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낮아질수록 이득 보는 이상한 기업공개
BGF리테일 둘러싼 악재 홍석조 회장은 웃고 있다?
업계 1위 자리 내주고 부채비율은 높아져…
오히려 마음 편한 사측? “문제될 것 없다”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일반적으로 주식 상장을 앞둔 기업들은 자본조달을 위해 공모가를 높게 책정하는 데 열을 올린다. 그런데 올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분류되는 BGF리테일(회장 홍석조)의 경우는 다소 의아한 모습이다. 오히려 공모가가 낮아질수록 좋다는 표정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룹을 둘러싼 악재에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의 속내가 점점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BGF리테일은 지난 2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5월 상장을 목표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공모예정가가 4만1000원과 4만6000원 사이임을 감안하면 상장 규모는 최대 2800억 원 수준으로 보인다. 일본 훼미리마트가 보유한 616만30주(25%)를 전량 구주매출 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또 시장은 시가총액이 1조 원을 넘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상장 예정일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5월 셋째 주에서 넷째 주 사이를 바라보고 있다. 박재구 BGF리테일 사장은 상장과 관련해 “편의점 토종 브랜드로 해외진출 기회창출을 위한 예정된 절차이자 종합유통서비스 그룹의 도약을 위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적신호 들어왔나
하지만 상장을 앞두고 투자매력에 의문이 생긴다는 지적도 다소 존재한다. 먼저 BGF리테일이 지난해 매출과 수익성에서 1위 자리를 GS리테일에 내줬다는 점이 주목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편의점 BGF리테일은 지난해 개별기준 매출 3조761억 원을 기록했다. 반대로 BGF리테일에 밀려 항상 2위에 머물렀던 GS리테일은 지난해 편의점 사업 부문 매출 3조2194억 원을 기록했다.
매장 확장면에서도 밀렸다. 지난해 GS25의 매장수는 전국적으로 562개 순증가했다. 같은 기간 CU의 매장수는 2개점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처럼 라이벌들의 맹추격도 거슬리는데 부채비율도 문제다. BGF리테일이 상장을 통해 2대주주인 일본 훼미리마트와의 결별절차에 돌입하면서 과거에 맺었던 옵션 계약이 부채비율을 올려놨다. 결과적으로 최근 1년 사이 BGF리테일의 부채비율은 135.75%에서 411.88%로 급증했다.
두 회사 사이에 맺어진 옵션계약에 따르면 BGF리테일은 오는 7월31일까지 상장을 완료하지 않을 경우 위약금을 주거나,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BGF리테일은 지난해 IFRS로 회계기준을 전환하면서 위약금 납부의무와 관련해 재무제표상 금융부채를 34억1300만 원으로 추정했다. 일본 훼미리마트의 주식매수 의무 관련 금융부채와 기타자본을 각각 2668억5200만 원, 마이너스 2503억500만 원으로 계상했고, 이자비용은 107억900만 원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시장에서는 떨어진 실적이나 규제 이슈 등으로 인해 공모가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BGF리테일의 작년 순이익은 689억 원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은 15~16배에 이른다. 지난해 GS리테일의 편의점 사업부문 영업이익은 1198억 원인 반면 BGF리테일은 944억 원으로 나타났다.
대형증권사의 한 직원은 “지난해 순증 점포수가 거의 없다는 점과 라이벌들의 성장과 규제로 떨어진 수익성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PER 15배는 투자하기에 매력적인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전의 반전 있다
즉, 이러한 상황만 놓고 봤을 때 BGF리테일이 속병을 앓고 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반전이 존재한다. BGF리테일의 입장에선 앞서 언급된 악재들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상장의 공모가가 아무리 높아도 BGF리테일 입장에선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신주 발행이 아니라 2대 주주인 일본 훼미리마트가 보유한 지분 25%를 구주 매출을 통해 처분하기 위한 수단이라 BGF리테일이 가져가는 자금은 없다. 더구나 일본 훼미리마트와 재무적투자자 관계가 아니어서 주식 처분 이익도 기대하기 힘들다.
공모가가 너무 높으면 주가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차라리 낮은 공모가에서 실적 개선을 통해 차츰 주가를 올리는 편이 낫다는 설명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변수도 도사린다. 훼미리마트가 일본 기업이다 보니 높은 공모가가 책정되면 국부유출이라는 지적에 휘말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BGF리테일은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어 이미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서 만약 일본 회사의 이익을 위해 상장 흥행에 목숨을 걸었다는 식으로 평가되기 시작하면 골치 아픈 상황이다. 이에 BGF리테일은 이번 기업공개로 엑시트 창구를 만들어주는 최소한의 역할을 다한 뒤 공모가 올리기에선 살짝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BGF리테일은 2012년 일본 훼미리마트와 22년간 유지했던 라이센스 계약을 끝내고 브랜드명을 CU로 전환했다. 이로 인해 BGF리테일이 일본 훼미리마트와 원만한 결별을 하기 위해서는 일본 측이 보유한 지분을 BGF리테일이 되사거나, 기업공개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었다.
한편 BFG리테일은 공모가 책정에 대한 여러 가지 상황을 모두 고려하고 있는 눈치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구주매출이라는 측면이나 국부유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은 파악하고 있다. 둘 다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다”라면서도 “기업 입장에선 가치 평가의 기회가 될 수 있는데 공모가가 낮다고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 일단 계속해서 홍보를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다만 업계 1위 자리를 내줬다는 점에 대해선 “점포수에선 여전히 1위다. 수익성과 매출은 각 기업마다 회계 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편의점 업계가 매장 늘리기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질을 향상하는 시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지난해 점포수 증가율 또한 신경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상장 주관을 맡은 대신증권 역시 BGF리테일의 부채비율을 올려놨던 옵션계약과 관련해 상장 후 소멸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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