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시계제로에 놓인 ‘여의도’

“그대로 멈춰라” 대한민국 눈물에 ‘올스톱’

2014-04-21     박형남 기자

“인지도 올릴 주요일정 무산” 애 타는 ‘넘버2’ 후보들
“산소통 메고 갈 것 아니라면…” 현장 방문 자제령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세월호 여객선 침몰 참사’. 수학여행에 나선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 등 476명이 탄 여객선이 16일 전남 진도에서 침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계각층의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방송·영화·가요계에서는 희생자 및 유족 애도에 동참하기 위해 주요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그러나 정부의 미흡한 대처에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권은 지금, 이번 사태에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지난 16일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로 정치권의 6·4 지방선거 일정 등 대부분의 정치일정이 멈췄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변수가 될 것으로 보였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사퇴 논의, 기초연금법을 비롯한 민생법안 처리 등 국회를 달궜던 이슈들이 자취를 감췄다. 여야는 정치일정을 중단한 채 이번 사고의 진상규명과 후속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지방선거 후보자들도 선거사무소 개소식 등을 미루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여야, 불똥 튈라 ‘조심 모드’

일단 새누리당은 ‘조심 모드’ 속에 세월호 침몰 사고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소속 국회의원 및 당직자들에게 골프금지령 등 언행자제 지시를 내렸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생중계 예정이었던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했지만 사고 여파에 따라 녹화 방송으로 바뀌자 아예 방송 중단을 요청했다. 또 서울시장·경기지사 경선 후보 TV 토론회 역시 연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신중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일정을 취소한 채 신속한 사태 수습을 강조했다. 국회 농해수위·안행위·교문위 소속 위원으로 구성된 ‘여객선 침몰사고 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당 차원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대책위는 의원들이 트위터 등에서 여객선 침몰사고와 관련한 게시물을 올릴 때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또 상황실을 설치해 전남도당 당직자들을 중심으로 현장지원단을 만들어 구조 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다. 김한길 대표도 오는 18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를 미뤄달라고 주최 측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전반적으로 각 당의 내부 경선 등 지방선거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선거 날만 빼고 모든 일정이 조정되거나 연기된 것.

특히 여야는 인명 구조 등 사고 수습이 최우선인 점을 감안해 말은 하지 않지만 이번 사고가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실제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는 6·4 지방선거에 출마한 ‘넘버 2’ 후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김황식 전 총리,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정병국 의원, 부산시장 예비후보인 서병수 의원 등 2위권 후보들의 일정에 변화가 생겼다. 1위 후보를 따라잡아야 할 상황에서 ‘세월호 여객선 침몰’ 참사로 인해 사실상 선거운동을 중단해야만 하는 정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마찬가지다. 경기도지사 경선에 출마한 원혜영 의원, 김상곤 전 교육감 측은 당황스러운 입장이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김진표 의원과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도 학생들을 태운 배가 침몰해 모든 관심이 안타까운 사고 현장으로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캠프에서 활동 중인 한 인사는 “인지도를 올려야 하는데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올스톱이 됐다. 현재로서는 후보의 이름조차 거론되는 것도 부담스럽다”며 입조심하고 있는 형국이다.

당 지도부도 모든 일정을 중단한 채 앞 다퉈 현장을 방문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유기준 최고위원, 안효대 당 재해대책위원장 등 지도부는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대표도 의원총회 도중 문병호 비서실장, 금태섭 대변인, 김영환·백재현·김영록·부좌현 의원 등과 함께 현장을 찾았다.

안 대표는 공항으로 이동하던 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희망을 잃지 말고 실종자들을 모두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열심히 수색작업을 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정치인들의 방문으로 가뜩이나 정신없는 사고현장에 더욱 혼란을 줄 수 있고, 구조 작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의원의 경우 뜻하지 않게 ‘특혜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논란의 핵심은 사고해역에 갈 것을 수십 차례 요구한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는 묵살했다. 반면 이 의원은 현장에 도착한 뒤 곧바로 경비정을 타고 사고해역으로 향했다는 것.

이에 대해 이윤석 의원 측은 “다른 의원들이 팽목항에서 학부모들을 일일이 만나며 위로하고 있었다. 이러던 중 학생 가족들이 ‘구조작업은 안하고 기름방제 작업만 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래서 항구에서 두시간 걸리는 현장까지 가족이나 잠수부, 장비를 싣고 연락선 개념으로 다니는 배를 밤 11시15분 경에 탔다”며 “학부모 대표격 여성 한 분도 같이 탔다”고 해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 방문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에게 ‘여객선 침몰 사고현장 방문 자제 협조’ 문자를 보냈다. 최 원내대표는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로 수색·구조 작업이 촌각을 다투고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의 무차별적인 현장방문은 사고 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며 “의원님들께서는 중앙당이나 상임위 차원의 공식적인 방문 이외에는 당분간 구조현장 및 현지 사고대책본부 방문을 자제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당분간 선거활동은 자제해주시기 바라며 또한 언행에 각별히 유념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사고 현장을 찾는 정치인들을 향해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노 전 대표는 “산소통을 메고 구조 활동할 계획이 아니라면 정치인, 후보들의 현장방문, 경비함 승선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행사 잇따라 취소

여야가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로 모든 일정을 중단한 가운데 국회사무처도 국회 차원의 각종 문화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따라서 19일 녹화될 예정이었던 ‘KBS 전국 노래자랑’이 연기됐다. 20일 국회운동장에서 열릴 ‘3부 축구대회’는 취소했다.

이 외에도 친절한 국회를 만들기 위해 패용했던 ‘국회 스마일 배지’도 전국민의 애도 물결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당분간 패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임병규 사무총장직무대리는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에 심심한 위로를 표한다”면서 “국회도 실종자의 조속한 구출과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문화행사 취소 등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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