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숨 쉬는 ‘대관령 옛길’ “어명이요!”금강송이 아름다운 숲길
바우길을 걷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바우길 2코스인 대관령 옛길은 우리나라 옛길의 가장 대표적인 길이다. 신사임당이 어린 율곡의 손을 잡고 친정어머니를 그리며 걸은 길이고, 율곡의 친구 송강 정철도 이 길을 걸으며 관동별곡을 썼다. 김홍도는 이 길 중턱에서 대관령의 경치에 반해 화구를 펼쳐놓고 그림을 그렸다.
바우길 3코스는 어명을 받은 소나무길이다. 바우길 게스트하우스에서부터 나뭇길이라 불리는 임도와 숲길을 따라 명주군왕릉까지 나가는 소나무숲길이다. 길 이름이 독특한데 옛날 “어명이오!”라고 외치고 나서야 소나무를 베어낼 수 있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길 중간에 경복궁을 복원할 때 기둥으로 쓰려고 베어낸 자리에 어명정을 세웠다.
강원도 대관령은 옛날부터 영동과 영서를 잇는 중요한 관문 역할을 했다. 지금은 당시의 옛길을 따라 걷는 코스가 인기다.
대관령은 해발 832m 고개로 ‘큰 고개’라는 이름처럼 옛날에는 이곳을 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이곳을 넘나들었던 선조들의 애환과 많은 역사적 사연들이 숨 쉬고 있다.
대관령은 강릉에 살던 율곡 이이가 한양으로 과거시험 보러 가는 날 곶감 100개를 들고 굽이를 지날 때마다 1개씩 먹었는데 대관령을 넘고 보니 99개를 먹고 1개가 남았다 하여 ‘아흔아홉구비’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또 김유신이 무술을 연마하기도 한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대관령 옛길은 주변 계곡과 길이 잘 보존되어 있어 트레킹 코스로도 각광받는다.
과거에는 겨우 한두 명이 지나다닐 정도의 좁은 길이었지만, 조선 중종 때 강원도로 부임한 관찰사 고형산이 지금처럼 널찍하게 길을 닦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워낙 험한 길이다 보니 ‘도둑재’와 같이 으슥한 곳에서 산적이 출몰하곤 해 사람들이 무리지어 길을 지났다는 ‘하제민원’이라는 지명까지 생겨났다.
세월이 쌓여 만들어진 길
대관령 옛길은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6반 ‘굴면이’에서 ‘반정’을 지나 (구)영동고속도로 상행휴게소에 이르는 16㎞ 구간을 말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걷기 코스는 대관령박물관에서 시작해 반정까지 이어지는 4.3㎞ 구간이다. 그리고 반정에서 국사성황당을 지나 휴게소까지 이어지는 4.7㎞ 구간이다. 그 옛날 이 길을 따라 대관령을 넘자면 ‘장승거리’와 ‘굴면이’ ‘제벵이’ ‘원울이재’ ‘반젱이’ ‘윗반젱이’를 차례로 지나게 된다. 장승거리는 구산 서낭당에서 어흘리로 이어지는 길에 장승이 서 있어 부르게 된 지명이다.
굴면이는 대관령 정상에서 말이나 나귀에 짐을 싣고 고갯길을 내려오다 여러 번 뒹굴었지만 이 곳에 오면 길이 좋아 뒹구는 것을 면한다고 해서 얻은 지명이다.
또 제벵이는 지금의 대관령박물관 터로 길손들에게 숙박 등의 편의를 제공했던 제민원이 있던 곳이며 원울이재는 옛날 강릉으로 부임하는 고을 원님들이 서울에서 600여 리나 떨어진 먼 곳으로 부임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울었고, 임기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는 강릉 사람들의 정을 잊지 못해 눈물을 흘렸다는 곳이다.
윗반젱이라고 불리던 반정은 횡계와 구산의 중간 지점이라는 뜻으로 옛날엔 이곳에 주막이 있어 길손들이 쉬어가기도 했다.
