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박이’ 씨티은행장 자리보전 언제까지
정보유출ㆍ구조조정ㆍ한국철수설 삼중고
수익성 악화…행장은 5연임해도 행원들은 명예퇴직
연봉 논란되자 삭감 후 퇴직금 높여…내부 반발 거세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구조조정을 둘러싼 갈등과 고객 정보유출 2차 피해로 사면초가에 처했다. 씨티은행은 지난 8일 전국 영업점 190곳 중 56곳을 통폐합한다고 밝히면서 노사 대립에 직면했다. 연이어 9일에는 유출된 고객정보가 보이스피싱 대출사기에 이용됐고 10일에는 기존에 유출된 정보 3만4000건 외 추가적으로 1만건이 더 빠져나간 것이 확인됐다. 이로 인해 5연임으로 국내 최장기 은행장 기록을 수립하고 있는 하영구 씨티은행장의 입지도 흔들리는 상황이다.
그간 씨티은행은 국내 영업점 수를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2004년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할 당시 영업점 수는 238개였다. 하지만 현재는 190개로 이번 통폐합이 끝나면 134개로 대폭 쪼그라든다. 10년간 무려 100여 개가 줄어드는 셈이다.
통폐합이 예정된 영업점들은 다음 달부터 1주일에 10여개씩 폐쇄된다. 표면적으로는 디지털뱅킹 활성화로 고객들의 영업점 방문이 줄어 점포 합리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씨티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개선하기 위한 구조조정이라는 눈길이 강하다.
인수 10년 만에
지점 100개 없애
영업점 통폐합에 이어 임직원 역시 650여 명가량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 노조는 일방적으로 폐쇄안을 발표한 사측에 대해 강하게 반발 중이다. 앞서 씨티은행은 2012년에도 200여 명에 달하는 직원을 명예퇴직 형태로 감축한 바 있다.
이처럼 씨티은행의 국내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음에도 영업점과 인력을 대거 줄이는 데 대한 의혹은 끊이지 않는다. 물론 씨티은행 측은 단순한 영업점 축소일 뿐 한국시장 철수가 아니라며 부인하는 중이다.
하지만 씨티금융지주가 같은 외국계인 스탠다드차타드(SC)금융지주와 더불어 국내에서의 몸집을 줄이는 모습은 눈에 띄게 포착되고 있다. 씨티금융은 지난해 말 씨티금융판매서비스(CFSK)를 정리해 씨티은행에 통합하겠다고 밝히며 자회사를 하나 더 줄였다. 이로써 현재 씨티금융에 남은 자회사는 씨티은행과 씨티캐피탈 단 두 곳뿐이다.
또한 씨티은행은 최근 해외계좌납세순응법(FATCA)에 따라 일부 고객정보를 해외로 이전하면서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한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이는 국내 고객 중 미국 과세당국에 납세 의무가 있는 고객을 분류해 단순 신고하는 것이었음에도 씨티은행의 한국철수설과 맞물려 파장을 일으켰다.
게다가 씨티은행이 서울 청계천 인근의 본점을 여의도 IFC로 이전한다는 소문은 한국철수설을 더욱 부추겼다. 씨티은행이 소유한 본점 건물을 매각한다면 이는 곧 타 글로벌 금융사들처럼 국내 부동산을 정리하고 결별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기우였다. 이 역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었지만 현 상황에서는 씨티은행의 지점축소 및 인력감축과 맞물려 금융권을 강하게 흔들기에 충분했다.
설상가상으로 씨티은행에서 유출된 고객정보를 악용한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도 9일 발생했다. 씨티은행 측은 이와 관련한 피해를 전액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여론은 이미 돌아선 후였다.
더불어 기존에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고객정보 3만4000건 외에도 추가적으로 1만건이 빠져나간 것이 10일 확인되면서 씨티은행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형국이다.
시장점유율 하위
행장 연봉은 탑
결국 하영구 은행장이 5연임하며 이끌어 온 씨티은행의 총체적 문제가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하 행장의 자리보전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하 행장이 한미은행장에서 계속 씨티은행장으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과 관련해서도 후문이 돌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하 행장이 미국 씨티그룹에 돌아가는 배당을 확실히 지켜주는 등 씨티그룹 본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외국계 금융의 해외 본사 배당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시가 굳건한 상황에서도 변함없어 더욱 신뢰를 쌓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해에도 씨티그룹 본사는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의 수익성이 가장 낮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하 행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5연임시켰다. 대신 대대적인 지점축소나 인력감축으로 비용을 줄여 낮아진 이익을 메우겠다는 태도로 국내에 잔류한다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하 행장의 연봉은 씨티은행의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매우 건재했다. 하 행장의 지난해 연봉은 28억8700만 원으로 국내 은행권 최고경영자(CEO) 중 가장 많은 액수를 기록했다. 물론 일부 은행의 경우 성과급을 포함하지 않은 연봉을 공개해 이를 모두 합치면 하 행장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단서가 붙는다.
고액연봉 논란이 이어지자 씨티은행은 행장 연봉을 현재보다 30% 낮추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퇴직금 산정 기준은 ‘퇴직 당시 기본급’에서 ‘매년 당해 기본급’으로 변경하며 또다른 논란을 빚었다. 연봉은 낮춰도 퇴직금 액수를 사실상 높여 이를 채우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노조는 “은행장 연봉은 비정규직 10년차 직원이 한 푼도 쓰지 않고 100년을 저축해야 하는 금액으로 직원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구조조정 및 임단협과 관련해서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완료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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