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배제, 공무원 집단 반발

朴대통령 제2의 텃발 충청권 흔들

2014-06-09     박형남 기자

충청권 인사 배제, 공무원 반란 “이제 바꿔보자”
“대전은요?” 주역 박성효까지 낙마…‘맹주자리’ 안희정 우뚝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6.4 지방선거에서 충청권 성적표를 받은 새누리당에 비상이 걸렸다. 중진급 충청권 인사들을 전진 배치시켜 ‘충청권’을 기점으로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겠다는 시나리오가 모두 무너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2의 텃밭으로 불렸던 충청권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인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 정진석 충남지사 후보, 윤진식 충북지사 후보 등이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게 패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새누리당, 충청권 몰락’인 셈이다. 특히 여권의 지지층이 강한 충청권에서 차기 대선 후보로 불리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당선되면서 ‘포스트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를 야당에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정가에서는 박 대통령의 제2의 텃밭인 충청권에서 향후 ‘반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AGAIN 2012년은 없었다.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던 충청권이 ‘반란’을 일으켰다. 유권자들이 여당에 등을 돌렸다. 이로 인해 충청권에서 새누리당이 몰락했다.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한 채 야권에 모두 내주고 말았다.

실제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인은 52.2%를 얻어 44.0% 득표에 그친 새누리당의 정진석 후보를 제쳤다. 이춘희 세종시장 당선인도 유한식 후보를 15.6%(약 9700표) 차이로 이겼다.

막판 새누리당이 ‘경합우세’로 판단했던 대전에서도 패배했다. 새정치연합 권선택 당선인이 새누리당 박성효 후보를 꺾었던 것이다. 충북에선 피말리는 승부 끝에 새정치연합 이시종 당선인이 새누리당 윤진식 후보를 1만4000여표 차이로 따돌렸다.

충청 중진들 ‘체면’ 구겨

새누리당이 ‘충청권 몰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것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여권 견제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여권이 ‘충청권’ 출신의 이완구 원내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충청권을 발판삼아 지방선거 승리를 내세웠지만 이 전략은 통하지 않았다. ‘더 이상 충청권은 여권의 텃밭도 제2의 박근혜 텃밭도 아니다’라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사실 충청권은 박근혜 대통령의 ‘제2의 텃밭’으로 불린다. 2006년 지방선거 유세 도중 커터칼 테러를 당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병실에서 “대전은요?”라고 말해 판세를 뒤집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의 고향이 충북 옥천이고, 이명박 정부 당시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의 원안을 지켜야 한다며 수정안에 반대해 충청 민심을 얻었다. 이 때문에 “충북의 딸 박 대통령”으로 불렸던 것이다.

그러나 지방선거 결과 충청권에서 새누리당이 몰락하면서, 충청은 더 이상 박 대통령의 ‘제2의 텃밭이 아니다’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대전시장에 출마했던 박성효 후보는 2006년 ‘대전은요’라는 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당선됐으나 이번에는 낙선했다. “박근혜 정부가 충청권 인사를 등용하지 않고, 차별했기 때문”이라는 실망감에 힘이 실린 것이다.

또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 합당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자유선진당 출신 관계자들은 “당을 팔아먹었다”는 막말까지 쏟아냈고, 공천에 불만을 표출한 인사들이 대거 새정치민주연합에 합류했다.

특히 대전과 세종시의 경우 공무원들의 반발 심리도 한몫했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여론조사에서 표심을 숨겼던 공무원들이 막판 반란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여당에 뼈아픈 패배 지역이 충청권”이라며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등 공무원개혁 문제에 섭섭한 마음을 가진 공무원들이 (여당에) 표를 안 주셨구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말 집계된 세종시 인구는 12만9669명이다. 세종시로 내려간 16개 기관 공무원 숫자는 1만1247명으로 세종시 유권자(10만1559명)의 약 10%에 해당한다. 이번 지방선거의 유효표는 6만2654표(투표율 62.7%)였다.

대전도 공무원들이 밀집해 살고 있다. 특히 공무원 밀집 지역인 대구 서구와 유성구 지역에서 새정치연합 소속 권선택 대전시장 당선인이 50%가 넘는 지지율을 얻어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박성효 새누리당 후보를 눌렀다. 서구와 유성구에서 벌어진 표차(2만681표)가 전체 승부를 가른 결정적인 요인이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충청권 출신의 여당 중진 의원들도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이 원내대표를 비롯해 서청원, 이인제, 이완구 등 충청권 출신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대거 포함돼 ‘안방 사수’를 집중했다. 선거막판 강창희 전 국회의장까지 복당 유세전에 참석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포스트 JP’를 노리던 여권 중진들의 '약발'이 먹히지 않았단 얘기다.

그동안 억눌려왔던 충청 시민들의 불만과 박근혜 정부에 대한 견제가 겹치면서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풀이된다.

여권 인사들도 “이번 기회에 박근혜 정부가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민심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레임덕 예고 징후?

당 지도부가 걱정하는 것은 충청권에서 패배하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충청권은 박 대통령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충청권을 야권에 내준 만큼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뿐 아니라 일각에선 “레임덕을 예고하는 징후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충청권 출신을 전면에 내세워 ‘뿔난 충청권’ 민심을 다독여야 한다는 기류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이는 당권 도전에 나서는 서청원 의원에게는 유리한 구도라는 전망도 나온다. 충청권의 뿔난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충청권에 지역 기반을 둔 인물’을 당의 얼굴 마담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논리다.

따라서 새누리당이 충청권 민심을 다독이지 못하면 7월 재보선이 펼쳐지는 충북 충주, 대구 대덕구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7월 재보선에서조차 패배한다면 향후 20대 총선과 차기 대선에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재선에 성공한 안희정 지사에게 ‘충청권 맹주’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7122love@ilyoseoul.co.kr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