바우길 2구간 대관령 옛길은 초입부터 짙은 녹음이 우거져 있다. 마치 빛이 차단된 듯한 구불구불한 길은 시원할 뿐만 아니라 아늑하고 편안함을 선사한다. 강원도 바우길 어디든지 금강소나무 숲이 70% 이상 펼쳐진다. 파도가 밀려드는 해변조차 소나무 숲길 사이로 길이 나 있다. 그래서 한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손쉽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소나무 숲길을 걸으며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지친 심신이 치유되는 듯하다.
녹음이 아름다운 길
2구간 초입에 자리한 국사성황당은 천년의 축제라고 불리는 강릉 단오제가 시작되는 곳이다. 단오의 주인인 국사성황신이 타로 내려온 나무, 즉 신목이 행차하던 길이 바로 대관령 옛길이었다.
대관령 정상에서 굽이굽이 돌아 흘러내린 시냇물은 산골짜기마다 고여 작은 폭포와 물웅덩이를 만들어 놓았다. 시원한 계곡 물소리가 경쾌하고, 굽이마다 숲 사이로 열리는 하늘 아래로 푸른 동해를 보면 마음이 탁 트인다.
대관령 옛길의 중간이라고 해서 이름 붙여진 반정(半程)에는 산과 바다, 시내 전 지역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전망 데크와 관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반정에서 잠시 쉬며 강릉시내를 발아래 두고 전경을 감상하는 것도 빼놓지 말자.
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참나무 숲은 통과하고 나면 14만 주의 금강 소나무가 등장한다. 옛주막터 아래에는 식당이 하나 있는데, 평상에 앉아 먹는 산채 비빔밥 맛이 또 기막히다.
금강소나무 감상하는 길
어명을 받은 소나무 길은 금강소나무가 참 아름답다. 2007년 경복궁을 복원할 때 이곳 소나무를 베어 기둥으로 사용했다. 궁궐 기둥으로 쓸 수 있는 소나무는 무거운 하중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에 지름이 90㎝ 정도 돼야 할 만큼 커야 한다. 소나무길에 있는 금강소나무가 얼마나 크고 튼튼한지 알 수 있다.
예부터 봉정사 극락전과 부석사 무량수전 등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목조 건축물 대부분이 금강소나무를 목재로 만들어졌다. 무게를 오랫동안 버텨내고 긴 세월에도 원래 모습을 간직하는 데 소나무만 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금강소나무는 여러 나무 가운데서도 영험한 나무로 알려져 있다. 마을 곳곳에 있는 서낭당 앞에는 굵고 오래된 금강소나무가 세워져 있기도 하다. 소나무를 잘못 베면 마을에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전해서 이러한 나무를 벨 때 위령제를 지냈고, 나무 앞에 교지를 펴들고 “어명이요!”를 외친 뒤 나라의 부름에 따라 큰 재목으로 쓰인다는 것을 알렸다.
숲·송이 향 가득 한 길
여름에는 시원할 뿐 아니라 삼림욕까지 할 수 있어 이곳 바우길을 찾는 이들이 많다. 어명을 받은 소나무길은 대관령 등길과 대관령 옛길을 지나 이어지는 바우길 제3구간이다. 바우길 중에서도 경사가 가장 험하지만 잘 닦아 놓은 임도가 있어 걷는 것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하늘로 뻗어 있는 소나무 장관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어명을 받은 소나무길은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에서 시작된다. 무쇠골을 지나 소나무길, 임도를 지나면 쉼터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출발하면 된다 이어 만나게 되는 어명정은 “나랏일에 사용하기 위해 어명을 받아 나무를 베었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07년 경복궁 기둥으로 쓰기 위해 베어낸 소나무 그루터기 위에 정자를 지었다. 정자 마룻바닥 한가운데에 둥그렇게 유리를 끼워 넣었는데 그 아래로 직경 1m 가까이 되는 어명을 받은 소나무 그루터기가 보존되어 있다.
어명정을 지나 상쾌한 숲길을 지나고 나면 송이 거리가 이어진다. 송이 향이 코끝을 자극하는 길이다. 재미있는 모양을 한 술잔바위를 지나고, 송이 움막을 지나고 나면 3구간이 거의 끝나감을 알리는 명주군 왕릉이 나타난다.
