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겨냥한 국세청 세무조사
‘염라대왕’ 조사4국, 역외탈세·페이퍼 컴퍼니 파헤치나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국세청이 국내 최대 연예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18일 강남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에 조사 요원 10여명을 투입해 최근 5년간 회계장부와 매출 증빙자료 등을 확보했다.
국세청은 지난달 SM엔터테인먼트 측이 소속 연예인들의 해외 진출과 관련, 유명 가수 명의로 홍콩 등 조세 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미국·일본 등 해외 공연 수입금을 국내에 신고하지 않고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는 2012년 한 해 매출로 1685억 원을 올렸다. 이 중 62%인 1036억 원를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소속 아이돌 그룹이 한류 돌풍을 일으키며 해외 매출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지만, 이런 해외 매출을 투명하게 관리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여러 차례 있었다.
해외에서 인기 높은 아이돌의 경우 현지인들로 이뤄진 팬클럽의 회비, 티셔츠, 화보 등을 판매한 매출은 보통 수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수입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는 1000만원 단위까지는 세금계산서 없이 현금만 오고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연예 기획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이나 2국에서 한다. 하지만 이번엔 거액 재산가나 법인 등이 수출입 과정에서 돈을 빼돌리거나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두고 거래를 조작해 세금을 빼돌리는 역외 탈세를 집중 단속하는 국제거래조사국과 조사4국이 나섰다.
조사4국은 심층기획조사를 전문으로 한다. 역대 정권에서는 ‘청와대 특면반’ ‘국세청장 직할부대’ 등으로 불리며 ‘국세청의 대검중수부’ 역할을 했다.
조사4국은 또 다른 별명이 있다. 바로 ‘염라대왕’이다. 국세청 세무조사 중 가장 강도 높은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번 걸리면 빠져나가기 쉽지 않기 때문에 기업인들에게 ‘염라대왕’으로 불린다. 조사4국에서 세무조사를 받고 난 기업인 중 상당수가 검찰에 고발되고 구속됐다.
조사4국의 대표적인 수사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몬 태광실업 세무조사, 2007년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2008년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공군 차세대 전투기 사업 세무조사, 2013년 CJ 비자금 수사 등이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역외 탈세 의혹은 사실무근이다. 정기적인 세무조사일 뿐이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적인 세무조사라면 10일 전에 고지를 한 뒤 압수수색을 진행했을 것이다. 특히 조사4국이 움직였다는 것은 누군가의 제보가 있었거나 확실한 혐의를 잡았다는 소리다. 그냥 끝나지 않을 것이다”라며 “현재 국세청 내부에서도 이번 건에 대해서는 함구령이 내려진 상태다”라고 전했다.
한편 대형 연예 기획사가 역외 탈세 혐의로 국세청 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빅뱅과 2NE1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도 2008년 세무조사에서 탈세 혐의가 드러나 28억 원을 추징당했다. 국세청은 2007년과 2012년에도 연예 기획사들을 포함한 업체들에 대해 역외 탈세 혐의를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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