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 오리온 회장 고액 배당금 추적

순이익 25억, 배당금 150억 챙겨준 아이팩의 실체

2014-04-14     강휘호 기자

위장 계열사에서 알짜 자회사로 탈바꿈
“개인 금고아니다…철저히 대응할 것”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담철곤 회장을 향한 도덕적 비판이 어느새 몇 달째 날을 세우고 있다. 그가 2011년 회사 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후부터 끊임이 없다. 그동안 오리온 그룹은 주요 사업은 물론 자사의 제품 가격 정책과 같은 작은 부분마저도 세간의 도마 위에 올라 도덕성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야말로 담 회장이 발걸음을 뗄 때마다 모럴해저드 논란이 그림자로 따라붙는 모습이었다. 아울러 이번엔 자회사에서 받은 배당금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담 회장의 도덕성엔 정말 문제가 많은 것일까. 이번 배당금 논란을 들여다봤다.

2011년 검찰은 담 회장에게 법의 잣대를 들이댔다. 당시 검찰 기록과 언론 보도의 내용을 살펴보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이중희)가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담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담 회장은 그룹 전략담당 사장 조모씨와 온미디어 전 대표 김모씨 등을 통해 위장계열사 임원에게 월급이나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꾸며 38억여 원을 횡령하는 등 300여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아울러 담 회장은 위장계열사 자금 19억 원을 이용해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와 포르쉐 카이엔 등 고급 승용차를 리스해 자녀의 통학용으로 사용한 혐의, 계열사가 소유한 시가 100억 원대의 그림에 대해 임차료를 내지 않고 자신의 집에 걸어둔 혐의도 있었다.

또 검찰은 담 회장과 함께 비자금 조성에 가담한 온미디어 전 대표 김모씨와 위장계열사 아이팩의 대표 김모씨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담 회장의 부인인 이화경 사장(현 부회장)은 입건 유예로 처리했다.
그런데 과거 기록 중 위장계열사 혹은 아이팩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아이팩은 담 회장이 1988년 인수해 한동안 위장 계열사로 운영하던 회사다. 비자금 사건의 중심에 서 있던 회사도 아이팩이다.

횡령 사건부터 예고된 일?

더군다나 이번에 담 회장이 고액의 배당금을 받아 논란이 된 자회사 역시 아이팩이다. 비자금 조성을 돕던 위장계열사가 어느새 담 회장 손에 현금을 두둑하게 쥐어주는 자회사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계속 똑같은 회사로 인해 담 회장의 도덕성이 치명타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팩은 과자 포장지 제조회사로 지난해 매출 403억 원, 순이익 24억8400만 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81%는 오리온그룹 계열사를 통해 발생했다. 아이팩이 공개한 2013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팩은 전체 발행 주식 중 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53.33%인 18만4000주에 대해 주당 8만20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덕분에 담 회장은 아이팩에서 150억8800만 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나머지 46.7%의 지분은 아이팩의 자회사인 프라임링크인터내셔널이 상호출자 방식으로 보유해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담 회장은 횡령으로 회사에 변제한 금액을 작년 한 해에 연봉과 배당을 통해 회사로부터 다시 받아낸 꼴이다. 앞서 대법원은 담 회장에게 “회사 돈 300억 원을 유용했지만 피해를 변제했고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5년을 확정 판결한 바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이팩에 대해 ‘재벌들의 캐쉬카우 역할을 하는 비상장법인의 전형’이라든가 ‘담 회장이 개인 금고와 같은 자회사를 통해 회사에 변제했던 금액을 그대로 받아 간 것’이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순이익이 25억 원인 회사가 배당한 금액으로 150억 원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비판여론에 한몫 하고 있다.

연봉도 킹…합치면 300억 원

다만 오리온 측은 이러한 목소리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할 것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오리온 관계자는 “아이팩이 25년간 쌓아둔 이익잉여금도 배당에 포함돼 액수가 올라간 것이다. 비핵심 업종인 포장재 사업을 줄여 나가고자 아이팩의 전북 익산 공장을 처분한 부분도 마찬가지”라며 “배당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담 회장의 도덕적해이 논란과 관련해선 “비자금 사건은 개인적인 사건이었으므로 할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아이팩이 개인금고가 아니냐는 부분에 대해선 “절대 맞지 않은 표현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개인 금고’라는 단어가 나오는 출처는 반드시 파악해 철저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미 많은 언론 등지에서 지적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켜볼 법한 대목이다.

한편 담 회장은 앞서 지난해 주력 계열사인 오리온으로부터 연봉 53억9100만원을 받아 대기업 오너 연봉 순위 9위에 올랐다. 고(故)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차녀인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도 작년 오리온으로부터 연봉 43억7900만원, 배당금 25억9600만원을 받았다.

유통·식품업계 오너로 범위를 좁히면 담 회장과 이 부회장 부부는 최고의 연봉을 받은 인물이다. 더불어 담철곤 회장 부부의 두 자녀는 각각 950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연봉과 배당금을 모두 더하면 300억 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지난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 올해부터는 공시의무대상에서 제외돼 앞으로 그의 연봉은 알 수가 없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집행유예를 받을 때 ‘담 회장이 향후 윤리경영과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다짐하고 있어 개전의 정이 있어 보인다’고 했던 대법원의 판결이 무색해지는 배경이 됐다.

초고액 배당을 내놓은 자회사, 일감을 준 오리온, 오리온의 주주 중 이득을 본 건 담 회장이 유일하다. 이번 사태가 오리온과 담 회장이 그동안 스포츠토토 새 사업자 선정 논란과 초코파이 불매 운동 등의 움직임이 왜 일어난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계가 될지도 주목된다.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