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만 국내 기업 ⑳] 한독테바

합작회사 설립 “한국 공략은 시간문제”

2014-05-26     이범희 기자

한독·테바 지분 각각 49%, 51% 확보…업무는 분담
외국 회사 진입에 신경 쓰이는 국내제약사…돌파구는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증권가에는‘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용어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투자전략으로 한국의 일반투자자처럼 주식매매를 한다. 이들의 수법은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돼 2014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국내 기업명을 혼합해 쓰지만 실제로는 외국계 기업인 경우도 있다. GM대우, 홈플러스, 맥심 등과 같이 지분 전량이 매각된 회사도 있고, 에쓰오일처럼 지분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기업에 매각된 사실상의 외국계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국내 기업으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명이지만 지분은 외국계인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그 스무 번째로 ‘한독테바(대표 홍유석)’다.

한독테바는 국내 업체 한독(대표 김영진)과 이스라엘 다국적 제약사인 테바 파마슈티컬 인더스트리즈(대표 제레미 M.레빈·이하 테바)의 합작회사다. 2012년 12월 두 회사가 최종합의하면서 발족됐다. ‘We Bring Global Values, for Healthier Korea(세계인의 신뢰, 한국인의 선택)’을 슬로건으로 지난해 10월 공식 출범을 알렸다. 최대주주는 테바이며 합작비율은 테바 51%, 한독 49%다.

테바는 112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 최대 제네릭 제약기업이다. 2012년 기준 23조 원 규모의 연매출과 연평균 29.2%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세계 9위의 다국적 제약사다.

전세계 60여개국에 거점을 두고 120여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연간 약 730억 정, 전 세계 인구 1명당 연간 10정 이상을 소비할 수 있는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테바와 손잡은 한독 또한 지난 59년간 국내시장에서 다국적 제약사들과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발전해 왔다.

창업자 김신권 명예회장은 1954년 6명의 동업자와 함께 한독의 전신인 연합약품(주)을 세웠다. 도매와 의약품 수입을 겸업하던 연합약품은 1955년 수입전문업체로 전환했다. 1957년 연합약품은 독일의 화학 및 제약회사인 훽스트(Hoechst)사와 기술제휴 계약을 맺었다. 연합약품은 1958년 한독약품으로 이름을 바꿨고 지난해 '한독'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1962년에는 독일 훽스트와 합작투자 계약을 맺었다. 1971년에는 스위스 제약 업체 시바 가이기와, 1972년에는 프랑스 제약업체 룻셀과 각각 기술제휴 계약을 맺었다. 1974년 한독의약박물관을 세웠다.

1999년 합작파트너인 훽스트가 프랑스의 롱프랑로라와 합병하며 아벤티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를 계기로 한독약품과 자회사 한국훽스트마리온룻셀, 그리고 롱프랑로라의 자회사였던 한국롱프랑로라 등 3개 회사는 한독과 아벤티스파마 2개 회사로 합병됐다. 아벤티스파마는 2005년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로 이름을 바꾸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테바의 경쟁력 있는 의약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국내에 공급하겠다는 것이 한독 측의 설명이다.

당면과제와 투자전략은

두 기업의 합작법인 한독-테바는 테바가 글로벌 생산 역량과 리서치 자산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혁신적인 약품과 우수한 품질의 제네릭을 공급하게 되고, 한독은 영업과 마케팅, 유통, 대관 업무 등을 담당한다.
김영진 한독 회장은 “한독테바는 테바의 글로벌 역량과 한독이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한국시장에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홍유석 한독테바 사장은 “각자가 가진 장점의 시너지 효과로 한국에서 꼭 필요한 제약기업이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로 내세웠다.

사측에 따르면 한독테바는 올해 17개 품목의 허가 획득을 계획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18개, 내후년에는 14개 제품의 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이 가운데 최근 국내 허가를 마친 항전간제 레비티퀄정(성분명 레비티라세탐)에 대해서는 내달부터 본격적인 영업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테바의 합작사를 통한 진출로 국내 유통시장은 한 차례 회오리를 예고하게 됐다. 국내 진출한 다국적제약사와 전문약 경쟁에서 점차 밀리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은 테바의 ‘제네릭(복제약)’과 경쟁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됐다.

더욱이 테바의 국내 진출을 계기로 인도의 세계적인 제네릭 제약사들인 씨플라 란박시 닥터레디스 등이 자체 진출,인수합병, 합작회사 설립을 통한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도 높다는 점에서, 국내 제네릭 시장은 큰 격변기에 휩싸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국내 제약계 인수합병이 최대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일괄약가인하 여파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정부도 인수합병을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저마진을 둘러싼 한독과 도매협회간의 갈등이 양측의 한 발 물러선 양보로 해결됐다지만 이 문제가 또 다시 고개들지 말라는 법이 없어 업계가 예의주시 중이다.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