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 겪는 광역단체장 후보 부인들
지방선거 이슈 점검
유명 정치인 ‘죽고 살리는’ 내조 정치 득세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6·4 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광역 및 기초단체장 후보를 결정하면서 대진표가 드러나고 있다. 외형상 세월호 참사에 따른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분위기지만 선거 속성상 네거티브전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여야 후보들은 경쟁 후보뿐만 아니라 배우자, 형제자매 그리고 직계 자식까지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상대방의 부도덕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후보자를 제외하고 눈여겨보는 사람이 바로 배우자다. ‘무촌’이기도 하지만 후보자 당락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배우자의 부도덕성 때문에 공천에서 배제되거나 공직에서 낙마하고 정치 인생이 끝난 인사들이 비일비재했다. 6·4 지방선거를 맞이해 배우자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단체장들을 살펴봤다.
모든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들 뒤에는 빛나는 조연들이 존재한다. 바로 후보자들의 배우자들이다. 대표적인 인사가 김한길 새정치연합의 최명길씨다. 국회의원 선거 때나 지난 당 대표 선거 때에도 탤런트 최씨의 내조는 빛났다. 당내에서는 ‘사실상 당 대표는 최명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후보자를 돋보이게 하는 조연들이 있다. 정몽준 의원의 부인인 김영명 예올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아버지인 고 김동조 외무장관의 영향을 받아 세련되면서 대중에게 친숙함을 보여 정 의원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 방송 출연부터 여성 당직자 미팅까지 적극적으로 내조하고 있다. 김황식 서울시장 후보의 부인 역시 공직자의 부인으로서 ‘튀지 않으면서 조용하게’ 측면에서 돕고 있다.
정몽준·김황식 부인들 ‘조용하게’ 측면 지원
반면 와이프 금품 수수 의혹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곤란을 겪은 경우도 있다.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 김덕룡 의원의 부인이 모 구청장 공천 신청자 부인으로부터 공천 헌금을 받아 검찰 수사를 받아야 했다.
같은 당 박성범 의원 역시 부인을 동반한 식사 자리에서 구청장 공천 신청자 측근으로부터 미화 수십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박 의원의 부인은 고급 양주와 모피코트를 받은 혐의까지 검찰 수사를 받았고 이로 인해 박 의원은 정치권을 떠나야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당선이 유력한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부인들이 이런저런 구설에 올라 후보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다. 남 후보의 부인과 관련해서 2008년 9월에 터진 이명박 정권 시절 사정기관으로부터 사찰 문건 내용을 야권 후보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남 후보뿐만 아니라 남 후보 부인까지 사찰 정황을 담은 이 문건에서는 ▲남경필 의원 부인과 주얼리 업체 대표와 소송건 ▲남 의원 부인 수사 중이던 강남 경찰서 조사관 외압 의혹 및 좌천건 ▲남경필 부인이 홍콩 보석점에서 구매한 보석 밀반입 건 등을 담고 있었다. 이에 대해 야권 출신 경기도지사 후보들은 남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확정될 경우 남 의원 부인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실정이다.
새누리당 김관용 경북도지사 후보는 아들 병역 문제에 부인이 연루됐다는 주장이 같은 당 후보로부터 제기돼 곤혹스런 처지에 몰렸다. 당장 경북도지사에 도전하고 있는 야권 후보들이 주된 검증 대상으로 떠올랐다. 내용인즉 김 후보의 부인이 구미 소재 병원 관계자 권모씨와 이모씨에게 25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하고 천식으로 인해 ‘계속적인 호흡곤란으로 약물치료중’이라고 허위기재한 진단서를 발급받아 아들을 병역 면제시킨 것으로 알려져 사퇴 요구를 받았다.
권오을, 박승호 두 경북도지사 예비후보는 후보직 사퇴 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시 김지사의 부인은 공소시효 3년이 지나 처벌받지 않았지만 돈을 받은 권씨와 이씨는 공소시효가 5년인 배임수증재죄로 사법처리됐다”면서 그 근거로 2002년 1월 서울지방법원 판결문을 증거로 제시했다. 판결문을 보면 2심에서 권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250만원을 선고 받았고 이씨는 징역 10월에 집유 2년, 추징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정의당 경북도지사 후보인 박창호 포항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은 “두 후보가 거론한 문제들을 본선에서 제대로 따져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거꾸로 여권 광역단체장 후보들 역시 야권 단체장 후보들 부인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신구범 제주지사 후보가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경기지사 ‘사찰문건’ 경북지사 ‘병역의혹’
집권 여당 측에서는 신 후보의 부인이 2000년 7월 검찰 수사를 받은 사회복지법인 은혜마을(현 평화양로원) ‘30억원 뇌물사건’에 개입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시 검찰은 신 후보가 도지자 재직시절인 1996~7년경 우보악 관광지구 지정 대가로 30억 원을 불법적으로 받은 혐의로 조사를 벌였다.
그리고 2000년 11월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신 전 지사를 기소해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당시 검찰은 신 전 지사의 부인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인정 자술서’를 받아 신 전 지사를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했다. 이후 신 전 지사는 2003년 6월 뇌물혐의 재판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지만 항소심은 유죄를 선고했고 2008년 2월 28일 대법원에서 2년 6월 확정 판결이 났다. 신 전 지사는 2년 2개월간 감옥살이를 하다 2010년 1월 20일 가석방돼 자유의 몸이 됐다.
이와 관련해 신 전 지사는 [격동의 현장 남기고 싶은 이야기] 기고문을 통해(2012.12.11. 제이누리) ‘검찰은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정확히 해냈다’편에서 부인 관련 “내 아내가 도지사 부인으로서 제주 땅에 은혜재단 같은 훌륭한 복지법인이 설립될 수 있도록 출연자 및 그 가족과 협력해 좋은 일을 한 데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피의자 최후 심문에서 언급했다.
또한 여권에서는 박 시장의 부인이 인테리어업체 대표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특혜’를 받지 않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박 시장의 부인은 2012년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를 폐업까지 하면서 거의 활동을 하지 않은 채 조용하게 지내고 있어 박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 당시 특혜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야흐로 여야 선거전이 치열해지면서 광역단체장 후보자 부인들에 대한 네거티브전도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부인의 내조가 ‘독’이 될지 아니면 ‘약’이 될지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