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때늦은 후회 마지막 철수는 제자리?

신당 합류ㆍ새정치 실종, 독자창당 했어야...

2014-05-12     홍준철 기자

안철수 측 “5대5 정신 어디가고 이제와서 불만 토로하나”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6·4 지방선거를 맞이해 재차 정치적 위기에 놓였다. 안 대표는 독자신당 창당을 앞두고 내우외환을 겪었지만 민주당과 전격 합당선언으로 위기 국면을 타개했다. 이번에는 야당 지지기반의 심장부인 광주에 안철수 사람을 전략 공천함으로써 십자포화를 받고 있다. 구민주계부터 친노, 손학규 고문까지 가세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 기성 정당에 들어가 안철수발 새정치가 빛바랬다는 악평 속에 ‘자기사람 심기’라며 안 대표를 구태 정치인으로 당 내부에서부터 몰고 가는 형국이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로 인한 집권 여당뿐만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지면서 안철수 캠프에 몸 담았던 일부 인사들로부터 “힘들더라도 독자창당을 했더라면…”이라며 때늦은 후회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안철수 측이 민주당과 신당합당을 선언하기 전까지 지방선거에서 전력투구한 지역은 수도권과 호남이었다. 수도권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필두로 경기도지사 후보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대표적이고 호남은 전북 강봉균 전 의원, 광주 윤장현 전 새정치연합공동위원장 전남 이석형 전 함평군수가 안철수 사람들로 분류됐다. 하지만 민주당과 전격 합당을 하면서 안철수 사람들은 불가피하게 민주당 후보들과 경선을 치러야 할 처지에 놓였다.

“윤장현 후보는 광주의 박원순 될분”

하지만 ‘조직’과 ‘대중성’이 떨어지는 안철수 사람들은 경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김상곤 경기도지사 후보의 경우 현역 김진표 의원에게 뒤지고 있고 전북도지사에 나선 강봉균 전 의원 역시 ‘경선룰’을 빌미로 파행중이다. 전남도지사에 출마한 이석형 전 군수 역시 여론조사에서 최하위를 달려 공천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윤장현 전 위원장 역시 여론조사에서 이용섭, 강봉균 두 광주시장 후보에 밀려 3위를 달리고 있었다.

급기야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는 지난 6일 광주 지역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 경선없이 윤 전 위원장에게 공천을 주는 것으로 결정했다. 안 공동대표는 “윤 후보는 광주의 박원순이 될 수 있는 분”이라며 공천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그러나 전략공천 후폭풍은 거셌다. 당장 경선에 참여 중이던 이용섭 의원과 강운태 광주시장은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구민주계 수장격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광주 시민을 우롱한 결과”라며 “안철수는 DJ가 아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친노 후보도 거들고 나섰다.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무소속 이병완 광주시장 후보는 “윤 전 위원장은 불투명한 행보와 세력동원 등 구태적인 행태로 새정치를 기대한 광주시민들에게 실망만 줬다”고 비판했다. 급기야 지난 대선에서 안 공동대표와 동반자 관계를 유지했던 손학규 공동선대위원장은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에서 개혁공천이란 이름으로 줄 세우기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공개적으로 안 대표를 비판했다.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용섭 후보가 손학규 계보로 공천에서 물 먹은 것에 대한 강력한 반발이라는 지적이다.

안 공동 대표로선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무엇보다 광주 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안 공동대표의 리더십과 대권 가도에 커다란 상처가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운태, 이용섭, 윤장현 3자 구도에서는 윤 후보가 다소 유리하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강운태-이용섭 무소속 단일 후보가 성사될 경우 결과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만약 단일 후보에게 윤 후보가 패할 경우 윤 후보뿐만 아니라 호남에서 안철수 현상은 더 이상 없다는 절망적인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안 공동대표의 정치생명과 직결된 민감한 사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안철수 측에서는 불만스런 모습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안철수 진심캠프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민주당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른 것 아니냐? 신당 합당시 5:5 정신은 어디가고 이제와서 불만을 토로하는지 모르겠다”며 “17개시도 광역단체장 중에서 16(민주):1(안측)인데 망해가던 민주당을 살려줬더니 오히려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인사는 “이럴 줄 알았으면 힘들더라도 안철수 독자 신당을 창당해 지방선거를 치렀으면 이런 불필요한 공천 잡음은 없었을 것”이라고 때늦은 후회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실제로 안철수 측 일각에서는 예기치 못한 대형 참사인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건’으로 무당파가 재차 늘고 새정치 욕구가 높아져 아쉬운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안철수 신당으로 광역·기초단체장 출마를 준비하던 사람들의 경우 말은 못하지만 한숨 소리가 짙게 흘러나오고 있다.

2040 무당파 새정치 욕구 증가

안철수 신당으로 수도권 기초단체장에 출마하려다 민주당 합당에 따른 경선 때문에 포기한 한 인사는 “세월호 참사로 집권 여당뿐만 아니라 정치권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지면서 무당파가 늘고 제2의 새정치 바람이 불고 있다”며 “지금처럼 안철수 의원만 위험하게 담장 위를 혼자 걸으면서 스포트라이트와 비판을 동시에 받는 게 아니라 독자 신당을 창당해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괜찮은 사람들을 제2의 안철수로 만들어 출마시켰다면 이번 선거에서 예상 외의 선전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때늦은 아쉬움을 표출했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로 발생한 유가족 대부분이 40대 중후반이라는 점에서 ‘40대 엄마’가 기성정치권에 대해 불신감을 높게 표출하고 있다. 또한 젊은 학생들이 대거 희생됐다는 점에서 2030세대 또한 무당파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지난달 말 한국갤럽조사에서 무당파는 34%로 세월호 참사 직전 26%에서 8%포인트 증가했고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무려 한주만에 9.9%포인트가 올라갔다. 또한 중앙일보에서 발표한 6일자 조사에서도 서울 2030세대 24~30%대, 경기 25%, 인천 25%대 ‘지지하는 정당 없음’으로 답했다. 이들은 안철수 새정치바람이 불 때 안 의원의 든든한 지지자들이었다.

세월호 최대 희생 안산 전략공천 ‘부글부글’

한편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와 비슷하게 전략공천된 안산 시장 후보로 인해 여야 지도부가 후폭풍을 맞고 있다. 여야 후보 모두 여론조사에서 꼴찌를 달리던 후보가 낙점됐기 때문이다. 여당의 경우 조빈주 전 안산시 단원구 및 상록구청장이 됐고 새정치연합의 경우 제종길 전 의원이 각각 전략공천됐다. 안산의 경우 세월호 침몰 참사로 많은 단원고 학생들이 희생된 지역으로 여야 모두 시끌벅적한 경선 대신 ‘조용하게’ 전략공천을 한 게 화근이 됐다.

여당은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던 송진섭 전 안산시장과 2등인 허숭 전 경기도 대변인이 탈락해 조 전 구청장이 됐고 야당은 1위를 달리던 김철민 현 안산시장과 2위인 박주원 전 안산시장을 제치고 제종길 전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 지역정가에서는 여당은 친박 안산연대 대표인 홍장표 전 의원이 홍문종 사무총장에게 강력하게 추천했고 야당은 천정배 기초단체장자격심위원장과 김한길 대표와 친분이 깊은 제 전 의원이 공천됐다는 소문이 그럴듯하게 돌고 있는 실정이다.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