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만 국내기업 ⑮ - 동양증권

2014-04-21     이범희 기자

신용도 긍정적 변화…재기 성공까지 시간 걸릴 듯
주주대표 소송 제기…현재현 회장 등 8명 상대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증권가에는 ‘검은 머리 외국인’ 이라는 용어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투자전략으로 한국의 일반투자자처럼 주식매매를 한다. 이들의 수법은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돼 2014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국내 기업명을 혼합해 쓰지만 실제로는 외국계 기업인 경우도 있다. GM대우, 홈플러스, 맥심 등과 같이 지분 전량이 매각된 회사도 있고, 에쓰오일처럼 지분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기업에 매각된 사실상의 외국계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국내 기업으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명이지만 지분은 외국계인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그 열 다섯 번째로 동양증권(사장 서명석)이다.

지난해 9월 말 불거진 동양그룹 사태로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던 동양그룹 일부 계열사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부수혈이 아닌 외부수혈이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금융계열사인 동양증권은 자사의 지분 27.06%를 보유하고 있던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셜이 1100억 원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을 갚지 못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악재를 만나야 했다.

최악의 경우 동양증권이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지면서 고객 자금 이탈이 가속화 됐다.

동양사태 이후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회사채·CP 투자자들이 ‘불완전판매’ 등을 주장하며 동양증권에 배상을 요구하는 등 강력한 항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돌파구 찾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라는 말이 업계에 퍼질 정도로 동양사태에 따른 동양증권의 앞날도 그리 밝지 못했다. 현재 동양증권의 신용등급은 투기등급인 BB+(부정적)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동양사태 여파로 인해 A+(안정적)에서 대폭 하향 조정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대만의 유안타증권이 동양증권 인수에 관심을 나타냈다. 유안타증권은 대만 증권업계 리딩 컴퍼니(Leading Company)로서 약 3조5000억 원의 대규모 자기자본과 높은 신용등급(AA-)을 갖춘 회사다. 2004년 LG증권 인수 실패 이후 계속해서 국내 증권사에 군침을 흘리던 회사다.

군침흘리던 외국계證 결국 국내 진출

법원의 조기매각 허가로 동양증권의 재기는 더욱 급물살을 탔고 결국엔 유안타증권이 지난 3월 중순께 동양증권의 인수 본계약까지 마치는 계기가 마련됐다.

국내 타진 10년 만에 한국진출 꿈을 이룬 셈이다. 또 한편으로는 국내 기업 하나가 외국계 자본에 무너진 셈이기도 하다.

오는 5월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면 동양증권은 영업력 회복과 유안타증권과의 시너지 확대로 옛 명성을 다시 찾겠다는 방침이지만 이젠 국내 기업이 아닌 외국계 기업이다.

동양증권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정기주총을 열고 신주 7142만8000여 주를 발행해 제3자 배정방식으로 인수자에게 1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신주발행가액은 2100원이며 제3자 배정대상자인 유안타증권이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되면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앞서 유안타증권은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이 보유한 동양증권 지분 27.06%(1250억원)를 사들이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하지만 동양증권은 지분 27.06%를 인수한 유안타증권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불안하다고 판단하고 유안타증권에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를 제안했다.

불황 증권업계 촉매제될까

이번 인수가 증권업계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동양증권 매각은 해외 증권회사가 국내 증권업계로 진출하게 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불러일으켰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증권사들이 새 주인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매각이기 때문이다. 현재 M&A 시장에는 현대증권, 이트레이드증권, 아이엠투자증권 등의 증권사가 매물로 나와 있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양증권 입장에서는 주인 없는 상태로 계속 가게 되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였는데 주인이 정해졌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면서도 “유안타증권이 동양증권을 인수했다고 해서 동양증권이 과거 수준을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아 재기에 성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동양증권 소액주주 8명은 4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비롯해 사외이사, 감사위원 등 8명을 상대로 “동양증권에 1조3203억 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의 주주대표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동양증권은 어떤 회사

1962년 6월 일국증권(주)으로 설립한 뒤 1980년 유가증권 위탁판매, 1982년 유가증권 매매 등의 허가를 얻었다. 1985년 6월 동양증권(주)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1986년 사채모집 수탁업무 허가를 얻은 데 이어 양도성 예금증서의 매매, 외국에서의 증권업 등의 인가를 받았으며, 1988년 1월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다. 2001년 4월 6월 투자자문업 등록했으며, 10월에 동양현대종합금융(주)을 흡수합병하고 12월에 동양종합금융증권(주)으로 상호를 변경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2002년 10월 증권·종금 통합시스템을 개설하고 11월부터 웰스매니지먼트(WM) 사업을 본격적으로 실시하였다. 2005년 10월 동양오리온투자증권(주)을 흡수합병했으며, 2008년 장외파생금융상품 거래업무 겸영과 금융투자업(투자매매업·투자중개업·신탁업) 인가를 받았다. 2009년에는 일본 도쿄사무소와 홍콩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2010년 동양선물(주)을 흡수합병했으며, 2011년 12월 지금의 상호로 변경했다.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