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 항소심서 국보법 무죄

탈북자 지원금 부당 수령 등은 유죄

2014-04-25     오두환 기자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 유우성(34)씨가 항소심에서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다만 중국 국적의 화교 출신인 유씨가 탈북자로 위장해 각종 지원금을 수령한 행위와 여권을 부정발급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흥준)는 25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북한이탈주민의보호및정착지원에관한법률 및 형법상 사기, 여권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 유씨에게 징역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65만여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선 이 사건 수사의 단초가 되고 핵심 증거로 제출된 유씨의 동생인 유가려씨의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가려가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부당하게 장기간 구금 상태에 있었음에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상태에서 수사관의 회유에 넘어가 진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가려가 자신이 화교임을 진술한 후 국정원은 임시보호조치를 마치고 비보호결정을 해야 함에도 그때부터 171일이 지난 시점에 수용을 해제했다"며 "이는 북한이탈주민보호법이 국정원장에게 부여한 임시보호조치의 재량권을 일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유씨가 보내준 노트북을 북한 보위부에 전달해줬다는 진술을 한 외당숙의 참고인 진술서에 대해서도 "신빙성에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유죄의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유씨가 중국 국적 재북 화교라는 사실을 숨기고 정착지원금 등을 지원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유씨는 적극적인 방법으로 마치 북한이탈주민인 것처럼 가장해 장기간 적지않은 금액을 받았다"며 "또 중국 호구증을 취득하면서도 대한민국 여권을 발급받아 이를 사용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고 판시했다.

또 "유씨가 자신의 동생도 북한이탈주민으로 가장해 대한민국에 입국시킨 점 등에 비춰보면 그 죄책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유씨는 입국 후 탈북자이 성공적 정착을 위해 각종 탈북단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고 법정에서도 대한민국에 기여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지는 등 나름대로 애국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7개월 남짓 구금생활을 했고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인만 항소해 원심판결보다 불리한 형을 선고할 수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유씨는 이날 1시간이 넘는 선고공판 내내 자리에서 일어나 재판부의 말에 집중했다. 시종 무거운 표정으로 두 손을 모아 잡고 고개를 숙였다.

유씨는 선고공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변호인단, 주변 지인들이 없었으면 내가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앞서 유씨는 2004년 탈북해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국내 체류 중인 북한이탈주민(탈북자)들의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로 기소됐다.

또 정부 및 지자체로부터 북한이탈주민으로 인정받아 주거지원금, 정착금 등 총 8500여만원을 부정수령하고 자신의 신분을 속인채 발급받은 여권을 이용해 12차례에 걸쳐 중국, 독일, 태국 등을 출입국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유씨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주장하며 징역 7년을 구형했지만 1심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법과 여권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 들어간 검찰은 무죄가 선고된 유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유씨의 출입경기록 등을 증거로 제출했지만 변호인 측이 제출한 출입경기록과 다른 내용이 기재돼 논란이 일었다.

이에 재판부는 중국 측에 진위 확인을 위한 사실조회를 요청했고, 중국 정부는 주한중국대사관을 통해 검찰 측 문건 3건이 모두 위조라는 회신을 보내면서 증거조작 파문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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