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네이버 제치고 포털 1위 탈환?

합병 규모 4조원대 공룡 탄생

2014-06-02     김나영 기자

SNS의 코스닥 첫 데뷔…우회상장 시 장애물은
국내는 좁아…글로벌 상대로 어필할 매력 있나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지난달 26일 양사 합병을 전격 발표했다. 다음이 카카오를 흡수합병해 오는 10월 출범하는 형태다. 그간 증권가의 소문으로만 치부됐던 이야기가 기업가치 5조 원대의 현실로 전환된 것이다.

다음과 카카오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한다 해도 변수는 아직 남았다. 경쟁자인 네이버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이중 해외 진출과 모바일 콘텐츠 잡기가 1위 탈환의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모두 각 사의 창업자들인 이들은 이미 셋이 함께 얽힌 격변을 거쳤다.

‘한메일’, ‘다음카페’. 우리나라 초창기 인터넷을 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단어들을 들어봤을 것이다. 다음은 1995년 설립돼 새로운 온라인 서비스를 선보이며 국내 포털사이트 1위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후발주자인 네이버가 2000년 한게임과 합병을 선언하고 다음을 맹추격하며 판세는 바뀌었다. 당시 네이버는 다음은 물론 야후, 라이코스, 네띠앙보다도 처지는 5위권의 포털사이트였다. 한게임 역시 엔씨소프트, 넥슨에 비해 게임 종류와 인지도가 모두 떨어졌지만 ‘고스톱’ 등 웹보드게임으로 인기를 끌던 중이었다.

NHN으로 재탄생한 네이버-한게임은 한게임 사용자를 네이버에 연결시키며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작전을 구사했다. 이 전략은 네이버의 검색기술 성장과 ‘네이버카페’, ‘네이버블로그’ 등의 잇단 히트로 성공을 거뒀다. 결국 NHN은 한게임과 합병 5년 만인 2005년 국내 포털 1위를 거머쥐었다.

김범수 가는 곳에 1위 있었다

이때 한게임을 창업했던 사람이 바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다. 당시 네이버에는 이해진 의장, 다음에는 이재웅 창업자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김범수 의장의 움직임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그가 가는 곳마다 업계 1위가 탄생하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게임을 네이버에 결합해 NHN을 부동의 탑으로 만들었던 김 의장은 2007년 NHN 공동대표에서 물러났고 2008년에는 NHN을 완전히 떠났다. 이후 2010년 지금껏 없었던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들고 온 그는 다시금 국내 모바일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1위를 차지하며 명성을 굳혔다.

이번 ‘다음카카오’ 합병도 카카오 창업자로 돌아온 김 의장의 결단이 작용한 사례다. 카카오의 직상장만을 염두에 두던 네이버의 입장에서는 정신이 번쩍 들 만하다. 현재 다음의 이재웅 창업자가 현업에서 물러난 상태라도 이 셋의 인연은 계속 작용하는 셈이다.

일단 다음카카오에는 당장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오는 8월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한 반대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움직임이다. 이로 인해 기업결합이 무산된 사례는 수없이 많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향후 다음카카오가 다시 국내 포털 1위 자리를 탈환하거나 모바일 1위를 계속 지켜나간다는 보장도 사실상 없다. 다만 최근 온라인 서비스 환경이 PC에서 모바일로 급격히 넘어가며 카카오에 다소 유리한 면은 있다.

카카오는 게임을 제외하면 사용자를 붙잡을 만한 ‘킬링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네이버의 ‘라인’과 달리 아직 해외에서 세를 확장하지 못했고 국내 가입자 수마저 줄어드는 상황이다.

다음의 경우 매출액이 늘어도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등 더욱 심각한 늪에 빠져 있다. 본사를 제주로 옮겨간 이후 지나치게 지방분권화됐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암울했다.

이를 스스로도 감지했던 다음과 카카오가 내린 결단이 흡수합병 카드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준비하던 기업공개(IPO)를 포기하고 우회상장으로 선회한 셈이다.

이러한 방법은 다음과 카카오의 주가를 급속도로 높이며 양측에 모두 이득으로 작용했다. 그 과정에서 김범수 의장은 이재웅 다음 창업주를 제치고 통합법인 지분 22.2%로 최대주주 자리를 굳히기도 했다.

이제 다음은 모바일시장과 새 성장동력을 얻었고 카카오는 검색엔진과 뉴스콘텐츠 등을 확보했다. 남은 것은 이 둘의 시너지가 발현돼 글로벌을 상대로 어필할 만한 매력이 발산되느냐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 이재웅이 다음에서 물러난 만큼 결과적으로 김범수의 다음카카오와 이해진의 네이버가 맞붙는 그림”이라며 “특히 다음카카오는 단순 가입자 수 늘리기가 아닌 콘텐츠 질 높이기와 해외 마케팅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