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무공천 철회 후폭풍

안철수-김한길 체제, 親盧에게 또 당했다

2014-04-14     박형남 기자

공천권 놓고 친노-비노 권력투쟁 불가피할 듯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안-문 운명 가른다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지난 10일 오전,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당원투표와 여론조사를 통해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 방침을 확정했다. 새정치연합 창당의 매개체였던 ‘무공천’이 철회되면서 사실상 안철수 공동대표의 리더십이 휘청거리게 됐다. 게다가 ‘안철수 대망론은 끝이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산 넘어 산’으로 더 큰 문제는 무공천 철회로 인해 새정치연합 안에서 또 다른 방식의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는 점이다. 공천을 놓고 친노와 비주류 간의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무공천 철회 이후 친노 수장인 문재인 의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에 정치권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가 무공천 철회를 계기로 전면에 나선 것. 합당 이후 무공천으로 안철수-김한길을 흔들었던 친노가 적극성을 띠면서, 당내에도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친노 진영이 급부상했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해 합산한 결과 기초 선거 무공천 방침을 철회하기로 했다. ‘공천해야 한다’ 53.44%,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 45.56%로 조사됐다.

실제 국민여론조사에서는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50.2%로, ‘공천해야 한다’는 의견(49.8%)보다 약간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당원투표의 경우 ‘공천해야 한다’ 57.1%로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42.9%)보다 높게 나타났다. 근소한 차이지만 결국 당심이 민심을 이기면서 이번 재검토 결정을 이끌어냈다.

“안-김 무공천 확신했다”

기초 선거 무공천 철회 직후 문재인 의원은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런 과정 자체가 새정치연합이야말로 민주적 정당임을 과시한 것이라고 자부한다. 두 분 당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오로지 지방선거 승리만을 위해 전진해야 한다”며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

이어 “저 역시 두 분을 도와 가장 낮은 자세로 가장 어려운 곳을 돌며 선거 승리의 작은 밀알이 되겠다”며 안 대표가 제안한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일단 새정치연합에선 이번 무공천 철회 과정을 두고 안철수 대표가 국민들의 의견을 물었다는 점에서 손해 본 것은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안 대표는 무공천 재검토 과정에서 ‘정치생명’, ‘대표 사퇴’ 등을 비공식적으로 언급했지만 김 대표의 만류로 유보했다. 일련의 과정은 안 대표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론을 내린 것이기 때문에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에서 한 발 자유로워졌다.

특히 친노에서도 안철수-김한길 체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당내 최대 계파이자 친노 좌장격인 문 의원 역시 환영의사와 함께 선대위원장 수락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무공천 철회에 대한 명분과 함께 실리도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안 대표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측면에서는 리더십이 훼손될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친노 진영에서 무공천 철회 요구에 무릎을 꿇었다는 점에서 상처를 입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간 여우가 호랑이에게 잡힌 셈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여론조사에서 국민 절반은 무공천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왔는데 이 계층의 상당수가 안 대표에게서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 국면에서 안 대표는 자기가 당을 이끌 능력이 없다는 걸 드러냈다. 친노가 사실상 승자”라며 “친노는 당이 지방선거에서 지면 안 대표 탓으로 몰 것이고, 이기면 안철수 말대로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전문가는 “무공천 철회로 새정치연합이 내세운 통합(민주당+안철수)의 의미가 사라져 버렸다”며 “안 대표가 그동안 주장했던 새정치의 내용 중에 실현시킨 게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당내에서는 벌써 부터 무공천 철회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다. 기초 선거 공천과 관련해 룰을 아직 정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의 기반인 무공천을 철회한 만큼 전략공천을 어떻게 할 것인지, 또 여성에 대한 배려 등에 대한 준비를 할 것인지 등에 관한 논의가 이제서야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새정치연합 조직국 한 관계자는 “현재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안철수-김한길 체제가 제안한 여론조사에서 무공천 방침이 확정될 것이라 굳게 믿고 그 대안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룰을 정하지 못했다는 것은 지방선거에 대한 전략 전술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지방선거도 자칫 패배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공천 철회로 인해 새정치연합의 권력구도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무공천 철회를 통해 안철수-김한길 체제가 타격을 받음에 따라 두 사람의 운명은 지방선거 결과로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친노 ‘판정승’ 전면에 나선다?

정치권 일각에선 친노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김한길 체제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지만 지방선거에 따라 본격적으로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무공천 철회 과정에서 그 면모가 드러났다. 무공천에 반대해 온 친노 등에서는 당원투표·여론조사 당일인 지난 9일 무공천에 반대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를 당원들에게 수차례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공천을 지지해온 의원들 사이에서는 무공천 번복에 유리한 여론조사 문구를 받아들였다는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지도부가 무공천에 반발하는 강경파의 조직적인 행동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한 셈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안ㆍ김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더라도 당의 강력한 구심점이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친노가 전면에 나서거나 안철수-김한길 체제가 살아남느냐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초 선거 공천을 두고 두 진영 간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두 진영은 공천권을 놓고 경쟁이 불가피하다. 현실적으로 기초단체장 선거 공천은 지역위원장들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로서는 향후를 도모하기 위해 자신과 대척점을 지는 인사들에게 공천을 줄 리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측 한 관계자는 “현재 당내 최대 계파는 친노다. 현역 의원들이 기초단체장 공천에 개입하는 게 하나의 정설인 만큼 친노 인사들이 지방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세를 확장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갈수록 친노의 힘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친노 강경파가 안 대표에게 상처를 냈다. 기존 민주당 하부 구조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친노가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공천과정에서 친노의 입김이 거세질 뿐 아니라 하부 조직을 그대로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조직 구축 등에 나섰다고 하더라도 지방선거 결과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선거에서 패한다면 안철수-김한길 퇴진론이 불뿐 아니라 조기전당대회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당권 다툼도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벌써 부터 지방선거 승패와 상관없이 안철수-김한길 측에서 손학규 전 대표를 내세워서 친노와 당권 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결국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친노의 급부상이냐, 안철수-김한길 체제가 유지되느냐가 달려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7122lov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