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정한 父, 2세 아들 사망하자 쓰레기 봉투에 유기

2014-04-14     이지혜 기자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지난 13일 2세 아들의 시신을 쓰레기봉투에 넣어 유기해 경찰에 긴급체포된 아버지 정모(22)씨는 자신이 게임을 하는 동안 집에 혼자 놔둔 아들이 숨지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을 수사해 온 대구동부경찰서는 14일 오전 동부경찰서 소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씨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할 방침을 밝혔다.

권창현 동부경찰서 형사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온라인 게임중독자인 정씨가 PC방과 찜질방을 전전하는 동안 아이를 먹을 것도 없는 집 안에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경북 구미시의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던 정씨는 지난 2월24일부터 열흘 간 집을 비운 뒤 지난 3월7일 오후 집에 돌아갔을 때 아들이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에도 정씨는 아들의 사체를 그대로 집 안에 방치한 채 약 보름동안 PC방과 찜질방을 전전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사체가 부패되면서 냄새가 심해지자 정씨는 담요에 사체를 싸서 베란다에 내놨다가 지난 11일 100ℓ 쓰레기봉투에 넣어 자신의 집에서 약 1.5㎞ 떨어진 빌라 앞 쓰레기장에 유기했다.

경찰 조사에서 정씨는 "부동산에 전세계약으로 집을 내놓은 상태였는데 세입자들이 들어와서 범행이 들킬까봐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의 행각은 별거 중이던 부인 A(21)씨가 아들의 행방을 물어보면서 꼬리가 잡혔다.

당시 정씨는 "동대구역에서 아들과 함께 노숙을 하던 중에 잃어버렸다"고 무마했으나 A씨가 동부경찰서에 실종신고를 내 본격적인 조사가 착수됐다.

이 과정에서 정씨는 "구미대교에서 아들과 같이 투신을 했으나 나 혼자만 헤엄을 쳐서 빠져나왔다"고 하는 등 진술을 오락가락하다가 결국 자신이 아들을 숨지게 해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권창현 형사과장은 "정씨는 만 26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아무도 없는 집에 열흘 간 혼자 있으면 숨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정씨에 대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