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대권 시나리오 공개
“민심 살피겠다”는 김문수의 본심은…
민심 대장정 나서 대권 행보 본격화
해외 유학, 전당대회 출마 추측 난무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대권행보를 앞두고 물밑작업에 한창이다. 핵심 측근들은 대권플랜 구상에 나섰고, 중앙정치 복귀를 놓고 내부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는 7월 재보선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내에서 세를 불려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백의종군’한다면 정치적 공백이 너무 길어 대권을 장담하기 힘들다며 재보선 출마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반면, 측근그룹에서는 백의종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부 논의가 치열한 가운데 김 지사는 일단 임기 때까지 ‘민생 투어’를 통해 밑바닥 민심을 들을 예정이다. 대권 행보를 위한 기지개를 펴는 셈이다. 김 지사 측 내부에서 그리고 있는 대권 시나리오를 살펴봤다.
“밑바닥 민심을 살피겠다.”
지난 27일 김문수 지사의 한 측근이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그는 “김 지사가 대권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세우지는 않았다. 다만 김 지사 측근그룹과 운동권 그룹 등에서 대권 행보에 대한 얘기가 오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대권전략 수립에 대한 각종 방안들이 언급되고 있는데, 우선 1박2일 ‘민생투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특히 지사직 임기말까지 수행비서만 데리고 경기도 지역을 돌아다닐 예정이다.
앞서 김 지사 측근은 “도지사직을 수행하면서 행사 위주로 돌아다니다 보니 민심을 많이 챙기지 못했다. 지역주민들과 접촉하면서 하룻밤을 자볼 예정”이라면서 “이 과정을 통해 향후 행보에 대한 구상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7월 재보선 출마, 해외연수설, 전당대회 출마설 등이 김 지사 측근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으나 여전히 그의 대권 행보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경기 김포 출마설 등 ‘DJ 롤 모델’ 의견도 나와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김 지사가 어떻게 해서든 대권 행보를 취할 것이라고 말한다. 민생투어도 대권 행보 일환 중 하나라고 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과거 100일 대장정으로 민심 투어를 했던 것과 비슷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김 지사 측 움직임에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새누리당 당직자는 “김 지사 본인은 아무런 의사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미 여의도 중심에서는 경기도 김포 출마설, 수원 출마설, 전당대회 출마설 등 갖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는 이미 여의도 정치 중심에 서 있다고 봐야 한다”며 “김 지사가 어떤 방법으로 여의도 정치에 들어올 것인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7월 재보선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얘기를 쏟아낸 뒤 “당내 세가 없는 김 지사는 어떤 방식으로든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 지사가 여의도 정치권과 멀어지면 ‘잊혀질 수 있다’는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에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김 지사 주변에서는 대선 행보를 놓고 갑론을박한다. 운동권 시절부터 함께한 오랜 측근 그룹에서는 당장 여의도로 들어가는 것보다 ‘백의종군’하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은퇴한 후 해외유학을 떠난 뒤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것처럼 ‘DJ행보를 롤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지사 측 관계자도 “주변에서 해외 유학을 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전문경영인, 당료 출신들의 의견은 다르다. 김 지사가 백의종군하면 당내 입지를 구축하기 힘들기 때문에 원내에 진입해야 한다며 그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의종군할 경우 비박계인 김 지사가 친박과 비박계의 적극 지원을 받고 있는 김무성 의원과의 대권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7월 재보선에 출마해 당내에서 의원들과 접촉을 늘리며 세를 불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지사 측 한 관계자는 “당내에서 김 의원 등이 버티고 있는 이상 김 지사가 백의종군하게 되면 대권주자로서의 타이틀은 있지만 확실한 당내 대권 주자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는 없다”며 “지난 대선에서 세가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따라서 차기 대권에서는 당내 기반과 인지도를 넓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큰 틀에서 여의도 정치에 복귀해야 한다는 목표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방안으로 전당대회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김 지사는 “지도부가 의미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한다”며 “도지사가 전당대회 준비하는 데 제약이 많다”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게다가 당내에서 전당대회 출마 명분이 약하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일까. 김 지사 측은 일단 여의도 입성에 주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생투어→재보선 출마→당내 기반 확립→대권 출마’, 이 단계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막후에서 20대 총선에 출마하는 측근들을 대거 원내 진출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대권으로 가는 ‘최선책’이기 때문이다.
7월 재보선 무게 서울 동작을 거론
이 플랜이 가동된다면 김 지사가 어떤 지역에 출마할 것이냐가 최대 관심사다. 벌써부터 각종 하마평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의 경기도 지역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김 지사가 경기도 지역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4월 1일 사퇴해야 한다. 공직선거법 53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관할구역과 겹치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경우 선거일 12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김 지사도 부정적이다. 그는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7월 전당대회가 있고, 7월 재보선이 있다”며 “규정상 경기도에서 치러질 재보선에 나가려면 3월 말까지 지사직을 사퇴해야 하는데 그럴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김 지사 측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1일 귀국한다. 현실적으로 경기도 출마설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출마가 불가능해지자 그 대안으로 ‘서울지역 출마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타 지역에 출마할 경우 예비후보 등록 전까지 사퇴하면 된다. 따라서 임기를 마친 뒤가 예비후보 등록기간이기 때문에 출마하는 데 무리가 없다. 또 정두언 의원(서울 서대문을),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의원(동작을)이 재보선 지역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실제 일부에서 우선적으로 서울 동작을에 방점을 두고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김 지사가 차기 대권을 생각한다면 단숨에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동작을에 출마하는 게 유리하다. 게다가 정몽준 의원보다 높은 지지율로 당선된다면 대권 후보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특별한 연고가 없기 때문에 출마 명분이 약하다는 여론이 만만찮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현역의원들이 대거 지방선거에 차출되는 양상에서 7월 재보선에 거물급 출마가 불가피하다. 재보선에서 패배하면 여대야소에서 여소야대로 원내지형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결국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김 지사 본인이 부정적이어도 당내에서 얼마든지 ‘김문수 차출설’이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김 지사 측에서 7월 재보선에 무게를 두는 까닭은 최종 목표인 대권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다. 과연 김 지사 측에서 그리고 있는 ‘대권 플랜’이 순항할지, 아니면 뜻하지 않은 장애물을 만나 대폭 수정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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