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대학내 女제자 성추행 확산 비상

교수들의 못된 손 이젠 더 이상 못참아

2014-03-24     이지혜 기자

2009년 32건→2013년 69건으로 급증 추세
학교 당국 사건 처리 지연 땐 2차 피해 우려


2011년 강원대 동성간 성추행 발생 ‘충격’
러브샷, 연구실 스킨십…“불쾌해도 참는다”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최근 공주대가 시끄럽다.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형까지 선고받은 교수들이 강의를 계속한 것이 문제였다. 학생들은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학교 측에 대응했다. 시민단체와 학부모들 역시 가세했다. 결국 공주대는 해당 교수들을 직위해제했다. 또한 교육부는 성범죄 교수·강사의 대학 취업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성의 요람으로 불리는 상아탑이 ‘못된 손’에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대학에서 교수에 의해 발생한 성추행 건수(언론보도 기준)는 20건이 넘는다. 피해자는 여학생뿐 아니라 남학생도 있다. [일요서울]에서는 지난해부터 발생한 대학 내 성추행 사건을 분석해 봤다.

대형포털사이트에서 ‘대학 성추행’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사건 기사를 제외하고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보도된 뉴스는 24건이었다. 1달에 최소 1건 이상의 성추행 보도가 있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성추행 논란은 전문대·사립대·국립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일었다. 가장 많은 논란이 있었던 학교는 고려대였다.

“가슴 사진 보내줘
엉덩이에 뽀뽀하고 싶다”

지난 2월 서울대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큰 충격을 줬다. 서울대 음대 성악과 교수 박모(49)씨가 여제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 문자를 보낸 것이 공개된 것이다. 박씨는 A(22·여)씨에게 “사진을 보내 달라”, “가슴 열고 찍어줘”, “엉덩이에 뽀뽀하고 싶어”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으며 자신의 신체 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했다. 또 집에 바래다주겠다며 자신의 차에 태운 뒤 모텔가로 데려가 “경험 있냐”, “없으면 한 번 경험해보겠냐”는 말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충남 공주대 미술교육과에서는 교수 2명이 수년 동안 학과 여학생들을 성추행 한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교수들은 실습시간에 여학생들의 엉덩이를 만지거나 허리를 감싸는 등의 신체접촉을 했으며 노래방에서는 학생들을 끌어안고 춤을 추거나 다리를 더듬었다. 비슷한 시기 충남대 로스쿨 교수는 학회 회식자리에서 여학생의 가슴, 엉덩이를 만지고 자신을 피해 도망가는 피해자를 따라가 손등에 입을 맞추는 등 무려 3명의 여학생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해 3월에는 중부대 고은태 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피해 학생이 자신의 SNS를 통해 “교수님이 ‘다 벗기고 엎드리게 한 뒤 엉덩이는 올리게 해서 때리고 싶다’, ‘오른쪽 세 번째 발가락에 키스하고 싶다’, ‘특정 부위의 벗은 사진을 보내 달라’ 등의 요구를 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인권운동가로 이름을 알린 고 교수가 학생을 상대로 ‘변태적 성희롱’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파문이 일었었다. 그런가하면 제주대에서는 모 교수가 계절학기 중 일을 도와달라며 연구실로 여학생을 부른 뒤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속살도 뽀얗다”고 말하며 학생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 넣는 등 성추행 한 사실이 알려졌다. 또 해당 교수는 학생이 거부하자 “4학년인데 뭐 이것 가지고 그러느냐”며 억지로 껴안은 것으로 드러났다.

5년 동안 269건 남학생도 피해자

이러한 대학 성범죄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09~2013학년도 성범죄관련 현황(전국 107개 4년제 대학)’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대학에서 발생한 성범죄는 무려 269건이나 된다. 연도별로는 2009년 32건에서 2010년 42건, 2011·12년 63건, 2013(8월 기준) 69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2년 5월부터 10월까지 전국 398개 대학 캠퍼스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피해자는 학생인 경우가 가장 많았고, 다음이 교수, 직원 순이었다. 또 피해 내용은 언어적 성희롱과 신체적 성희롱이 가장 많았다. 가해자는 교수와 강사가 압도적이었다.

