순당 매출은 216억8300만원으로 전년 266억3700만 원에서 18.6% 줄었다. 영업손실도 5억1900만 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실적 악화에 따른 어려움을 가격 인상으로 만회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시기상 경영 부진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려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국순당은 가격인상에 있어서 소비자들에게 사전공지를 하지 않아 더욱 빈축을 샀다.

더욱이 다른 주류의 가격인상은 대부분 한 자릿수 인상률에 그쳐왔던 터라 소비자들의 배신감은 더욱 깊어졌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경우 2012년 가격 상승 당시 출고가 기준으로 각각 5.89%, 5.93% 인상했다.

소주업계도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은 2012년 출고가를 8.19% 인상했으며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지난해 8.8% 올렸다. 지난 2월 위스키 업체인 디아지오코리아의 딤플도 인상폭이 4.9%로 한 자릿수 인상에 그쳤다.
국순당의 가격 인상이 발표되자 다른 막걸리 업체들 역시 가격을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장수막걸리 등 유통업계가 인상협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막걸리 주요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측, “5년 만의 가격 인상”

뿐만 아니라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국순당의 현재 상황은 소비자들의 눈초리를 더욱 매섭게 만들었다.

국순당 대리점주들은 지난해 10월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 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강요 등의 혐의로 국순당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국순당이 일명 밀어내기로 일부 대리점을 강제 퇴출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순당 역시 대리점주들을 고소하고 나서면서 상황은 악화됐고, 이들의 대화 역시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논란이 해결되기보다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진 것이다.

국순당 본사와 대리점주 간 고소가 오가면서 불공정 논란은 최악의 사태로 이어졌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은 밀어내기와 관련된 수사를 통해 서울 국순당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영업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음을 알렸으며, 압수물을 토대로 물품발주내역과 대리점 운영현황 등을 파악한 뒤 임직원들을 불러 사실관계를 따진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이 같은 논란이 일어나는 와중에도 배 대표는 고액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됐다.

전자공시시스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배 대표는 지난해 급여 8억200만 원과 상여금 2억4300만 원을 받아 총 10억 2500만 원을 받았다. 지난해 배당금 2억8000만 원까지 합쳐지면 대략 13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표의 연봉은 10억 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 소비자는 “막걸리 열풍 후 소비 시장을 확보했고, 이에 따른 인기를 믿는 배짱 장사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 국순당 관계자는 “5년 만의 가격상승이다”고 답했다. 그는 “막걸리 사업을 시작할 당시는 정부 지원의 가공미로 싼 값에 제공받았지만 지금은 정부 지원의 가공미가 소진된 상태다”고 말했다. 이어 “300원이었던 가격이 2000원으로 올랐다. 이제 정부 지원 없이 개인이나 업체로부터 조달받다보니 원료쌀 매입 비용이 2배로 든다”고 말했다. 또 “유통과정에서 가격이 상승하게 되는 요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연이어 일어나는 논란 속에서 발표한 가격인상으로 소비자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국순당이 의혹을 씻어내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계속 지켜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