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뉴욕지점에 무슨 일이

“성추행 폭로하니 부당해고 당해”

2014-05-26     김나영 기자

현지서 36억 원대 소송 제기…징벌적 손해배상 별도 청구
본점·지점 은폐 시도했나…고발 직원들은 부당해고 주장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우리은행 해외 현지지점에서 일어난 성추행과 부당해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뉴욕지점에 파견된 한 주재원이 현지 여성직원은 물론 남성직원에게까지 수위 높은 성추행을 일삼은 것이다. 피해직원들은 뉴욕지점에 문제를 제기했고 개선되지 않자 우리은행 본점에까지 이 사실을 알렸다. 이후 주재원은 본국으로 소환 조치됐지만 이를 고발했던 일부 피해직원도 근무태만을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한 상황이다.

사건의 발단은 우리은행 뉴욕지점에 파견된 주재원의 ‘나쁜 손’과 ‘나쁜 입’이다. 차장급으로 확인된 이 남성 주재원은 2012년 9월 뉴욕지점 전 직원 회식자리에서 2명의 현지 여성직원에게 성추행을 했다. 입을 맞추고 치마 속에 손을 집어넣어 엉덩이와 허벅지를 만지는 등 강제적인 신체접촉이었다.

이어 2개월 후인 같은 해 11월에 있던 회식자리에서는 현지 남성직원에게도 성추행을 했다. 이 회식은 9월의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자리였음에도 남성직원의 성기를 만지는 등 이상행위를 저질렀다. 회식자리뿐 아니라 지점 내에서도 언어적·신체적 성추행은 그치지 않았다.

피해직원들은 지점에 성추행 사실을 보고했으나 지점에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지난해 3월이 되어서야 본점발 감사가 이뤄졌고 해당 주재원은 본국으로 조기소환됐다. 특이한 점은 현재까지도 대기발령 상태로 1년 넘게 별다른 업무수행 없이 급여의 70%가량을 받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중 피해를 입은 남성직원 1명은 지난달 갑자기 근무태만을 이유로 해고당했다. 성추행 당사자가 아니지만 함께 근무하던 직원도 비슷한 시기에 해고됐다. 이 직원은 지난해 3월 본사에 처음 성추행 사실을 알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 해고당하지 않은 피해 직원들 중 일부는 계속 뉴욕지점에서 근무하는 중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뉴욕지점에서 성추행이 있었던 일이나 해당 주재원의 본국 조기소환 등은 모두 사실”이라면서도 “일단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항이고 기준점이 다르다보니 결과가 나와봐야 알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건드려

피해직원들에 따르면 해고 전에도 이상 조짐은 있었다. 해당 주재원이 본점에 소환된 이후 뉴욕지점은 성추행 당사자 중 일부 직원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취했다. 평소 업무에서 배제되고 하급부서에 배치하는 등 부당한 이동도 있었다. 타행 현지지점들처럼 우리은행 뉴욕지점도 현지직원의 채용과 해고 등 인사 전권을 가지다시피 했다.

때문에 성추행 당시에는 법적인 대응도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현재와 같은 소송을 결정하게 된 것은 지난달 피해직원의 해고가 결정적이었다. 이들은 뉴욕주 맨해튼 지방법원에 사내 성추행을 알렸다가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우리은행을 상대로 총 350만 달러(약 36억 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세부적으로는 성추행과 회사 측의 지휘·감독 소홀, 보복조치 등에 대해 각각 100만 달러, 피해직원이 당한 성폭력에 대해 50만 달러 이상의 배상이다.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을 별도 청구해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상받을 가능성도 있다.

김&배 로펌 관계자는 “미국에서 성추행은 엄격하게 단죄되는 범죄행위로 원고들을 보복 해고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들에 대한 해고는 불법사실을 고발한 직원을 해고할 수 없다는 뉴욕주 노동법 740조항과 뉴욕시 인권법 8-107조항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전했다.

또한 현재 미국에서 거주 중인 한 미국 변호사는 “뉴욕에서 일어난 성희롱 소송사건은 원고가 이기거나 또는 원고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주며 합의로 종결짓는 비율이 75% 이상”이라며 “이 사건의 경우에는 다소 복합적이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성추행과 부당해고가 핵심이므로 입증될 경우 한국과 달리 천문학적인 배상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