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위기설
구조조정 압박…매듭 못 짓는 기업 감사 막후
4년 만에 연간영업이익 1조 원 이하로 하락
승승장구했는데…취임 첫해와 다른 행보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사진)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삼성그룹이 ‘2020년 매출 31조 원’ 목표를 실현할 적임자로 내세우며 주목받았던 취임 첫해와는 달리 삼성중공업의 실적쇼크, 그룹 차원의 고강도 경영진단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4.2% 감소한 9142억 원을 기록했다. 2009년 이후 4년 만에 삼성중공업의 연간 영업이익이 1조 원 이하가 된 것이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2.4% 증가해 14조9345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 하락으로 영업이익률은 8.3%에서 6.2%로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봐도 179억 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당기순이익도 2012년 7964억 원에서 6322억 원으로 20%가량 감소했다.
해외법인에서도 237억 원의 적자가 났다. 안팎의 경영이 모두 악화돼 곤혹스러운 처지가 된 것이다.
업계는 삼성중공업이 세계 조선 경기가 침체되던 2011년 이후 지속해온 저가 수주에 대한 결과가 최근 실적에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또 삼성중공업이 주력으로 삼는 해양플랜트는 미국 셰일가스 개발 붐이 일어나는 등 전망이 그리 밝지 않아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만족할 만한 경영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된 경영진단도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2002년 이후 12년 만에 시작된 그룹 차원의 경영진단인 만큼 삼성중공업의 사업개편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경영진단이 지난 2월 시작될 시점만 해도 두 달여 간의 기간으로 일정을 잡았지만 현재까지도 진행 중에 있다. 경영진단팀이 100여 명의 대규모로 꾸려진 상태에서 감사가 장기간 동안 진행되자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 임직원 비리 정황을 캐낼 목적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검찰 등 사정기관에 의해 비리 실태가 드러나기 전에 그룹 차원에서 찾아내 서둘러 조취를 취한다는 설명이다.
또 삼성그룹 경영진단팀의 성격상 사업수주 과정과 금액, 진행 상황을 등을 면밀히 따져 사업성을 원점부터 재검토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상황은 폭풍전야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계륵 취급받던 건설 행방 어디로
이에 박 사장은 지난달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 개선을 통해 낭비 요소를 줄이겠다”며 긴축경영을 선언했지만 책임 논란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박 사장이 조선업계 연봉킹에 올랐기 때문이다. 박 사장의 지난해 연봉은 16억3800만 원으로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두배에 달했다. 이 중 급여는 4억9200만 원이다. 금융감독원의 개인별 보수지급금액 공개 기준인 5억 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상여금 2억6500만 원, 기타근로소득이 8억81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삼성중공업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박 사장은 추석상여, 목표인센티브, 성과인센티브가 포함된 상여금을 모두 받은 것이다. 기타근로소득은 삼성중공업의 임원처우 규정에 따른 일회성 특별 상여 및 복리 후상으로 구성됐다.
이처럼 안팎으로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어 감사가 끝난 후 구조조정이 시작될 거라는 압박도 커진 모양새다. 경영진단이 끝난 뒤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편이 있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특히 서울 사무소를 조선소가 위치한 경상남도 거제시로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이 주목받고 있다. 올해 초 경영지원 관력 인력은 거제시 본사로, 설계 연구 인력은 경기도 성남 판교 R&D센터로 옮기는 방안이 검토된 바 있으나 그룹에서는 조선해양 영업실, 전략구매실 등 주요 사업 부문을 모두 거제로 옮기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현재 삼성중공업의 임직원 200여 명이 있는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타워 7개 층 사용에 대한 임대료 부담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만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취지인 셈이다.
또 최근 삼성그룹이 구조 개편 과정에 있어 구조조정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삼성SDI와 제일모직,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 합병 다음 타자가 삼성중공업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그동안 ‘계륵’으로 불리던 건설 부문의 사업 비중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어서 건설 부문의 합병이 있을 거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건설 부문 등 비핵심 부문을 정리하고 조선·해양 부문을 중심으로 조직을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이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현재 삼성그룹 내 건설업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도하고 있고, 삼성에버랜드, 삼성중공업과도 발을 걸치고 있는 상태다. 만약 합병이 실시된다면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부터 합병한 후 삼성중공업의 건설사업부를 분리 통합하며 삼성중공업 몸집 줄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에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경영진단이 아직 진행 과정에 있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단언할 수 없다”면서 “모든 계획과 떠도는 이야기들은 경영진단이 끝나야 확실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박대영 사장의 책임론, 위기론도 떠도는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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