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샤 위기설 대두…앞날 순탄할까 ‘의문’
고민 깊어가는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회장
저가돌풍 일으킨 원조에서 3위로 밀려
히트상품 부재…할인 경쟁에 발목잡혀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화장품 업계의 새로운 신화를 썼던 서영필(51) 에이블씨엔씨 회장이 실적악화로 고민이 깊은 모습이다. 브랜드 ‘미샤’로 브랜드숍 시장을 개척한 장본인이지만 불황 속 실적악화와 업계 순위 하락 등으로 미샤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회사의 주가마저 하락하고 있어 미샤의 위기론도 거론되고 있다. 창업 4년 만에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며 신화를 만든 화려한 그의 이력이 하나의 신화로 저물어갈지, 극복할 수 있을지를 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 회장은 2000년 화장품 업계에서 최초로 특정 회사 제품만 판매하는 브랜드숍 시장을 개척했다. 그와 동시에 탄생한 것이 바로 에이블씨엔씨의 대표브랜드 ‘미샤’다. 미샤는 창업 4년 만에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했다.
미샤는 창업 초창기 “화장품이 비싼 것은 마케팅과 제품 용기 때문이다”며 품질은 똑같지만 불필요한 요소들의 비용을 줄여 3300원대의 가격부터 화장품을 팔겠다고 선언했다. 또 파격적인 비교마케팅을 구사하면서 이슈메이커로 떠올랐다.
이 같은 비교마케팅으로 탄생한 제품은 명품 브랜드의 화장품과 품질·성능이 같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들이었다. 업계는 미투제품, 일명 ‘저렴이’ 화장품 출시로 큰 변화를 맞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미샤의 행보로 인해 ‘비싼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는 인식의 변화가 일어났다. 그 결과 미샤는 2011년 LG생활건강의 ‘더 페이스샵’을 제치고 화장품 브랜드숍 업계 1위에까지 올라섰다.
그런데 최근 미샤의 경영성에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경쟁 브랜드와의 각축전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샤는 지난해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에 밀려 브랜드숍 매출 2위로 뒷걸음질쳤다. 그러다 올해 1분기에는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에 2위 자리까지 내주면서 3위로 밀려났다.
금액으로 따져보면 에이블씨엔씨의 1분기 영업손실은 39억3700만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손실도 26억7400만 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동시에 적자전환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65억9000만 원으로 0.39% 감소했다.
반면 미샤의 부진으로 3년 만에 1위를 되찾은 더 페이스샵은 1분기 1389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지난해 4위였던 이니스프리는 전년대비 34% 성장한 1060억 원, 영업이익은 43% 증가한 242억 원으로 미샤의 2위 자리를 빼앗았다. 특히 이니스프리는 아모레퍼시픽의 또 다른 브랜드인 에뛰드와 함께 업계 평균을 넘어서는 수준의 매출을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쟁사들의 두드러진 활약으로 1위였던 미샤의 자존심은 제대로 구겨졌다. 업계의 혁신을 일으키고, 선두주자 역할을 해왔던 미샤가 전환점이 필요해졌다는 위기설이 거론된 배경이다.
주가 역시 계속해서 하락하는 추세다. 미샤의 주가는 지난달 22일 2만3100원에 머물렀지만 29일에는 2만185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1년간의 주가 동향을 살펴봐도 최고 4만3824원에 머물렀던 주가는 현재 2만10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반전카드 있나 주목
이처럼 미샤의 위기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그 원인으로 서 회장이 초심을 잃었다는 지적이 거론됐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가격을 낮췄다고 말하던 미샤의 행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미샤는 현재 배우 조인성, 박주미 가수 보아 등을 광고모델을 기용하고 있다. 초창기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가격을 낮췄다던 선언을 생각하면 이 같은 미샤의 행보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또한 미샤 역시 실적이 미비한 원인으로 광고, 판촉 등 마케팅 비용이 증가된 것을 실적 부진의 요인으로 거론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제품 가격도 조금씩 상승해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합리적인 가격을 선보이겠다던 처음과는 달리 가격을 조금씩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요서울]이 미샤 매장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아직 부담을 느낄 정도의 가격은 아니지만 전처럼 저렴하다고 느낄 만한 제품이 많이 없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 히트 상품을 개발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하다고 지적되는 할인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점도 타격을 입힌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미샤는 2012년 미투 상품의 성공 이후 뚜렷한 히트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할인 정책에 드는 판촉비용이 회사의 발목을 붙잡은 셈이 됐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할인 정책의 확대로 원가율이 증가하고, 직영점 중심인 국내시장에서 인건비와 임차료 증가가 불가피했던 점이 타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히트 제품을 내놓기 전까지는 실적 개선이 다소 어려울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대기업 계열 브랜드숍의 경우 상품개발, 해외시장과 면세점 등을 통해 다양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때문에 업계는 미샤도 마케팅과 할인 정책이 아닌 새로운 돌파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미샤 관계자는 “위기설이 언급될 정도는 아니다”고 각종 위기설을 일축했다. 그는 “1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미샤는 매년 1분기 실적이 가장 낮고 분기별로 점차 증가하는 그래프 곡선을 그려왔다”며 “연간 실적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부른 판단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가격 상승과 관련된 소비자 불만에 대해서는 “창업 초기에 저가 화장품 정책을 펼쳤지만 지금은 중저가 브랜드를 지향하고 있는 시점이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서 회장은 지난해 6월 개인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미샤의 가격에 대한 비난이 있음을 알고 있다”며 “왜 미샤가 이렇게 바뀌어 왔는지를 설명, 아니 변명하고자 한다”며 미샤의 변화 방향을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미샤와 차이를 보이며 엇갈리고 있다. 포화 상태에 이른 업계 상태에서 미샤의 매출에 큰 역할을 했던 정기 빅세일에 대한 기대치가 낮고, 불황에도 끄떡없다는 ‘립스틱 효과’마저 사라지고 있는 등 소비 위축 등의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과거 변화와 혁신을 주도했던 미샤가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제품과 유통채널을 만들지 못한다면 지금의 하락세를 막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이를 극복할 서 회장의 반전 카드가 무엇일지를 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