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처남 권오균 막후 실세] '높낮이회' 파헤친다

[세월호 참사]세모그룹 비밀 회원

2014-05-12     이범희 기자

 세모그룹 비밀모임…유 전 회장 경영개입 단서되나
유씨 일가로 다가가는 수사…“비자금 찾아 목 죈다”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유병언 세모그룹 전 회장이 계열사 경영 내용을 보고받았다는 비밀그룹 ‘높낮이회’실체는 무엇일까.표면상으로는 핵심 계열사 사장들과 유 전 회장의 사모임 성격을 띠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유 전 회장이 이 모임을 통해 계열사 경영 상황을 보고받고 세부적인 지시를 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은 계열사 지분이 없는 데다 각종 서류에 결재도 하지 않은 상황. 이른바 ‘그림자 경영’을 해 온 건데, 계열사 대표들은 유 전 회장과의 관련성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이에 따라 유 전 회장이 총책임자임을 밝힐 물증이나 진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계열사 대표 선에서 수사가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높낮이회’는 유 전 회장이 어떻게 그룹을 지배해왔는지 파악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높낮이회’는 이른바 ‘구원파’신도의 총본산으로 알려진 경기도 안성시 금수원에서 주로 모임을 가졌다. 구원파 핵심인물 7인방이라고 말하는 인물을 포함해서 계열사의 사장들이 모여 여러 가지 논의를 하던 장소다. 계열사 대표를 지명하거나 ‘유병언 일가’의 계열사를 설립하는 일이 여기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높낮이회’라는 이름도 유 전 회장이 직접 지었다고 한다.
높낮이회의 대표는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였다. 김 전 대표는 유 전 회장의 최 측근 중 한명이다. 그는 문진미디어, 아이원아잉, 클리앙 대표 등을 지냈으나 지난 3월 모두 사임하고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이다. 이 모임에 이사는 주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전·현직 총회장이 역임한 것으로 알려진다.

유 전 회장은 이 모임을 통해 받은 자문료나 사진값이 사실상 임금과 다름없었다는 정황도 노출되고 있다. 검찰이 청해진해운의 근로소득명세서를 압수수색한 결과, 유 전 회장에게 매달 1500만 원씩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모그룹 부도 이후 일체 기업활동을 하지 않았다던 유 전 회장 측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비자금 실체 추적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권오균 대표가 연결고리

검찰은 또 유 전 회장의 처남인 권오균(64) 트라이곤 대표가 ‘높낮이회’에 참석하는 계열사들을 막후에서 움직인 실세로 보고 관련 사실을 추적중이다. 권씨는 구원파 창시자이자 유 전 회장의 장인인 고(故) 권신찬 목사의 둘째 아들이다. 권 대표는 2000년대 후반까지 ‘높낮이회’로 알려진 모임에서 계열사 경영 내용을 보고받은 뒤 유 전회장에 전달했다고 한다. 표면상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 유 전 회장과 계열사 사장을 잇는 고리가 권 대표였다는 것이다.

당시 세모 계열사 간부를 지낸 A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구원파 신도였던 계열사 대표들을 권 씨가 따로 불러 매주 보고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권 씨는 당시 어떠한 대표 직함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권 씨는 2000년대 후반까지 ‘높낮이회’로 알려진 모임에서 계열사 경영 내용을 보고받은 뒤 유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

A씨는 “유 전 회장에게는 권씨가 별도의 자리에서 구두보고했다”며 “문서로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높낮이회’는 세모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아이원아이홀딩스가 설립되기 전까지 운영됐다.

검찰도 최근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를 두차례에 걸쳐 조사하면서 유 전 회장이 이곳에서 계열사 대표 등 자신의 측근들과 높낮이 모임을 열고 경영 전반에 개입했는지 등을 캐물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유 전 회장은 1997년 세모그룹이 부도가 나면서 그룹 전면에서 사라졌다. 계열사 지분도 없고, 직접 결재를 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유 전 회장 본인도 최근까지 관련 지분이 하나도 없다며 관련성 여부를 부인한다.

그러나 검찰은 경영전반을 총괄하면서 계열사들의 횡령과 배임 조세 포탈 등의 범죄를 공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어 ‘높낮이회’의 실체와 유 전 회장의 관계를 밝히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높낮이회라는 모임의 존재를 알고 있다”며 “회원이 누구인지 대강은 파악했다”고 밝혔다.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