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손학규, ‘저녁이 있는 삶’ 재조명
선거이슈, 민주화 → 경제 → 복지 → 행복 ‘이동중’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세월호 참사는 갑작스런 경제 성장과 대한민국의 유교적 사고가 충돌해 빚은 참사다”
새누리당 관계자의 진단이다. 갑작스런 경제 성장에서 오는 부의 넘침과 함께 체면과 명분을 중시한 전통적 유교적 가치관이 맞물리면서 세월호 대참사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이 인사는 “군부 독재시대에 질린 국민들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높아졌고 민주화 시대에서 다시 경제 발전에 대한 욕구가 우리나라 사회를 뒤덮었다”며 “그러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맞이해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단계에서 세월호 참사는 이젠 ‘자신과 가족을 돌보라’는 화두를 대한민국 사회에 던져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산업화 물결과 함께 찾아온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부 정권이 7~80년대 정치판을 독식했다. 그러다 군부정권에 질린 국민들은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김영삼-김대중 정권을 선택했다. 그러다 권위주의 시대에 질린 국민들은 친서민적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통해 ‘권위주의 청산’을 요구했다. 그러나 IMF 이후 경제위기가 삶의 질적 하락을 초래하면서 ‘경제’가 선거의 핫이슈로 부상해 현대 건설 출신 이명박 대통령이 권력을 거머쥐게 됐다.
그러나 경제 발전이 곧 국민들 삶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함께 잘 먹고 잘 살자’는 분위기는 ‘복지’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급기야 안철수 현상과 함께 ‘복지’를 내세운 박원순 서울시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탄생을 가져왔다.
하지만 ‘복지’가 국민들의 막대한 혈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깨달음과 함께 일부 급진 세력의 ‘단골 메뉴’로 전락하면서 국민들의 관심밖으로 벗어날 즈음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세월호 참사는 국민들로 하여금 국가나 정부가 개인을 전적으로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을 자각시켰고 스스로 자신을 돌봐야한다는 각오를 다지게 만들었다. 이미 이를 예측한 정치인이 2012년 ‘저녁이 있는 삶’을 경선 구호로 내세운 손학규 새정치연합 고문이다. 하루 하루 바쁜 현대인 삶속에 가족의 소중함을 알리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구호였다.
손 고문의 슬로건은 당시 빛을 보지 못했지만 6·4 지방선거를 앞둔 후보자들에겐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당장 ‘안전한 서울시’를 내세운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는 ‘가족이 행복한 서울시’를 다음 슬로건으로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가족행복’을 최우선 캐치프레이즈로 삼았다.
새정치연합 역시 2012년 문재인 대선 후보가 내세운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세월호 참사에 맞게 어떻게 반영할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컨설팅업에 종사하는 한 인사는 “선거 구호는 미래지향적이면서도 현재 정치, 사회 현상을 관통할 때 국민들로부터 호감을 받을 수 있다”면서 “여야 모두 단순히 구호로만 그치는 게 아닌 실천까지 담보해 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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