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웃고 우는 부영그룹

“전 직원 연봉 1000만원씩 올려라” 계열사는 ‘빚잔치’씁쓸

2014-06-02     이범희 기자

‘높아진 위상만큼 걸맞은 대우를 하기위함”가려진 속내는
손자회사 동광주택 이자놀이 논란 여전…발목 잡힐까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부영그룹(회장 이중근)이 돈 때문에 웃다 우는 모습이다. 최근 임원을 제외한 직원 연봉을 1000만 원씩 대폭 인상키로 해 업계의 주목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지주사인 부영이 수년간 자회사에서 자금을 빌려 오너인 이중근 회장에게 현금배당한 사실이 알려져 한바탕 홍역을 예고한다. 또한 손자회사 동광주택이 계열사에 돈을 빌려주고 받는 이자가 지난해 영업이익보다 많은 사실도 드러나면서 ‘이자놀이 재미’에 빠졌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통큰 경영인’으로 주목받던 이 회장도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임대주택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부영은 지난해 말 자산 총액(15조7000억 원) 기준으로 재계 서열 22위이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31위, 주택 부문을 비롯해 16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회사를 경영하는 이 회장은 “높아진 부영의 위상만큼 직원들의 사기 역시 높아져야 한다"는 지론을 평소에도 강조한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회사는 올해 임원을 제외한 직원의 연봉을 1000만~1200만원 올리기로 했다. 연봉인상은 직급에 따라 15~30% 오르는 파격적인 인상이다.

지난해 10대 건설사의 직원 평균 연봉이 6000만 원대 후반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부영의 이번 조치로 직원들의 연봉이 국내 10대 건설사의 평균 연봉 수준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건설·주택업계의 경영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여서 직원간 사기도 상당히 증가된 것으로 분석된다.

부영 측은 “직원들에게 회사 위상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이 회장의 강한 의중이 내포된 것이다"고 전했다.

그런데 화끈한 인상안이 발표된 후 이 회장의 고액 배당 소식이 들리고, 손자회사의 ‘이자놀아 논란'으로 다른 계열사는 빚잔치에 허덕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회장식 통큰 결정에 의심을 품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것도 자회사에서 자금을 빌려 현금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진정성 논란마저 조심스레 고개들고 있다.

부영그룹의 지주사인 부영이 수년간 자회사에서 자금을 빌려 오너인 이 회장에게 현금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6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부영은 지난 3월 말 주주들을 상대로 2013년 회계연도에 대한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98억 원(주당 700원)이며 배당률은 14%이다. 배당금은 이 회장(91억 원)과 기획재정부(3억 원), 우정학원(7700만 원) 등이 나눠 가졌다.

2009년 물적분할로 떼어낸 부영주택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분법이익으로 잉여금이 쌓이면서 배당에서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분법이익은 현금 유입이 없고, 장부상에만 잡힌 것이다. 지난해 부영이 실제 거머쥔 돈은 서울 서소문동 부영빌딩 임대수익(54억 원) 등이 전부다.

영업비용 등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자금이다. 작년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18억 원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부영은 운영자금 대부분을 부영주택을 비롯한 계열사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부영의 단기차입금은 715억 원(2013년 말 기준)으로 부영주택(696억 원)과 동광주택(19억 원) 등이 주요 채권자로 등재돼 있다.

올 들어서도 부영주택으로부터 100억 원을 조달했다. 배당금 지급 시기와 일치한다. 부영주택이 실행한 대여금으로 배당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부영은 앞서 2012년과 2011년 회계연도에도 각각 98억 원과 70억 원의 배당금을 책정했다. 당시 보유현금은 10억 원을 밑돌았다. 배당 실행을 전후해 외부 차입이 잇따랐다. 지난해에도 부영주택으로부터 4월과 5월 각각 86억 원, 57억 원을 조달했다. 이처럼 잇따른 부영의 현금배당으로 최근 3년간 이 회장이 받은 돈이 235억 원이다.

결과적으로 부영의 배당이 지속될 경우 차입금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셈이다.

계열사 이자놀이 ‘짭짤’

손자회사 동광주택이 이자놀이로 재미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여전해 부영으로선 곤욕스럽다. ‘돈'때문에 또다시 우는 모양새가 됐다. 동광주택이 지난해 계열사에 돈을 빌려주고 받는 이자가 같은 기간 영업이익보다 많았다. 올 초 이자 수익도 이미 지난해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지난달 25일 전자공시 따르면 동광주택은 올 들어 부영CC와 동광주택산업에 각각 운영자금 251억원, 95억원을 대여했다. 연 이자율은 모두 5.5%이다. 부영CC의 이자비용은 13억8050만원, 동광주택산업은 5억2250만원이다. 동광주택은 올해 계열사에 돈을 빌려주고 최소 19억300만원의 이자 수익을 올리게 된다.

앞서 동광주택의 이자수익은 2012년 103억1617만원에서 2013년 162억4255만원으로 57.4% 증가했다.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난 탓에 지난해 이자로 벌어들인 돈은 영업이익 13억3468만원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이렇게 현금이 들어온 탓에 유동비율은 2012년 759%에서 1516%로 상승했다.

지난해 동광주택은 두 회사 외 (주)부영, (주)부영주택, 남광건설산업, (주)남양개발, (주)부영환경산업, (주)부영대부파이낸스에 총 3437억5724만원을 대여했다. 이는 2012년 2814억6160만원보다 22% 증가 한 규모다.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규모로 자금을 빌려줄 경우 최소 154억원, 최대 189억 원의 현금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논란탓에 부영 직원연봉을 1000만 원씩 화끈하게 인상한 이유가 퇴색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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