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만 국내기업 ⑭] 네슬레코리아
매출 하락에 토종기업서 철수 외국계 대주주 등극
태생부터 외국계기업 아닌 농어촌개발공사와 합작사
두산 지분 매각하면서 외국계자본 100% 기업 돼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증권가에는 ‘검은 머리 외국인’ 이라는 용어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투자전략으로 한국의 일반투자자처럼 주식매매를 한다. 이들의 수법은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돼 2014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국내 기업명을 혼합해 쓰지만 실제로는 외국계 기업인 경우도 있다. GM대우, 홈플러스, 맥심 등과 같이 지분 전량이 매각된 회사도 있고, 에쓰오일처럼 지분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기업에 매각된 사실상의 외국계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국내 기업으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명이지만 지분은 외국계인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그 열 네번째로 네슬레(대표 그래엠 토프트)다.
한국네슬레는 1979년 농어촌개발공사와 스위스 식품회사인 네슬레가 합작해 만든 한서식품이 모태다. 이후 1987년 두산그룹과 다시 합작해 한국네슬레를 만들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는 네슬레사가 전액 투자한 한국 네슬레가 설립됐다.
‘네슬레’란 기업 이름은 1977년 채택됐다. 1900년대 초반에는 미국과 영국, 독일, 스페인에 공장을 두었으며, 1904년 초콜릿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1차 세계대전 중 유제품 납품 계약을 정부와 체결하면서 전쟁이 끝날 무렵 네슬레의 생산량은 거의 두 배가 됐다. 2차 세계대전을 통해 1938년 출시된 ‘네스카페’가 널리 알려지게 됐다. 네스카페가 미국 군대의 주 음료로 소비됐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말기 네슬레는 성장을 거듭하며 1947년 식품업체 매기(Maggi)를 인수한 것을 비롯해 연이어 동종업계를 인수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국내 진출 초기 ‘쎄레락’이라는 아기 이유식 브랜드로 인지도를 넓힌 한국네슬레는 1980년대 말부터 커피와 크리머 공장을 건설해 관련 산업을 구축했다.
네슬레는 국내 진출 30년 동안 ▲테이스터스 초이스 ▲네스카페 ▲커피메이트 ▲네스퀵 등 인지도 높은 식음료 브랜드를 탄생시켜 관련 산업의 한 축을 이뤘다.
특히 스위스 네슬레는 지난 1996년 합작 파트너이던 두산그룹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사업 철수를 원하자 관련 지분을 모두 매입해 한국 사업을 고수했다.
당시 신문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두산그룹은 같은 해 8월 합작투자사인 ㈜한국네슬레의 보유주식 1백53만9000주를 스위스 네슬레 본사에 2백35억 원에 매각, 1백16억 원의 특별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두산그룹의 한국네슬레 보유주식은 계열사인 OB맥주가 13만9000주, 두산건설이 60만주, 두산음료가 10만주, 두산유리가 63만주,두산식품이 7만주를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두산 측은 “(당시) 사업구조조정계획에 따라 경영권이 있는 사업에 주력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그룹이 가지고 있던 한국네슬레 지분 17.8% 전량을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다국적 기업 네슬레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고객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세계 85개국에 508개 공장과 25만 명의 직원을 보유하며 140여 년의 명성을 이어왔다.
주요 사업은 ▲인스턴트식품 등의 제조·거래·판매 ▲식품 제조·판매 및 수출입 ▲커피, 크리머, 음료, 영유아식, 제과류 등을 생산·판매한다.
끊임없이 나도는 매각설 “사실무근”
한국네슬레는 2007년만 해도 커피믹스 시장에서 16.8%의 점유율로 굳건한 2위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동서식품에 계속 점유율을 내주며 2008년 16.7%, 2009년 14.9%, 2010년 13.2%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2010년 말 새로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한 남양유업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한국네슬레는 한 자릿수로 점유율이 떨어졌다. 급기야 한국네슬레는 3위로 밀렸다. 2012년 연간기준으로 남양유업이 12.5% 점유율로 네슬레(5.1%)를 앞선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한국네슬레의 월간 점유율은 매번 5%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09년 풀무원홀딩스가 한국네슬레 인수 추진에 나섰고, 이에 한국네슬레 노조가 강력 반발하며 거래는 무산됐다.
최근까지도 이마트가 한국네슬레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과 한국네슬레가 커피믹스를 포함한 리테일사업부(커피·음료·제과·커피머신 등) 제품 판매 대행을 ‘믹스 4위’ 롯데칠성음료 등 외부에 맡길 것이라는 루머가 계속 돌고 있다. 그러나 한국네슬레를 포함한 이해 당사자들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