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미스터리’…국민·우리은행이 잡은 긴장의 끈
일본발 부당대출 후폭풍 어디까지
교포영업의 그늘…현지 브로커ㆍ리베이트 관행 커져
전임 회장 어윤대ㆍ이팔성 비자금 논란으로까지 확산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국내 은행들의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관련한 인사들이 잇달아 자살하면서 이른바 ‘도쿄 미스터리’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은 우리은행 전 도쿄지점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앞서 국민은행 도쿄지점 현지채용 한국인도 지난해 조사 도중 자살한 바 있어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우리은행에서 도쿄지점장을 지냈던 우리금융지주 자회사 김모 임원이 지난 8일 자신의 차에서 불타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직전 모친의 묘소를 방문하고 가족들에게 유언에 가까운 문자를 보낸 것으로 볼 때 자살로 추정된다.
김모 임원의 자살은 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의 도쿄지점도 부당대출 의혹이 불거지며 금감원이 해당 관계자들을 조사한 후였다. 금감원은 김모 임원의 자살에 따라 도쿄지점의 부당대출과 관련한 검사를 일시 중단했다.
국민은행의 경우에는 도쿄지점에서 현지채용한 한국인이 지난해 12월 16일 은행 서고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공교롭게도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로 한ㆍ일 양국 금융당국이 합동조사에 들어간 첫날이었다.
영원히 입 닫은 두 명의 인사
애초 국민은행 도쿄지점에서는 1700억 원대의 부당대출, 100억 원대의 비자금이 포착됐다. 그러나 추가적인 검사 결과 그 규모는 총 5000억 원대인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은행의 경우에도 검사 초반인 현재 700억 원대의 부당대출을 밝혀냈지만 향후 규모가 더 커질 개연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도쿄 미스터리는 현지지점 특유의 교포영업과 이에 따른 브로커 및 리베이트 관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 대부분의 국내 은행은 현지에 진출하면 일단 토종 현지인보다는 교포들을 상대로 공략에 나선다. 현지 은행들의 입장에서 재외국민인 교포들은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쉽게 포문을 열어주지 않는 점을 노린 것이다.
물론 국내 은행들이 현지인을 상대로 영업해도 외국계라는 이유로 배제되는 것 역시 한몫 한다. 특히 도쿄의 경우 국내 금융이 가장 활발하게 진출한 곳임에도 국내 은행들은 사실상 저축은행 정도의 입지에 머물러 있다는 전언이다. 결국 교포들을 상대로 제2금융권에 가까운 금리를 써서 영업을 펼칠 수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국내 은행들의 현실이다.
이와 같이 교포영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에 가까운 데다 여기에 수반되는 현지 브로커와 리베이트 관행이 부당대출의 덩어리를 불렸다. 현지 브로커들이 대출자를 연결해주고 이에 대한 리베이트가 오갔으며 일부는 비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 기준에 미달하는 담보도 튼실한 부동산으로 탈바꿈했으며 휴면 법인에도 대출이 승인됐다.
결국 현지지점의 일부 직원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조직적인 범죄로 커갔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관측이다. 이는 현지뿐 아니라 국내 본점과도 연결되면서 어윤대ㆍ이팔성 등 전임 지주사 회장들의 비자금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어 전 회장과 이 전 회장은 도쿄지점을 상당히 자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로부터 현지지점 파견이 승진의 지름길로 굳어진 이유도 불법자금 조성으로 권력자와의 유착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이라는 후문이 돌 지경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단 일본뿐 아니라 국내 은행의 여타 해외지점에서도 이와 같은 부당대출이 행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불법자금 일부가 국내에 유입된 만큼 전임 지주사 회장 등과 관련한 조사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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