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습격에 토종 업체들 줄도산 위기

“중국자본이 제주도를 집어 삼키다!”

2014-04-14     홍준철 기자

영종도에 이어 제주도 외국인 전용 카지노 진출
국내 외국인전용 카지노 개소세 중복 부담…‘울상’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최근 여의도 면적에 가까운 제주도 땅을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가 매입하면서 관련 업계가 초긴장이다. 특히 이 업체가 제주 최대 규모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조성 계획까지 발표하면서 제주도가 들썩거리고 있다. 거대 중국 자본의 진출로 국내 부동산 개발 업체와 더불어 국내 토종 외국인 전용 카지노 업체도 울상을 짓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치권마저 ‘카지노=도박’으로 보면서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체에 2014년부터 개별소비세를 부과, 영세 카지노 업체의 연쇄 도산을 우려하고 있다. ‘외자유치’와 ‘사행성 사업’이라는 두 거대 고래싸움에 국내 외국인 전용 영세 업체들만 ‘새우등’ 터지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 실태를 점검했다.

6·4 지방선거를 맞이해 제주도발 ‘카지노 사업’ 열풍이 남한 전체를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외국계 자본이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유치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녹지그룹이 (주)동화투자개발과 제주시 노형동 2만3301㎡ 부지에 지하 5층 지상 46층, 전체면적 30만 6517㎡ 규모의 드림타워를 건설할 예정이다. 초고층 드림타워에는 상가와 관광호텔이 들어서고 전용면적이 2만2069㎡에 달하는 대규모 카지노 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특별자치도’인 제주도는 ‘외교·국방·사법’을 제외한 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제주도는 국내 자치단체중 유일하게 중앙정부 방침과 별개로 도지사가 카지노 허가권을 행세할 수 있다.

현재 제주도지사 선거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리는 새누리당 원희룡 후보는 카지노 사업 관련 다른 후보에 비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원 후보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는 카지노를 엔터테인먼트의 하나인 복합리조트로 개발하고 있다”며 “제주의 카지노는 첨단과 미래의 가치까지 담은 그런 정확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중국 녹지·분마그룹 대형 카지노 진출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 자본의 제주도내 호텔 카지노 사업 진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녹지그룹외에도 중국 분마그룹(시행자 제주분마이호랜드)도 제주시 이호유원지에 연면적 3만 8895㎡ 규모의 대형 카지노를 운영할 계획이다. 홍콩 란딩그룹과 동남아 최대 카지노 그룹인 겐팅 싱가포르 그룹은 지난달 제주 신화역사공원에 2조 3000억원을 투자해 대규모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버자야그룹도 서귀포시 예래휴양형 주거단지내에 (가칭)카지노 타운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제주의 대표적 장기 미착공 건물인 옛 르네상스호텔도 최근 마카오 자본을 유치해 도내 최대 규모의 카지노 전용호텔로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제주도 외국계 자본 특히 중국 자본이 본격적으로 활개를 치게 된 것은 올해 3월 영종도 미단시티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을 정부가 허가해준 게 도화선이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중국.미국계 합작사인 리포&시저스 컨소시엄(LOCZ코리아)이 청구한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도 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 허가 사전심사에 ‘적합’ 통보를 내렸다. 이로 인해 리포앤시저스는 2022년까지 3단계에 걸쳐 2조3000억 원을 투자, 국내 최대 규모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세울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국적으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유치산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부산의 경우 동부산관광단지와 북항재개발지역, 가덕도 등이 복합리조트 유치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부산시는 이미 2월초 내국인까지 입장 가능한 카지노 복합리조트 허용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특히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에서 카지노와 호텔·컨벤션 시설을 운영하는 샌즈그룹이 최근 부산을 두 차례 방문, 대규모 복합해양리조트 투자처를 물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라북도는 새만금 국제관광단지에 카지노를 포함한 대형리조트 건립을 추진한다. 전북은 새만금 개발사업을 총괄하는 '새만금특별법'이 통과된 2012년 이전부터 한국관광협회에 카지노사업에 대한 연구 용역을 의뢰하는 등 유치 채비를 갖춰왔다. 전라남도는 영암·해남 지역에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건설 중인 '솔라시도'나,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 등에 카지노 유치를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 유니버설스튜디오 추진 부지, 충북 오송 경제자유구역 등도 카지노 복합리조트 유치 대열에 합류한 지역이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체 외국자본에 매각도

이렇듯이 중국 자본을 비롯해 해외 자본이 카지노 사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업체는 초긴장 상태다. (주)파라다이스를 비롯해 그랜드코리아레저(주)를 제외한 여타 10여개 업체들이 영세해 외국 자본에 잠식 당하거나 도산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제주도에 위치한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체가 중국자본에 매각됐다.

