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사퇴’ LG감독 수난사, 성적내도 좌불안석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해 11년 만에 김기태 LG감독이 LG의 염원이었던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 23일 김 감독이 자진 사퇴하면서 LG감독 수난사가 또 다시 야구계를 뒤흔들고 있다. 김 감독은 성적 부진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섰지만 그의 사퇴를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김 감독은 지난 22일 대구 삼성전에서 1-8로 패한 뒤 백순길 LG단장을 만나 자신 사퇴의 뜻을 밝혔다. 김 감독은 “더 이상 팀이 추락해서는 안된다. 팀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큰 동기 부여를 위해서 감독이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백 단장은 계속 만류했지만 김 감독의 뜻을 되돌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감독은 23일 경기를 앞두고 서울로 향하면서 결국 지휘봉을 내려놨다. 성적부진의 원인이 컸지만 일각에서는 프런트와의 갈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지난해 정규시즌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성적을 거뒀지만 구단의 보상은 적었다. 시즌 뒤 서울 연고의 두산, 넥센보다 연봉 인상률이 낮아 선수들의 박탈감이 커졌고 구단이 지갑을 닫으면서 에이스인 리즈의 공백을 메울 전력보강에도 쓴잔을 마셨다. 여기에 핵심 코칭스태프의 자리이동과 이탈을 막지 못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의 성공을 도운 김무관 타격고치와 차명석 투수코치가 2군과 잔류군 책임자로 밀려났다. 그런 가운데 차 코치가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떠나자 김 감독의 구단에 대한 섭섭함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시즌 뒤 노찬엽 코치와 서용빈 코치 등 LG출신 스태프가 팀을 떠났고 올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추락하자 1·2군 코치 보직이동 소문까지 나돌면서 김 감독은 자존심에 금이 갔다.
더욱이 2014시즌은 김 감독의 3년 계약 마지막 해다.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공로를 감안하면 조기 재계약을 기대할 만했다. 9구단 NC 또한 김경문 감독과 조기 재계약을 맺으며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LG는 재계약을 미루면서 자충수를 두는 꼴이 됐다.
한편 LG감독의 수난사는 김 감독이 사퇴하면서 또다시 이어졌다. 1994년 ‘신바람 야구로’ 창단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군 이광환 감독은 1996년 7월 성적 부진으로 중도 하차했고 2000년 부임해 첫해 4위에 오른 이광은 감독도 2001년 5월 사퇴했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끈 김성근 감독은 팀을 재건했으나 구단 고위층과 마찰을 빚어 경질됐다. 이후 10년간 총 6명의 사령탑이 LG를 거쳐 가는 등 김재박 감독을 제외하고 모두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이 때문에 언젠가부터 LG감독직을 두고 ‘독이 든 성배’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