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수수료 감면 출혈 점입가경
MTS 비중 높아지자 고객 끌어오기 경쟁 가속화
브로커리지에 수익 집중된 현실…제살 깎아먹기 반복
사실상 이용자 체감도 낮아…서비스 향상이 답 될 수도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증권사들의 기본적인 수익 기반 중 하나가 바로 주식매매 수수료다. 아직까지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거래수수료 외 다른 수익원이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이 수수료마저도 각사 간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급감하고 있다.
현재 상위 10개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은 62%가 넘지만 순수수료만 따져보면 인건비보다도 적은 경우도 허다하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현재 상장된 24개 증권사 중 절반이 넘는 14곳은 순수수료가 인건비에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떠나는 개인투자자들을 잡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거래수수료 감면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채널은 사용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온라인매매 중 MTS를 이용한 거래대금 비중이 지난 2월 기준 25%를 돌파했다. MTS의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증권사들의 거래수수료 낮추기도 여기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년에서 3년까지 무료·감면·페이백 등
실제로 국내 증권사들이 진행 중인 거래수수료 감면 행사는 올해 들어서만 100여 건에 달한다. 앞서도 중소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거래수수료 무료 행사는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현재는 대형 증권사들도 동참한 데 이어 기간도 상당히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삼성·대우·우리투자증권 등 가장 상위권에 포진한 증권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세부적으로는 신규고객 가입 시 모바일 거래수수료 1년 무료를 시작으로 휴면고객 수수료 감면, 특정 통신사 고객 페이백 등 다양하다.
1회 이상 주식거래 시 모바일 상품권을 주고 해당 계좌 개설 시 3년 이상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행사들도 눈에 띈다.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한계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원재웅 동양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수료율이 0.015%까지 내려온 이후 고객의 수수료 민감도가 높지 않다는 의견을 지난달 내놨다.
원 연구원에 따르면 앞서 2008년 하나대투증권의 피가로를 기점으로 증권사들의 거래수수료율 경쟁이 시작됐다. 이후 2011년부터 다시 대신증권 크레온 0.011%, KTB투자증권 0.010%, 한화투자증권 0.011%, 동부증권 990원 정액제 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고객들의 계좌이동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는 것이 원 연구원의 분석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거래수수료를 올리는 증권사도 일부 포착됐다. 고객의 수수료 민감도가 낮아져 수수료 인상·인하보다는 서비스에 승부를 건다는 의미다.
통상적으로 온라인 거래수수료율은 오프라인 주식수수료율의 50분의 1 수준이다. 만약 증권사들이 오프라인 거래와 비슷한 수준의 수익을 내려면 동일 금액의 주식을 50번 이상 더 회전시켜야 한다. 이와 관련해 원 연구원은 “인터넷의 발달로 온라인 주식거래가 확산됐지만 증권사의 수익성은 오히려 나빠지는 형국”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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