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북한을 말한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무인항공기는 기술 조잡 공격 무기 대응 시스템 필요”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장성택 숙청, 핵 실험 예고, 잇따른 미사일 발사 등 최근 북한의 도발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24일 경기도 파주에서 추락된 채 발견된 무인항공기가 북한 소유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북한은 항상 우리의 관심 대상이었지만 요즘처럼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지는 않았다. [일요서울]은 김정은 집권 3년차, 현재 북한에서 벌이는 도발의 의미는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3일 오후 3시30분께 서울 동국대학교에서 만난 고유환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해 “짧은 기간에 자기 친정체제를 굳히고 안정적으로 통치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입을 열었다.
다음은 고 교수와의 일문일답.
- 김정은 집권 후 장성택 숙청 등 권력체제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현재 김정은이 북한 정권을 확실히 잡은 것인가.
▲ 북한은 ‘수령중심의 유일체제’다. 김정은에게 권력이 넘어간 것도 수령중심 유일체제에 의한 것이다. 김정은 체제는 김일성, 김정일이 먼저 만들어 놓은 유일체제 시스템에 의해서 작동되고 있다. 현재 집권 3년차를 맞고 있는데 짧은 기간에 자기 친정체제를 굳히고 안정적으로 통지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 현재 김정은의 정확한 계급과 주요 인사들을 소개한다면.
▲ 김정은은 최고 지도자로 제도적 호칭으로는 당의 제1비서, 국방으로는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그밖에 인민군 최고 사령관, 공화국 원수 등의 직함을 가지고 있다.
김정은 체제를 떠받치는 2개의 핵심적인 기둥은 장성택과 최룡해였는데, 장성택이 숙청되면서 현재 최룡해가 김정은 체제의 2인자로 부각돼있다. 그밖에 인민군 총참모장 이영길, 인민무력부장 장정남, 황병석 부부장 등이 실세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김정일 시대의 엘리트들이 그대로 남아있고, 새로운 인물들이 부상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정권 실세들의 등장은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 최근 북한에서 연달아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한미합동군사연습에 대한 대응훈련 차원에서 하는 것이다. 한미는 대규모 지상군을 비롯해 모든 이용 가능한 무력을 동원해 훈련이 가능하지만 북한의 경우 내부자원 고갈로 병력을 동원하는 훈련 진행이 쉽지 않다. 그래서 비용은 적게 들고 효과는 큰 미사일이나 방사포 같은 대포를 사용하는 것이다.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핵 시험도 배제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 당장 핵 실험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계속적으로 위협을 가한다면 하겠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말하자면 조건부 핵실험론이다. 지금 핵실험을 진행하면 파국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크다. 북한은 이미 3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 능력을 어느 정도 갖췄다. 스스로 핵 억제력을 갖췄다고 선언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경제문제, 인민생활향상문제에 주력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핵 실험을 진행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더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당장 핵 실험을 한다는 의미보다는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미국 등 주변 국가들을 압박하는 의미가 강하다.
- 파주, 백령도 등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가 북한 것으로 밝혀졌다. 군은 무인항공기가 우리나라로 넘어온 것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 우리는 인공위성과 미국의 정보자산을 통해 북한에 대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지만 북한은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고 해도 상용 인공위성이 아니기 때문에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소형 비행기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조잡한 비행기를 보내 사진을 찍어 간 것이다. 언제부터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술 자체가 매우 조잡해서 얻어가는 정보는 위협적이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런 형태의 비행기가 우리 상공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마음만 먹으면 공격무기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응시스템이 필요하다.
- 무인항공기의 용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대책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 위성정보를 가질 수 없으니 직접 내려와 군사 관련 정보를 얻어가겠다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또 “우리가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의미도 있다고 예측된다.
워낙 소형이라 레이더 시스템에도 잡히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군사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남북 관계 속에서 도발이 계속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관계가 좋아지면 도발을 할 수 없을 것이다.
- 북한의 핵 보유는 기정사실이 됐다. 실제로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나. 그렇다면 몇 개나 보유했고 기술력은 어느 정도인지.
▲ 군사전문가가 아니라서 정확하게 단정할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연변의 핵시설에서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만든 플루토늄의 양이 40kg내외고, 이걸로는 핵폭탄을 4~8개 만들 수 있다. 북한의 핵 기술이 원시적이고 초보적인 수준일지라도 이미 핵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 숫자는 아직 두 자리는 넘지 않을 것이다.
- 강대국의 압박에도 북한은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 북한은 아직 미국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핵을 가진 미국과 적대관계가 유지되는 한 자신들도 핵을 개발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핵 포기 조건도 북미 적대관계 해소다. 거기에 핵을 포기한 나라(리비아 등)에서 정권이 몰락한 전례들도 있다. 따라서 당분간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는 어렵다고 예상된다.
-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과 함께 북한의 전향적인 자세변화로 새로운 남북관계가 예상되는데 어떤 변화가 있을 거라고 보는가.
▲ 아직은 군사연습기간이라 남북간의 험악한 관계가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 드레스덴 연설 선언을 계기로 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 될 가능성은 있다.
- 현재 북한 내부는 중국으로의 탈출, 종교 활성화 등으로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체제 변화의 가능성은 없는 걸까.
▲ 지난 1990년대 중반 고난 행군 시대에도 탈북은 많았다. 오히려 지금은 탈북이 줄어든 추세다. 그래서 북한이 붕괴된다는 조짐으로 해석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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