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폭행으로 결론, 납득할 수 없다”

‘울산 10대 집단폭행 피해자 자살’ 유가족의 하소연

2014-04-07     이지혜 기자

“7명에게 집단폭행 당해… 뇌·눈·코 심한 부상”
가해자 측 3주 진단서 끊어와 “먼저 맞았다” 주장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엘리베이터에서 시비가 붙어 10대 청소년 7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A(35)씨가 3달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집단 폭행을 당해 눈 주변의 뼈가 골절되고 코뼈가 내려앉는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 조사 결과 ‘쌍방폭행’으로 결론나면서 사과는 물론이고 합의금도 전혀 받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폭행으로 인한 뇌 손상까지 알게 되자 앞길이 막막했던 A씨는 결국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던 유가족은 “어째서 이 사건이 쌍방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지난 12월 23일 오전 1시30분께. 식당일을 하던 A(35)씨는 퇴근 후 같이 일을 하는 후배와 함께 술 한 잔을 마신 뒤 노래방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잠깐 볼일을 보고 오겠다는 후배를 뒤로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A씨는 노래방이 있는 6층으로 올라갔다. 문이 열리면서 내리려던 A씨는 우르르 타는 고등학생들에게 밀려 내리지 못했다. 이에 A씨는 학생들에게 “(사람이)내리면 타지”라고 한마디를 건넸다. 이 말로 인해 학생들과 시비가 붙어 A씨는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10대 청소년 7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 여학생 1명은 볼펜으로 A씨의 코를 찌르기도 했다.

폭행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에도 계속됐다. 결국 A씨의 후배가 올라와서 말리고 난 뒤에야 그쳤다. 피를 흘리던 A씨는 건물 밖으로 나와 경찰에 신고했고 바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수술 다음날 경찰조사 5명만 기소 “기가 막혀”

유족 측은 경찰 조사과정이 이해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A씨는 눈 주변 뼈 골절과 코뼈를 다치는 등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었다. 같은 달 27일 수술을 한 A씨에게 경찰은 다음날인 28일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통보했다. 수술 다음날 A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2월 달에 진행된 대질 심문 때 A씨는 자신이 집단폭행의 피해자가 아닌 쌍방폭행의 가해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상대편 학생 측에서 폭행을 당했다며 전치 3주의 진단서를 제출한 것이다. 거기에 폭행 가담자 7명 중 2명은 혐의가 없다며 제외되고 나머지 5명만 입건됐다는 사실도 알았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처음 폭행을 가했고 볼펜으로 코를 찔렀지만 CCTV에 폭행 장면이 찍히지 않았다며 가담자가 아니라는 결론이 난 것이다. A씨가 코를 찌른 학생을 지목했지만 소용없었다. 대질 심문 당일에도 기소된 5명 중 1명은 제사지내러 가야한다며 오지 않았다. 속이 답답한 A씨에게 경찰은 “양쪽 다 술 먹고 실수한 것이니 좋게 (해결)하라”고 이야기했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A씨의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두통을 견디지 못한 A씨는 부산의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외부충격으로 뇌의 혈관이 부풀어오르는 부종현상에서 오는 진통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병원은 A씨에게 수술을 권유했다.

자신 역시 가해자가 된 상황에서 A씨는 사과는 물론이고 합의금 역시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뇌수술에 들어갈 비용과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고민하던 A씨는 결국 지난달 11일 자신의 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드라마 같은 일 발생 “답답하고 억울하다”

사망한 A씨를 처음으로 발견한 친척 이모씨는 이 사건에 대해 “의혹이 많다”며 “드라마에서 보던 일이 실제로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A씨가 피해자가 아닌 쌍방폭행의 가해자가 된 사실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사건이 1차적으로 발생했던 엘리베이터는 매우 좁아 쌍방폭행이 발생할 수 없는 장소이며 7명을 상대로 폭행을 가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씨는 “엘리베이터는 4명만 타도 꽉 찰 정도로 좁다”며 “그런 공간에 7명이서 싸우면 한 사람이 꼼짝도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좁은 곳에서 폭행을 당했는데 쌍방폭행으로 결론 난 것에 대해 어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CCTV가 엘리베이터 앞 벽 위에 있는데 때리고 맞는 모습이 잘 찍히지 않았다”며 “A가 자기는 때리지 않았다고 진술했지만 사건 발생한 지 1달이 지나서 가지고 온 진단서 때문에 쌍방이 됐다”면서 “실제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것인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던 후배 역시 이씨에게 “CCTV에 엘리베이터에서 시비 붙은 모습이 찍혔는데 학생들은 노래방에서 시비가 붙었고 A씨가 먼저 학생을 때렸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에 노래방 주인에게 ‘노래방에서 싸움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확인서까지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씨는 또 7명이 아닌 5명만 입건된 것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A씨의 코를 찌른 사람이 혐의 없다고 판정이 난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씨는 “A는 코를 심하게 찔려서 병원에서 치료도 받았다. 그런데 찌른 사람이 없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반문했다.

검찰 “양쪽 상해 발생 서로간의 폭행사건”

이씨는 납득할 수 없는 경찰 조사 결과에 항의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지만 만날 사람이 없었다. 2월에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과장, 계장은 물론 팀장과 담당 형사까지 인사이동을 한 탓이었다.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이씨는 검사실을 찾았지만 담당 검사로부터 “수사 과정에 대해 (당신에게)말해 줄 이유는 없고 결과만 알려주겠다”는 말만 듣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600만 원 때문에 A씨가 사망했다는 보도에 대해서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뇌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얼마의 비용이 들어갈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씨는 “A씨의 할머니가 집과 논을 가지고 있고 소도 키우고 있다”며 “그 전에 들어갔던 병원비용이 와전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씨의 주장에 대해 검찰 측은 “유족 측에서 의문을 제시할 수 있다”면서도 “객관적인 부분을 확인해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양측 모두 진단서가 있고 상해가 발생했으니 쌍방폭행으로 보는 것”이라며 “폭행 가담자가 7명이라고 유족 측에서 의문을 제기해 확인을 했지만 애초에 입건된 5명만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입건된 5명 중 2명은 기소된 상태고, 나머지 3명은 소년부로 송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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