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부메랑 맞는 박근혜 리더십
“청와대 2인자도 실세도 없어…” 양날의 칼
김기춘 실장 청와대 평정 했지만…막후 실세론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4.16 세월호 여객선 대참사 후폭풍이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직서를 던지면서 민심 무마에 나섰지만 오히려 ‘무책임하다’며 공분을 사고 있다. 급기야 청와대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불만에 찬 국민들이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성토’의 글을 올리고 일부 글이 화제가 되면서 접속자가 폭주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원망은 오직 한사람에게 향하고 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 해운, 해양수산부, 해경, 그리고 안전행정부, 청와대 참모진 등 관련 부처에 대한 책임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대형 참사에 대응하는 박근혜 정권의 위기관리능력 부실이 노출되면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평소 ‘2인자’, ‘실세’를 용납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결국 부메랑이 돼 대통령의 리더십에 치명타를 주고 있다.
“과거 정권과 같은 개념의 실세는 없다”
청와대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시절 ‘좌희정 우광재’, ‘실세 총리’로 불리던 이해찬 의원이나 이명박 정권 시절 이상득, 이재오 등 ‘6인회’와 같은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정권 실세가 없다는 말이다. 실세가 없으니 모든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 한 사람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권 초기만 해도 정치권에선 청와대 내 누가 실세고 누가 2인자인지 뒷 말이 무성했다. 대표적인 인사가 바로 이정현 홍보수석과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이 대표적이었다.
허태열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직책 때문에 ‘실세’명단에 오르내렸지만 중도하차면서 ‘허세’였음이 드러났다. 청와대에 정통한 한 인사는 “허태열 대통령 실장 당시 밑에서 보고를 하면 대통령에게 직보가 안 된 경우가 다반사였다”며 “그래서 문고리 3인방에게 이중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일처리를 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이정현.문고리 3인방 지고
결과적으로 이정현 수석과 문고리 권력 3인방에 온갖 민원이 쏟아졌고 청와대, 정부부처, 공공기관 인사가 이들의 손에서 좌지우지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연히 인사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권력 투쟁으로까지 비화되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권력투쟁의 장은 청와대 ‘갑’중의 ‘갑’인 민정수석실이 시끄러웠다. 민정수석실은 주요 권력기관과 사정기관의 업무를 감독·조정하고 정부 인사검증에 친인척·측근 비리를 관리를 하는 등 공직 기강을 책임지는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곳이다. 작년 여름 허태열 비서실장과 함께 물러난 곽상도 민정수석이 교체된 배경이 조응천 공직기강 비서관과 인사 관련 마찰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 권력 지형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김기춘 대통령 실장이 들어오면서부터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대통령 비서실에 한껏 힘이 쏠렸다. 이중으로 보고되던 시스템 역시 김 실장으로 일원화되면서 이후 6개월 만에 이정현 수석과 문고리 3인방과 3강 구도로 굳어졌다.
최근에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이 수석과 문고리 권력 3인방을 넘어 사실상 청와대를 평정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 ‘입’ 역할을 하던 이정현 홍보수석이 브리핑룸에서 사라진 것을 예로 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들어오고나서 대언론 창구는 대변인으로 일원화됐다고 전했다. 또한 청와대 인사위원회 회의에서도 이 수석이 배제되고 있다는 소문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수석이 청와대 내 위상이 약화되면서 이 수석과 가까운 보좌진 출신 문고리 권력 3인방 역시 마찬가지 신세로 전락했다.
최근 이 수석은 청와대 출입 기자를 만날 때도 기자실이 아닌 밖에서 조용하게 만나고 청와대 춘추관은 일절 발걸음도 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김 실장의 ‘지시’였다는 후문이다.
과거와 같은 실세는 없다
하지만 김기춘 실장이 대통령과 독대하고 직보를 한다고 하지만 과거정권 실세처럼 의견을 관철시키거나 인사를 전횡하는 ‘실세’는 아니라는 게 여권 내 시각이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옛날같은 개념의 실세는 없다”고 동의하고 있다. 박 대통령 스스로 ‘측근’이나 ‘실세’를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김 실장 역시 박 대통령에게 일 잘하는 충실한 비서실장일 뿐이라는 얘기다. 결국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청와대가 총리나 장관, 연루 정치인, 청와대 참모들에게 책임을 분산시키려해도 국민들에겐 대한민국 실세는 오직 박근혜 대통령 한 명뿐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무마하기가 힘들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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