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천’ 꼼수정치? 전직 금뱃지들 하향지원
안상수·김희철·우제항 등 20여명 기초단체장 유턴
전직 국회의원 인지도 경륜 활용에 긍정평가도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전직 국회의원들이 대거 기초 지방자치단체장에 도전하고 나선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기초단체장을 거쳐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통상적인 흐름으로 비춰볼 때 ‘하향 지원’인 셈이다. 과거에는 강한 상대 후보에 맞서 이길 만한 마땅한 후보가 없을 경우에 한해 당의 요청 등으로 지명도 있는 전직 국회의원이 출마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지방 선거에서는 같은 당 소속의 현역 기초단체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마선언을 하는 등 역(逆)러시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무공천’에 따른 꼼수정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 배경을 알아봤다.
전직 국회의원 출마자 중 단연, 화제의 인물은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다. 안상수 전 대표는 당초 경남도지사 출마를 생각했었으나 기대만큼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갑자기 창원시장으로 급선회했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한나라당 대표를 2번이나 역임하고, 4선 국회의원 등의 경력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여타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지역의 경우 관악구청장 출신의 전직 국회의원인 김희철 전 의원이 관악구청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희철 전 의원은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둔 18대 총선에서 서울지역에서 민주당으로 당선된 몇 안 되는 국회의원이었다.
당내에서는 비주류로 분류돼 19대 총선에서는 당내 친노 주류세력이 추진했던 통합진보당과의 야권 단일화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아 관악구청장에 출마해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이다.
‘징검다리냐’, ‘마지막 봉사냐’ 엇갈려
경기도에서는 평택시장에 출마한 우제항 전 의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우제항 전 의원은 17대 국회의원 재임 시 평택 발전의 기틀이 되는 평택지원특별법을 만든 장본인이다. 우 전 의원은 평택지원특별법에 따른 평택시 발전이 브레인시티 사업 난항 등으로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판단하여 결자해지 차원에서 출마를 결심한 상황이다.
이밖에도 권택기(새누리당. 서울광진), 전혜숙(새정치연합. 서울광진), 김충현(새누리당. 서울마포), 오경훈(새누리당. 서울양천), 임동규(새누리당. 서울강동), 신영수(새누리당. 경기성남), 백성운(새누리당. 경기고양), 제종길(새정치연합. 경기안산), 박승웅(새누리당. 경기용인), 김황식(새누리당. 경기하남), 안상현(새누리당. 강원원주), 홍희표(새누리당. 강원동해), 오시덕(새누리당. 충남공주), 김정권(새누리당. 경남김해) 최락도(새정치연합. 전북김제), 이상열(새정치연합. 전남목포) 등이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이들에 대해 총선 낙선 이후 차기 총선 출마 등 ‘재기’를 위한 징검다리로 지방선거를 활용한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반면 높은 인지도와 지역 예산확보 노하우 등의 장점을 내세우며 기초단체장에 당선된다면 중앙정치에서의 경험과 경륜을 지방 정치와 결합시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기초단체장 무공천이 실시되면서 지명도와 인지도가 높은 전직 국회의원들의 출마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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