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단독 당권 도전 최경환-경제부총리론
“내각 총사퇴하라” 서청원의 숨겨진 의도[내막]
친박 단독 당권 도전 ‘최경환-경제부총리’ 카드 만지작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새누리당 당권 주자인 서청원 의원이 최근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며 여권 중진으로서의 지도력을 발휘했다. 서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에서 대통령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선 국무위원들이 사의를 표명하는 게 맞다. 경질할 사람은 경질하고 또다시 일할 분은 다시 일할 수 있게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런 기회를 폭넓게 드려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임명권자니까 그게 순리이자 도리”라고 밝혔다. 세월호 정국 수습 타개책으로 내각총사퇴를 꺼내든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그의 발언에 대해, 당권도전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을 염려한 서 의원이 지방선거 패색이 짙어지자 경쟁상대인 김무성 의원, 최경환 원내대표의 당권도전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 전말을 따라가 봤다.
“서청원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던 내각 총사퇴를 거론했다는 점은 잘한 일이다. 중진다운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반응은 역시 서 의원이라는 평이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서 의원의 ‘내각 총사퇴’ 발언이 나오자 이와 같이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서 의원 측 인사가 최근 국무총리 후보자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김무성 의원, 최경환 전 원내대표, 안대희 대법관, 김성호 전 국정원장 등 5명을 거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다른 새누리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서 의원의 발언을 두고 “원로로서의 파워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서 의원의 ‘내각 총사퇴’ 발언에 대해 당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할 말을 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당이 청와대에 끌려가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이 불거졌지만 서 의원의 발언으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 주변의 말을 조금씩 듣는 것 같다”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더 나아가 당-청간의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적임자로 우뚝 섰다.
실제 서 의원의 발언 이후 청와대 수석 중 일부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 결과 교체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남재준 국정원장, 김장수 안보실장이 전격 경질되기도 했다.
친박계 총사퇴 불식?
하지만 서 의원이 당권주자들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내각 총사퇴’를 주장한 그 이면에는 다른 정치적 배경이 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대국민담화에서 박 대통령이 언급하지 않은 민감한 뇌관을 건드린 것에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란 얘기다.
먼저 당권행보 차원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해석이 있다. 최근 서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병균 안전행정부 장관에게 “당장 사표를 내라”고 거침없는 발언을 했고, 21일 선대위 회의에서는 검찰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서 의원의 이런 발언은 당권을 겨냥한 것이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세월호 참사로 지방선거 패배론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럴 경우 ‘친박 총사퇴’ 등이 거론되면서 서 의원의 당권도전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서 의원이 당권을 잡으면 당내에서 당-청 관계가 수평적으로 될 수 있다는 당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로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 대표가 되더라도 청와대에 쓴소리를 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 의원의 다급함도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서 의원의 이런 발언 배경에는 ‘라이벌’ 김무성 의원과 최경환 전 원내대표를 견제하려는 정치적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 역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안대희 국무총리 내정자가 발표되기 전까지 김무성 의원과 최경환 전 원내대표 ‘국무총리 하마평’이 나돌았다. 서 의원 측은 “사실이 아니다”고 펄쩍 뛰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서 의원이 이들의 이름을 거론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서 의원이 당권 도전의 경쟁자인 김 의원과 최 전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직행시켜 당권 도전을 못하게 하려 했다는 당 안팎의 얘기와 무관치 않다.
이에 대해 당내 한 인사는 “새누리당 당권 후보인 김 의원은 비당권파의 지원을, 최 전 원내대표는 서 의원과 표가 겹칠 수가 있어, 서 의원의 당권 도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견제하기 위해 서 의원이 이들을 띄운 것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이어 “두 경쟁자가 청와대로 간다면 서 의원의 당권장악은 식은 죽 먹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안 전 대법관이 내정됨에 따라 서 의원으로서는 구상했던 당 장악 시나리오 중 하나가 폐기된 것”이라며 “오히려 김 의원을 띄워주는 격이 됐다. 당권주자에서 국무총리로 급을 한 체급 올려 준 꼴이 됐다”고 덧붙였다.
또 김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서 의원의 선제적 대응이 시작됐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 19일 선대위 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에 따른 대응방안을 놓고 서로 엇갈린 견해를 드러냈던 것이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세월호 수습도 중요하지만 오늘 대통령의 사과도 있었으니, 이제 세월호 참사 여파로 침체되고 있는 내수문제 등 경제 살리기 대책을 강구하자”고 제안했으나 서 의원은 이를 묵살했다. 이러한 장면 속에는 당권경쟁을 둘러싼 두 사람의 신경전이 치열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렇듯 서 의원이 당권 경쟁상대를 견제하고 나섬과 동시에 청와대에 ‘내각 총사퇴’를 거론하며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높이려 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서 의원이 김 의원을 너무 의식하는 것 같다. 지방선거 패배 등 서 의원의 당권 도전이 험난함과 동시에 당내에서 김무성 대세론이 맞서는 것을 무척 신경 쓰는 것 같다”며 “서 의원이 아우와 경쟁하기보다는 교통정리를 해보려 했으나 실패한 것 같다”고 말했다.
靑, 친박 교통정리할까?
그러나 여전히 서 의원의 당권 도전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친박 주류간의 교통정리 가능성이 얼마든지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제 안대희 전 대법관이 국무총리로 내정되면서 내각개편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개각 시기는 6·4지방선거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처 장악능력 등을 이유로 정치권에서 공격을 받아온 경제부총리 역시 개각 대상으로 언급된 가운데 최 경환 전 원내대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최 전 원내대표가 경제부총리 자리로 제안을 받는다면 당권도전을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친박표 분산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친박이 당을 장악하는데 수월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결국 최 전 원내대표가 경제부총리로 내정되느냐가 최대 변수다. 일부에선 최 전 원내대표가 당권보다는 경제부총리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어떤 결정을 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일부에선 청와대가 ‘최경환-경제부총리’ 카드를 내세워 당권에 도전하는 서 의원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란 말도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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