약 5시간이 소요되는 13㎞ 구간 소나무길은 여름에도 좋지만 겨울에는 하얀 눈과 어우러져 색다른 멋을 선사한다. 소나무 가지 위에 쌓인 눈이 멋스럽고, 천천히 걷다 보면 나무 한그루 한그루에 깃들여 있는 역사와 자연의 기록에 경건해 지기도 한다.
<대관령 옛길>
▶1코스(14km, 6시간)
대관령(신재생에너지전시관) → 1구간분기점 → 국사성황당 → 반정 → 옛주막터 → 우주선화장실 →대관령 야생화마을 → 대관령 산채잡곡마을 → 바우길 게스트하우스
▶2코스(10.6km, 4시간)
대관령(신재생에너지전시관) → 1구간분기점 → 국사성황당 → 반정 → 옛주막터 → 우주선화장실 →계곡길(징검다리) → 대관령박물관
<어명을 받은 소나무길>
▶(12.5km, 4~5시간)
바우길 게스트하우스 → 장승쉼터에서 우측산길 → 어명정 → 술잔바위 → 송이솔숲길 → 임도삼거리(산불감시초소) → 명주군왕릉 → 주차장
▶대관령 옛길
< 자가용 >
○ 서울방향
영동고속도로 횡계톨게이트(출구에서 우회전 900m진행) → 삼거리(영동고속도로 육교 아래)서 좌회전 → 구·영동고속도로(5km진행) → 대관령휴게소
○ 속초·삼척방향
동해고속도로 강릉톨게이트 → (약 400m진행) → 금산IC에서 우회전 → 구·영동고속도로(서울방향 20km진행) → 대관령휴게소
< 대중교통(강릉시내버스) >
○ 강릉→ 대관령휴게소
- 503-1번: 08:35<안목출발>. 15:00분<대관령박물관 출발> 토,일 / 평일 및 동절기 운행하지 않음
- 안목 - 이마트 - 교보생명 - 강릉의료원 - 대관령박물관 - 반정 - 대관령휴게소
○ 대관령박물관 → 강릉(503번)
- 06:40 07:40 08:35 09:20 09:35 10:35 11:35 12:35 13:35 14:35 15:35 16:35 17:20 18:35 19:35 20:30 21:40 22:35
- 대관령박물관 - 강릉의료원 - 교보생명 - 이마트 - 안목
○ 게스트하우스 → 강릉시내(502번)
- 06:45 07:55 10:05 12:05 14:05 16:05 18:05 20:05 21:55
○ 직행버스
- 동서울터미널 → 횡계 : 06:32〜20:05분간 1일 26회 운행 (동서울터미널ARS 1688-5979)
- 강릉터미널 → 횡계 : 06:00〜20:10분간 1일 60회 운행 (강릉터미널ARS 033-643-6092)
▶대관령 옛길
<자가용>
○ 서울방향
영동고속도로 → 동해고속도로(강릉톨게이트) → 금산IC → 대관령방향(4.5km진행) → 보광리(명주군왕릉/보현사)방향 우회전(3km진행) → 보현사방향 좌회전(300m진행) → 바우길 게스트하우스
<대중교통>
○ 강릉시내버스(502번버스)
- 강릉시내 → 바우길 게스트하우스
안목 - 교보생명 - 강릉의료원- 홍제동사무소 - 성산면 - 보광리체험학습장(보광리체험학습장 하차 후 보광교 건너 보현사방향 300m 도보이동)
(06:00 07:10 09:05 11:05 13:05 15:10 17:10 19:07 21:10<공휴일 막차운행 안함>)
- 명주군왕릉 → 강릉시내
명주군왕릉 - 보광리체험학습장 - 성산 - 강릉의료원 - 신영극장 - 용지각 - 안목
(시간표 : 06:45 07:55 10:05 12:05 14:05 16:05 18:05 20:05 21:55<공휴일 막차운행 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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