4월초 제주 하얏트호텔이 운영하던 외국인 전용 카지노 ‘벨루가 오션’이 홍콩 부동산 개발업체 란딩에게 1,200억원에 매각된게 뒤늦게 알려졌다. 국내 카지노가 외국 기업에 팔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란딩사는 ‘벨루가 오션’의 운영권을 국내 기업 AWE사로부터 약 8억7,500만 홍콩 달러(약, 1,2000억원)에 인수했다. 2006년 중국 베이징의 투자전문업체로 출발한 랑딩그룹은 안후이성을 기반으로 부동산, 물류, 광산, 미디어 등 21개 계열사를 거느린 자산 규모 120억 위안(약 2조원, 2012년 말 기준)의 대기업이다.

국내 카지노 업체의 어려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국내 토종 카지노 업체에 대해 개별소비세를 2014년부터 부과하기로 해 관련 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서비스산업 육성을 핵심 사업으로 특히 고용 창출력이 높은 관광사업의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지원을 약속했다는 점을 들며 개소세 부과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인천 영종도의 외자유치를 위해 대규모 카지노를 사전에 허가함에 따라 치열한 고객유치 경쟁이 불가피하고 기존 국내 카지노는 무방비 상태여서 개소세 부과는 업계의 생존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현재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체는 파라다이스, 문광부가 운영하는 GKL의 세븐럭 등 13개(16개 영업장)가 운영되고 있다. 2013년 기준 영업 현황을 보면 외국인 고객 유치수가 2백70만 명에 매출액은 1조3000억 원에 육박하고 당기순이익은 3,400억 원에 달한다. 카지노 업체 특성상 호텔, 음식료, 골프 등 관련 관광산업에 매출신장을 가져오며 고용 효과가 매우 크다.

하지만 최근 외국계 카지노 업체의 국내 상륙이 본격화되고 싱가포르, 일본, 대만, 베트남, 필리핀 등 인접한 국가에서 대형 카지노 사업체를 개장하면서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2012년 대지진과 원전사태 등에 따른 복구자금 마련, 해외 관광객 급감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카지노 합법화와 복합리조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만 역시 중국 푸젠성과 불과 10여km 떨어진 마쭈열도에 2019년 오픈을 목표로 복합리조트 건설을 추진중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초부터 국내 카지노업체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가 토종 카지노업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카지노협회는 이미 법인세에 기금(매출액 10%) 그리고 카지노용품에 대한 개별소비세가 부과되는 가운데 4% 추가 개소세 부담은 중복과세라는 입장이다. 또한 개별소비세가 간접세로서 사치성 재화나 용역에 대한 소비에 부과하는 것인데 담세의 주체가 소비자라는 점에서 세금을 부담해도 카지노 고객에게 세금이 전가되지 않아 개별소비세 과세 목적과 부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또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고객 유치에 따른 외화 획득이 목적인 카지노에 내국인의 사치성 소비를 규제하기 위한 개소세 부과는 부당하다는 설명이다.

여야, “포퓰리즘에 빠져 국익 방관해”

무엇보다 협회측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회에서 카지노 사업을 외화획득이 아닌 도박 산업으로 보는 것에 대해 불만이 크다. 이미 정부는 영종도에 외국인전용 카지노 사업에 대한 허가를 내줬지만 국회의 경우 관련법인 ‘경제자유구역 지원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통과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한 한국카지노협회의 개소세 감면 내지 경감 요구 역시 국회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를 맞이해 카지노 업체에 대한 세금 감면을 추진할 경우 맞게 될 역풍을 우려, 몸을 사리고 있다. 카지노협회 측에서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에 빠져 개정안을 발의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며 “추가 조세 부담은 과도한 세금으로 재투자 감소와 세원 상실 그리고 고용창출 저하로 이어져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까 우려된다”고 하소연했다.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