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좌진 세계 ⑧- 인사청문회 下
“자질부족 공직후보자가 참사 주범”
고위공직자의 자질은 기관운영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특히 위기발생시에 공직자의 자질과 리더십은 고스란히 표출된다. 안타깝게도 어린 학생들과 수많은 희생자를 내며 온 국민을 울린 진도해역에서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구조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은 제로상태와 다름없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탑승자와 사망자 숫자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오락가락했으며, 주먹구구식 구조과정을 보여줬다는 비판이 강하다. 청와대는 물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안전행정부 장관의 위기관리능력은 형편이 없었다. 공직자의 자질과 리더십의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의 구조과정에서 제대로 된 공직자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강병규 안전행정부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위장전입,농지법,세금탈루 등 상당한 도덕성 흠결이 드러났음에도 임명을 강행했다. 자질부족 인사의 임명은 결국 재난관리 엉망으로 이어졌다. 현장을 찾은 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도 실종자 유가족들에게 사과를 해야만 했다. 재난관리를 총괄부처인 안전행정부의 국장은 현장에서 기념사진 촬영파문으로 보직 해임되었다. 어처구니 없는 행태다.
공직자의 자질논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는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장관일 것이다. 임명때부터 논란이 많았던 윤장관은 결국 지난 2월 6일, 대통령에 의해 경질당했다, 올 초 여수 앞바다 기름유출사고때까지 10개월간 장관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기름유출 사고현장을 찾아 코를 막고 있는 사진이 보도돼 곤혹을 치렀다, 이어 기름유출 사고를 두고 GS칼텍스가 1차 피해자고, 어민이 2차 피해자라는 등의 황당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여당에서조차 경질론이 제기되면서 해임되고 말았다. 이처럼 자질부족의 장관이 임명되었으니 그동안 해양사고 예방은 물론 위기관리 매뉴얼 마련 등을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함량미달의 공직자가 임명될 경우 국가적으로 얼마나 손실이 크고, 국민의 희생이 뒤따르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철저한 인사검증시스템 모범
이같은 함량미달의 공직자가 임명되지 않기 위해서는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과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국회 인사청문제도는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공직자의 업무능력과 자질을 검증하기 위해 지난 2000년 2월에 국회법이 개정돼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이후 총 6차례에 걸친 법개정으로 인사청문회 대상 공직후보자들이 확대되었다. 국회법이 규정한 인사청문의 대상이 되는 공직후보자는 두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별도로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공직후보자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공직후보자로 구분된다.
현행 국회법 제46조의 3에서 규정하는 것처럼 별도 구성되는 인사청문특위에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공직후보자는 헌법상 국회의 임명동의를 요하는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3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3인)을 비롯해 대통령 당선인이 인사청문회 실시를 요청하는 국무총리후보자가 대상이다. 또한 국회법 제65조의 2에서 규정하는 국회 소관상임위원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공직후보자는 대통령이 각각 임명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3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3인), 국무위원(16인),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국가정보원장,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금융위원회 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합동참모의장, 한국은행 총재의 후보자를 비롯해 대법원장이 각각 지명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3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3인)의 후보자, 대통령 당선인이 지명하는 국무위원 후보자 등이다.
헌법에 의해 인사청문대상이 되는 경우는 국회의 인사청문결과가 대통령의 후보자 임명에 대해 구속력을 갖지만, 법률에 따른 인사청문대상자는 국회의 인사청문결과와 무관하게 대통령의 임명이 가능하다. 이러한 점 때문에 자질이 부족하거나 도덕성에 큰 결함이 드러난 공직후보자라도 대통령이 임명하는 사례가 허다한 실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인사청문제도의 문제점은 여러가지가 제기된 바 있다. 지나치게 짧은 인사청문기간으로 인한 부실한 인사검증, 후보자의 정책적 입장이나 업무적격성보다는 도덕성 검증위주, 후보자의 부실한 자료제출과 허위진술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수단의 부재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일반 국무위원의 경우 국회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를 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해당 국무위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의 인사청문 결과가 구속력이 없다는 문제도 제기된 바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검증이 집중되는 것은 사전에 청와대의 인사검증 과정이 부실하기 때문인 점도 강하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인사청문제도의 대표 운영 국가는 미국이다. 상원에서 대통령이 지명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준청문회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은 고위공직자 인준동의안을 상원에 보내기 전에 철저한 사전검증을 실시한다. 대통령의 공직자 물색은 백악관 인사실과의 협의로 시작된다. 후보자가 결정되면, 해당 부처가 후보자 검증절차에 참여한다. 대통령 법률보좌관실이 후보자 검증과정을 총괄감독한다. 여기에는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정부윤리실(OGE)이 실시한 조사가 모두 포함된다. 이 검증과정에서 후보자는 여러 종류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백악관의 법률보좌관실의 후보자 검증절차가 끝나면 대통령은 후보자 인준동의안을 상원에 제출한다.
도덕적 결함자 탈락시키는 제도개선
이에 우리나라 국회 인사청문제도의 개선방안으로 인사청문기간 확대, 인사청문 주관기간의 일원화, 인사청문 심사단계의 이원화 등 절차상의 개선방안, 후보자의 업무능력 평가를 위한 기준마련, 자료제출요구제도의 실효성 확보, 공직후보자의 허위진술 대책마련 등이 제기된 바 있다.
또한 청와대 인사검증단계에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탈세와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재산은닉, 병역기피 등 도덕적 흠결이 많은 후보자는 아예 인사검증 과정에서부터 탈락을 시켜야 한다.
공직후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인사검증을 하기 위해서는 인사청문회 절차와 방식, 자료제출, 허위진술 등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현행법에 규정된 총 20일간의 인사청문기간으로는 충분한 인사검증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인사청문기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와 상임위원회로 이원화되어 있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한편 공직후보자 심사단계의 이원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1차 예비심사와 2차 청문회 심사로 이원화화가 필요하다.
1차 예비심사에서는 후보자의 범죄경력이나 학력,경력,군경력,재산형성문제,기타 개인적 사항에 대한 서류자료를 제출받아 검증해 공직후보자로서 도성성과 적격성 등을 검토하는 방안이다. 예비심사때는 대통령실이 국회에 제출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 자료를 근거로 사실관계의 확인에 집중하는 서류심사 위주로 진행하는 방안이다. 2차 청문회 심사에서는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 정책수행능력 등 직무적합성 등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검증을 실시하는 방안이다. 또한 인사청문회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자료제출요구권이 확대되어야 한다. 또한 허위진술을 방지하기 위해 강력한 책임을 묻는 제도가 필요하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실효성 있는 인사검증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조속히 제도개선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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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목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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