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그룹 3세 경영 직격탄 맞나

실적 저하 골치 아픈데 영풍문고 밴사 리베이트까지

2014-06-02     강휘호 기자

전자계열 2007년 이후 최저 성장, 순이익 70% 하락
정부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추진, 경영진에도 영향 주나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영풍그룹(회장 장형진)을 둘러싼 잡음이 시끄럽다. 영풍 3세 경영이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가장 먼저 영풍 3세 경영의 선두에 서있는 장세준 영풍전자 대표의 경영 능력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그가 경영 일선에 나섰던 첫 해, 영풍전자의 성적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또 다른 계열사 영풍문고가 밴(VAN) 서비스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 정황이 포착된 상태다. 만약 리베이트 의혹이 그룹 전반으로 퍼지면 앞으로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 대표의 경영 첫해부터 영풍전자의 성적이 신통치가 않다. 영풍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4570억 원이다. 전년 대비 3.2% 성장에 그친 모습이다. 이는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영업이익도 32% 감소한 396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3.1%에서 8.7%로 낮아졌다. 순이익은 하락세가 더 심하다. 194억 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70%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그동안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장남인 장 대표는 그룹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경영 참여폭을 넓히는 행보를 보여 왔다. 특히 지난해 영풍전자 대표에 오른 후 반도체 계열사를 중심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주목됐다. 실제 지난달 초 PCB 제조 계열사인 코리아써키트 사내이사에도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또 1974년생인 장 대표는 고려대학교,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생화학 석사, 페퍼다인대학교 최고 경영자(MBA) 과정을 거쳤다. 이후 2009년 반도체 패키징 계열사인 시그네틱스에 전무로 입사했다. 2010년부터는 영풍전자에서 원재료 구매를 총괄했고, 지난해 대표이사에 올랐다. 영풍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영풍의 최대주주(16.9%)로 장씨 3세 중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된다.

실제 장 대표는 그룹의 핵심 사업군인 반도체 부문에서 경영 노하우를 쌓은 뒤 주력 사업인 비철금속 제련 부문을 담당하며 본격적인 승계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매우 높다.

장 회장도 이를 감안한 듯 반도체 계열사들에 대해 장 대표를 비롯한 장씨 일가에서 ㈜영풍을 거쳐 영풍전자, 시그네틱스, 코리아써키트, 인터플렉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해놨다. 영풍전자가 ㈜영풍의 100% 자회사로 ㈜영풍의 최대주주인 장세준 대표가 자연스럽게 반도체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아무리 후계 구도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확실한 경영 성과를 보이지 못한다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영풍전자 대표 자리는 장 대표가 경영자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바로미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꼴

그런데 이와 같은 상황에서 또 다른 계열사 영풍문고도 시끄럽다. 영풍문고가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부터다. 영풍문고의 논란이 그룹의 경영 구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 역시 제기되는 상황이다. 계열사들이 실적을 내지 못하는 가운데 법적 문제까지 겹치는 것은 경영진도 쉽게 넘길 사안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영풍문고는 신용카드 부가통신서비스사업자(VAN:Value Added Network) 밴 서비스 업체 선정 과정에서 거액의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영풍문고 임원 황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현재 검찰은 해당 임원을 상대로 불구속기소를 한 상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밴사 리베이트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영풍문고 임원이 연루된 것을 확인, 수사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신용카드 결제가 급증하면서 밴 서비스를 하고 있는 회사 간 경쟁이 치열해졌고 이 과정에서 가맹 계약을 따내기 위해 거액의 리베이트를 주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밴사는 카드사에서 수수료를 주는 것으로 운영된다. 초기 설치나 관리 비용은 극히 일부다.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카드 결제 건수가 많은 업체와 계약을 하기 위해 리베이트라는 관행이 굳어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현재까지는 영풍문고의 리베이트 정황이 임원 황모씨의 단독 범행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만약 이번 사태가 영풍의 경영진까지 확대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사정당국 역시 밴사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영풍그룹으로선 부담이다.

다만 영풍그룹 측은 거론되고 있는 모든 논란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영풍그룹 관계자는 “장 대표의 경우 영풍전자 대표를 맡고 있긴 하지만 그룹 차원에서 영향을 주거나 할 인물은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다. 또 “리베이트 역시 영풍문고 쪽 사건이기 때문에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영풍전자의 관계자는 “실적이 조금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워낙 업황이 좋지 않다보니 영향을 받은 것뿐, 장 대표의 경영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자료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장 대표가 취임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고 향후 경영 구도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리베이트와 관련해서 답을 한 영풍문고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며 “해당 임원이 출근도 하지 않고 연락도 끊어진 상태라 우리도 아는 것이 없다. 관련 업무 담당 임원의 단독 행동으로 보고 있으며 검찰 수사가 끝이 나야 회사도 정확한 사정을 알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영풍전자는 1990년 1월 설립된 유원전자가 전신으로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컴퓨터 부품용 연성회로기판을 주력 생산하는 업체다. 삼성전자, LG전자, 일본 소니, 샤프 등이 주요 매출처다.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 전 명예회장과 고 최기호 전 회장이 1949년 공동설립한 ‘영풍기업사’를 모체로 성장했다. 현재 영풍, 고려아연, 영풍전자, 코리아써키트 등 40개(17개 해외법인 포함) 계열사를 거느린 대그룹이다. 장형진 회장과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2대에 걸쳐 동업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룹 경영권은 장형진 회장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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