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좌진 세계 ⑨] 보좌진 등용문 中
스펙만 좋다고 채용되지 않아 경쟁률↑
총선 직후, 상임위 변동시점 보좌진 채용
국회 보좌진을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경쟁률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이른바 ‘스펙’만 좋다고 채용되지는 않는다. 학벌이나 경력만 화려하다고 보좌진 직무수행 능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설사 화려한 경력자들이 채용되더라도 의원실에서 장기근속이 보장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꾸준히 실력을 키우고, 성과를 내야만이 인정받을 수 있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채용되었지만 오직 실력만이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최근 석·박사 출신이 늘어나고 해외에서 MBA과정까지 마친 학벌좋은 보좌진들도 있지만 현직 보좌관들 모두가 학력이나 경력이 화려하지는 않다.
의원회관에는 다양한 경력자들이 모여 있다. 대학시절 학생운동권 출신도 상당하다.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농민운동을 했거나, 제조업 공장과 일터에서 취업해 노동운동을 하던 활동가들도 있다. 경실련이나 환경단체 등 각종 시민단체 출신도 있다. 이 밖에도 언론사 기자와 공무원, 연구원, 금융기관, 일반기업 직장인 출신도 많다. 또는 대학졸업생이나 대학원 재학생들도 인턴이나 직급이 낮은 비서로 많이 채용돼 있다. 특별한 경력이 없이도 채용돼 꾸준히 노력해서 장기근속하는 보좌진들도 상당하다.
설사 학벌이나 경력이 미흡하더라도 열정이 있고, 자기노력 여하에 따라 유능한 보좌진이 될 수 있다. 직급과 직무에 따라 대학졸업장이 없어도 얼마든지 근무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의원회관에서 20년 이상 장기근속하고 있는 현역 보좌진 가운데 상당수는 대학 졸업장만 있는 학사출신이다. 오히려 학벌이나 경력보다는 보좌진의 근무자세가 중요하다. 박사학위 소지자나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 경력자들도 많지만 이들은 대부분이 오래 근무하거나 평생 보좌진으로 근무할 생각이 약하다. 그래서 전문직이나 화려한 경력자들을 채용을 기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잠시 개인의 경력쌓기 정도로만 생각해서 짧은 기간 보좌진으로 근무한다면 입법부의 발전에도 도움이 안된다. 보좌진으로 오래 근무해야 전문성도 늘어난다.
보좌진은 공개채용이라도 대부분이 서류전형과 면접절차로 뽑는다. 서류전형은 의원실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내부의 비서진들과 협의해 수석보좌진이 주도한다. 보좌진으로서의 적합성 여부를 꼼꼼히 따진다. 학창시절 학점이나 외국어 능력보다는 보좌진의 직무를 이해와 빠른 적응력 등을 본다. 필자의 경우는 대부분이 10명 정도 서류전형을 통과시켜 놓고 최종면접 대상자를 다시 비서진과 함께 논의한다.
서류전형을 통과한 응모자들을 대상으로 최종면접 대상자를 압축선발하기 위한 실무면접은 주로 보좌관이 하는 경우도 많다. 대략 3-5명선으로 압축된 최종면접자는 보좌진의 임면(任免)권한을 가진 의원의 면접을 보게 된다, 대부분 지원동기나 보좌진의 자세,성격,적성,경력, 직무능력 등을 대략 확인하는 정도다. 겸손하면서도 자신있고, 적극적인 자세가 좋다.
경쟁률이 치열해지고 있는 보좌진이 되려면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국회 보좌진 경험이 전혀 없는 경우에는, 국회나 정당에 근무하는 선후배 등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보좌진은 어떤 일을 하는지,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 직업으로서 선택할 만한 것인지 등을 면밀히 살피고 나서 도전해야 한다. 시류에 따르거나 충동적이거나, 특별하게 하는 일이 없어서 보좌진을 꿈꾸는 경우에는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의정활동 보좌분야는 일반적인 직장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의 포괄적인 업무를 하기 때문에 능력은 물론 열정과 성실성이 없다면 버거운 직업이다. 신출내기 보좌진을 꿈꾸는 젊은이들은 국회와 보좌진에 대한 관련 서적도 틈틈이 읽어보거나 주변의 조언을 듣고, 여건이 된다면 민간단체가 개설한 보좌진 교육강좌를 수강하는 것도 좋다. 직무수행 능력을 키우면서 주변의 천거 혹은 공개채용 기회를 노려야 한다.
경력 보좌관, 실력과 평판 좋아야
보좌진 경험이 있는 경력자의 경우, 주변과 의원회관내의 평판도 중요하다. 실무경험이 있기 때문에 능력검증보다는 주변의 평가가 많이 좌우한다. 과거 함께 근무했던 동료보좌진이나 혹은 선후배에게 평판을 물어본다. 간혹 언론사 기자, 피감기관의 국회담당 실무자에게도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좌진으로 근무하면서도 능력을 키우고, 성과를 내면서 좋은 이미지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나태하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얻는다면 다른 의원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결점으로 작용한다. 의원회관에서는 여·야를 구분하지 않고 의원실을 이동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주변의 평판이 중요하다. 열정적이고 바른 자세로 근무를 해야만이 좋은 평판이 나온다. 적극적으로 법률안 발의도 준비하고, 정책토론회나 간담회도 기획하고, 날카로운 자료분석과 질의서 작성도 뛰어나야 한다. 눈치도 빨라야 한다. 원만한 대인관계에 정무감각도 있어야 한다. 당직자와 동료보좌진, 언론사 기자 등과도 폭넓은 인맥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매너도 깔끔해야 한다.
보좌진은 국회의원 임기 4년간 보장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별정직 공무원의 신분이 주워지지만 인사권자는 의원이기에 사실상 비정규직일수도 있다. 의원이 낙선하면 함께 직장을 잃는 것이다. 종종 보좌진이 몇 달을 버티지 못하는 의원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의원실마다 속사정이 있기는 마련이지만 그같은 의원실은 보좌진들이 기피하기 마련이다. 보좌진들이 의원실을 옮겨 근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장수보좌진 가운데는 특정의원을 10년 이상을 모시는 경우도 있다. 또한 국회의원 임기 4년동안 의정활동을 보좌하다가 낙선할 경우, 다른 의원실로 옮겨가며 4〜5명의 의원들을 보좌해 20년 이상을 보좌하는 경우도 여러명 있다. 보좌진 채용이 가장 많은 시기는 총선이 끝난 직후부터 국회 원구성이 돼서 개원되기 전후다.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뒤 2-3달 기간동안 수시로 채용공고가 뜨고, 주변에서 추천을 받아 채용되기도 한다. 보좌진들의 의원실 변동도 이때가 가장 많다. 물론 평상시에도 수시로 채용공고가 나온다. 상임위원회가 2년마다 변동되는데 또 이 시기에도 보좌진 채용공고가 가장 많다. 보좌진을 희망할 경우에 이런 기회를 노리며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계속)
<김현목 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