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고발] LS네트웍스, 고객 무시 스타마케팅

김연아 사인 받으려면 지방 10만·서울 7만 원…지역차별

2014-04-21     박시은 기자

팬 사인회 연다더니…돈 많은 팬만 와라?
성장 둔화 돌파구 삼은 마케팅 의심↑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LS네트웍스(회장 구자용)가 김연아를 이용한 팬 사인회를 미끼로 소비자를 우롱했다는 지적이 일어났다. 팬 사인회를 개최한다고 해놓고 일정 금액 구매 고객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지난해 영업이익, 순이익에서 적자를 기록한 LS네트웍스가 김연아를 이용해 매출을 올리려는 심산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같은 팬 사인회임에도 불구하고 지역별로 구매 금액 기준을 다르게 지정해 지역 소비자 차별이라는 논란까지 가중됐다.

‘완판녀’란 연예인, 혹은 그에 버금가는 스포츠 스타들 중 특히 여성이 입고 나오는 옷과 신발 등이 완전히 다 판매되는 현상에서 생긴 말이다. 피겨여왕 김연아 역시 완판녀 중 하나로 손꼽힌다. 때문에 ‘김연아 효과’라고 불릴 만큼 그녀가 광고하는 제품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이 큰 인물로 지목된다.

LS네트웍스가 운영하고 있는 스포츠 브랜드인 프로스펙스도 김연아 덕을 본 브랜드 중 하나로 불린다. 프로스펙스의 워킹화 ‘W시리즈’ 광고모델로 나서면서 관련 제품이 주요 매장에서 품절이 되는 등 특수를 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LS네트웍스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 모델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 든다는 의혹을 사면서 논란이 됐다. 팬 사인회를 개최한다고 광고하면서 참여 가능 대상을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한 소비자들로 한정시켰기 때문이다.

팬 사인회 특성상 행사에 참석하는 이들은 사인회의 주인공을 좋아하는 팬이 대다수다. 최근 열렸던 동계올림픽의 여운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상황과 은퇴를 선언한 김연아 선수의 팬 사인회는 비교적 김연아 선수를 직접 기회가 적은 부산 시민들에게 간만의 기회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이달 초 부산에서 열린 김연아 선수의 팬 사인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10만 원 이상에 해당하는 상품을 반드시 구매해야 했다. 판매를 위한 상술로 팬 사인회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산 배경이다.

또 부산에서 개최된 팬 사인회에 참여하기 위한 조건은 10만 원으로 제시됐지만 지난 3월 서울 명동에서 실시한 팬 사인회의 참여 조건은 7만 원 이상 구매한 소비자였다.

반면 지난 3월 한 달간 삼성전자가 주최한 동계올림픽의 주역들인 김연아, 이상화 등의 선수들의 팬 사인회는 구매 조건 없이 서울 내 각 삼성 디지털 프라자 지점에서 열린 바 있다.

한 소비자 A씨는 “팬 사인회 조건이 너무 까다로웠다”면서 “김연아 선수를 직접 대면하고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을지도 모르지만 필요한 물품이 하나도 없는데 굳이 10만 원 이상 구매를 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며 사인 한 장 값으로 10만 원을 LS네트웍스에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꼬집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는 한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팬 사인회에는 참여하고 싶은데 10만 원이란 가격이 부담돼 일단 제품을 구매한 뒤 나중에 환불할까 싶기도 하다”며 구매 금액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LS네트웍스 뿐만 아니라 유명 연예인, 유명 운동선수 등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있는 대다수의 기업들이 LS네트웍스와 유사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례로 최근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남자 아이돌 그룹 ‘EXO(엑소)’가 모델로 활동하는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리퍼블릭 역시 LS네트웍스와 같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12월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엑소를 활용한 사은품을 지급하다 ‘상술이 지나치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사은품의 양이 많을뿐더러 랜덤으로 제공돼 갖고 싶은 사은품을 받기 위해서 수십만 원을 쓰는 팬들이 곳곳에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묵묵부답 LS네트웍스

이런 와중에 LS네트웍스가 김연아를 이용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로 성장률 둔화의 악재에 부딪힌 상황이 지적되기도 했다. 악화된 시장 상황 돌파구로 김연아 선수를 이용한다는 의혹이다.

LS네트웍스는 193억 원의 적자를 내면서 부진 상태에 빠져있다. 또 그동안 LS네트웍스 전체 매출의 50~70%를 차지했던 브랜드사업의 매출도 감소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LS네트웍스가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사업은 토종 브랜드인 프로스펙스 외에도 수입 브랜드인 몽벨(mont-bell), 스케쳐스(SKECHERS), 잭울프스킨(Jack Wolfskin) 등이 있다.

이 중 프로스펙스의 경우 고속 성장의 원동력으로 지목된 워킹화(W)와 런닝화(R)의 매출이 전년 대비 3.83% 감소했다. 또 향후 신발 시장의 성장률이 둔화된다는 점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나이키 등 국내에 진출한 해외 업체의 경우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어 프로스펙스의 성장세가 한 풀 꺾였다는 우려의 시선은 더욱 깊어졌다.

그 뿐만 아니라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온 아웃도어 업계의 성장도 주춤하고 있어 아웃도어 브랜드인 몽벨 역시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LS네트웍스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특히 아웃도어 브랜드의 경우 특별한 색깔을 아직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아웃도어 시장의 침체기까지 맞이해 더욱 어려울 것이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더욱이 국내 스포츠용품에 대한 소비심리가 침체돼 있어 매출 둔화를 극복하기 어려운 악재로 지목되고 있다.

때문에 LS네트웍스가 매출 신장에 도움을 주고,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광고 모델 김연아 선수를 이용해 소비들의 지갑을 열게 하려고 있다는 주장을 쉽게 지나치기는 어렵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LS네트웍스는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일요서울] 취재진이 여러차례 전화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담당자에게 내용을 전달한 뒤 연락하겠다”는 답변만 남겼다.

앞서 LS네트웍스는 “모두에게 기회를 줄 수 없어 1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물품 구매 초청 방식 이벤트다. 이윤을 남기기 위함이 아니다”고 완강하게 부인한 바 있으나 지역별로 구매 금액의 차이를 둔 이유,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 반응에 따른 고민 등 상세 사항은 결국 확인할 수 없었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