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캠프 ‘봉숭아 학당’ 된 사연

시민사회 그룹 vs 정치권 출신 간 알력 노출

2014-05-19     홍준철 기자

임종석-오영식-기동민 vs 서왕진-주진우-천준호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세월호 참사 이후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한껏 고무돼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이상 차이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에 앞서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터지기 전까지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에게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현상)를 당할 위기에 처했던 박 후보였다.

하지만 정몽준 아들의 ‘국민 미개인’ 발언에 연이은 부인의 ‘설화’로 참회의 눈물까지 흘리며 정 후보가 역전을 노리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박 후보 캠프는 지지율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승리에 대한 자신감에 차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선거 결과가 낙관적으로 돌아서고 있는 대신 캠프 내 보이지 않는 파벌 다툼도 심해지고 있어 박 후보가 일일이 지시하지 않을 경우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장직을 사퇴하고 정식 후보로 등록하면서 박 캠프에서 ‘새로운 인물 수혈’에 공들이는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박 시장 캠프 구성은 크게 정치권에서 활동한 운동권 세력들과 박 후보와 함께 시민사회 활동을 한 두 그룹으로 나뉜다. 이미 서울시장 시절에도 시장실은 ‘시민사회 그룹’이 다수를 차지했고 기동민 전 김근태 보좌관을 역임했던 정무부시장실에는 정치권에서 활동한 인사들로 나뉘어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당시 정무부시장실보다는 박 시장을 지근거리에서 지키는 시장실 근무자들의 파워가 막강하다는 게 서울시 공무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386 대표 주자였던 임종석 전 의원이 총괄본부장을 맡고 역시 전대협 출신인 오영식 의원이 측면 지원하면서 기동민 전 정무부실장의 위상이 한껏 올라갔다는 후문이다. 또한 기 전 정무부실장 밑으로 참여정부 민정수석실 행정관 출신이자 노무현 재단 기획위원 권오중 전 정무수석비서관이 있고 김원이 전 정무보좌관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으로 재직했으며 김근태계로 기 부시장과 호흡이 잘 맞는 인사로 알려져 있다. 김 정무보좌관 휘하에는 이홍영, 김동현, 권상훈 전 정무비서관팀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임종석-오영식-기동민 진영이 꾸려지기 전까지는 서왕진 전 시장 비서실장이 참모 그룹 중 ‘명실상부’한 ‘넘버 원’으로 꼽혀왔던 인사다. 과거 사단법인 환경정의연구소 소장과 환경부 환경경영영향평가위원으로 박 시장이 운영하던 ‘아름다운 재단’ 배분 위원으로 있었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는 정책 총괄팀장을 맡아 박 시장 당선에 일조했다. 서 전 비서실장의 오른팔 격인 시장실의 주진우 전 정책특보의 경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회원으로 참여연대 월간지 ‘참여사회’ 편집위원을 지냈다.

또한 천준호 전 기획보좌관은 참여연대 활동가 등이 만든 정치조직인 ‘내가 꿈꾸는 나라’ 기획위원장 출신으로 한국청년연합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이 밖에도 시장실에는 아름다운 가게 실·국장을 지낸 김재춘 대외협력보좌관과 아름다운 가게 공익광고를 제작했던 금강기획팀장 출신인 김현성 미디어보좌관, 희망제작소와 아름다운 가게에서 활동한 김연희 서울혁신비서관 등 시민사회 출신 인사들이 직을 관두고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다.

문제는 캠프가 두 조직으로 나뉘면서 선거 실무에 강한 정치권 그룹과 절차와 토론을 중시하는 ‘시민사회’ 그룹이 매 현안마다 부딪히면서 ‘봉숭아 학당으로 전락했다’는 혹평이 흘러나오고 있다. 오죽하면 캠프의 한 관계자는 “박 시장이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돼 일일이 간섭을 하지 않으면 캠프가 돌아가지 않는 실정”이라고 하소연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 관계자는 “선거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앞으로 논공행상을 두고 두 그룹 간 알력과 다툼이 심해져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라며 “캠프 내 새로운 인물의 수혈이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