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주자 블랙홀 민주당
‘불쏘시개役’ 손학규·김두관에 안철수·박원순까지?
안측, “너무 일찍 민주당과 합당했다” 후회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안철수 현상은 두고 안철수만 들어왔다”
민주당 전 당직자의 한탄이다. 안철수 세력과 민주당에서 신당창당에 대한 기대감이 클 때 신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턱밑까지 추격했다. 창당할 경우 새누리당 지지율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민주당 지지율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도로 민주당’이란 말이 나오는 배경이자 민주당 전 당직자의 한탄 이유다. 이뿐 아니다.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신당창당 선언 후 ‘리얼미터’ 주간정례조사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전주에 이어 2주 연속으로 제치고 대선후보 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신당 지지율도 계속 추락해 새누리당과의 격차가 두 자리 숫자로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3월 24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17~21일 닷새 간 전국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여야 차기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20.5%로 2주 연속 1위를 유지했다. 2위는 17.3%의 지지를 받은 안철수 의원으로 정몽준 의원과의 격차가 3.2%로 소폭 더 벌어졌다. 이어 문재인 의원 11.2%, 박원순 시장 8.4%, 김무성 의원 7.9%, 김문수 지사 5.1%, 손학규 고문 4.2% 순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주당이 잠룡들에겐 ‘블랙홀’이라는 냉소적 평가마저 나왔다.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고문이 그렇고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도 마찬가지다. 자칫 안 의원이 제2의 손학규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전현직 대통령과 함께 차기 대권주자로 불리던 손 고문은 2007년 3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경선 직전 탈당해 열린우리당으로 입당했다. 그러나 2007년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민주당 후보가 됨으로써 ‘불쏘시개 역할’로 대선을 마쳤다. 2012년 대선 때에는 문재인 후보가 대선 후보로 됨으로써 손 고문의 대권 도전은 더 멀어졌다.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는 무소속으로 이장, 남해군수에서 경남도지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물론 김 전 지사는 그 전에 새천민주당으로 경남지사에 출마했고 참여정부 시절 행정자치부 장관과 함께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그러나 2010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텃밭인 경남도지사 선거에서는 무소속 범야권단일후보로 나서 새누리당 이달곤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칭을 얻은 김 전 지사는 도지사직을 2년만에 던지고 2012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민주당에 입당했다. 하지만 친노 문재인 후보에 막혀 경선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불쏘시개로 전락했다.
섣부른 예측이지만 박원순 서울 시장 역시 기로에 서 있다. 무소속으로 서울시장에 당선돼 민주당에 입당했지만 정몽준이라는 잠룡을 만나 고전하고 있다. 박 시장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할 경우 ‘대망론’은 한 여름밤의 꿈처럼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박원순 두 잠룡이 제2의 손학규, 김두관이 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내부에서조차 ‘안철수 의원이 너무 일찍 민주당과 합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라리 신당을 창당해 지방선거를 정면돌파하고 20대 총선전에 민주당과 합당을 했어야 한다는 때 늦은 후회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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