성범죄의 종류도 다양하다. 위의 사례에서 언급한 것처럼 교수가 여학생을 상대로 직접적인 성추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지만, 스마트폰이나 몰카(몰래카메라) 등을 이용해 학생들의 은밀한 곳을 찍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7월 고려대 교수 A씨는 영화관에서 몰카를 찍은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여학생들의 특정 신체부위를 찍어 보관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또 비슷한 시기 고려대 학생이 같은 과 여학생 19명의 신체 부위를 몰카로 촬영한 사실이 밝혀졌다. 고려대는 연달아 발생한 성추행 사실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가하면 성추행의 피해자가 모두 ‘여학생’에 국한 되는 것은 아니다. ‘남학생’ 역시 대학 내 성추행의 피해자가 된다.
지난해 5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의 여교수가 남학생들에게 수업시간에 옷을 벗고 수업을 들으라고 요구하는 등 남녀학생들에게 성추행을 한 혐의로 해임됐다. 지난 2011년에는 강원대에서 남자 교수가 남학생을 집으로 데려가 성추행을 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빙산의 일각에 불과 성희롱 비일비재”

지성의 전당이라 불리는 대학에서 성추행은 비일비재하다. 술자리나 교수실에서 부적절한 ‘신체접촉’도 자주 이뤄진다. 현재 대학교 4학년인 나모(25·여)씨는 “성희롱을 문제삼았을 때 나에게 올 피해를 생각해서 참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취재진과 만난 나씨는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 외에도 대학 내에서 성희롱이 자주 발생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누구한테 말하면 “네가 너무 민감하다”는 반응이 돌아오고 훗날 취업에 불이익이 될까봐 참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나씨는 “교수님과 친한 학생들끼리 술자리를 가지는 경우가 자주 있다”면서 “그럴 때는 항상 선배들이 여학생을 교수님 옆자리에 앉힌다. 교수님 술잔을 채우는 일도 항상 여학생 담당”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과 같이 게임을 하다가 남자 선배들이 교수님과 여학생 사이에 러브샷, 포옹샷(서로 껴안은 상태로 술을 마시는 것)을 시킨다. 기분이 나쁘지만 분위기를 깰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응한다”며 “술 취한 교수님이 열심히 하라며 어깨나 손을 쓰다듬기도 하는데 심할 때는 기쁨조가 된 기분이 들어서 불쾌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김모(23·여)씨는 “연구실에서 개인 상담할 때 어깨나 손, 또는 얼굴을 쓰다듬는 교수들이 있다”며 “여학생들끼리는 ‘변태’라고 소문난 교수도 있지만 그 교수를 성희롱으로 신고하는 학생은 없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김씨는 “소문이 났을 경우 본인에게 피해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대학 내에서 이런 식의 성희롱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학생이 많은 학과 수업에서는 음담패설을 자주 하는 교수도 있다”며 “해당 수업을 듣는 여학생들은 수치심을 느낀다고 말했다가 비웃음을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 내 성추행 사건에서 가장 처리가 어려운 유형은 교수와 학생의 수직적 관계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또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려 피해자가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하거나, 학교 당국의 사건 조사·처리 지연 등으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인권위 측은 “학내 성희롱·성폭력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학교 당국의 확고한 원칙과 의지, 관련 예산과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여성단체 관계자는 “대학 내에서 성범죄 관련 상담센터나 신고·조사 등의 과정을 제대로 감독하고 운영해야 한다”며 “또 성범죄를 일으킨 교수들에 대해 올바른 조치를 내리고 같은 범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스

성추행 교수를 강단에 세우는 대학
“피해 학생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준다”

제자를 성추행해 법원에서 벌금형까지 받은 교수가 교단으로 돌아온 대학이 논란이 되고 있다.
충남 공주대 미술교육과 교수 A씨 등 2명은 지난해 강의실과 노래방에서 여학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각각 벌금 800만 원과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3월부터 시작한 새 학기에서 전공 4과목을 맡아 다시 교단으로 복귀했다. 피해 학생들과 가해자인 교수들이 사제지간으로 다시 만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에 학생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공주대 총여학생회와 해당 학과 학생 등으로 꾸려진 ‘공주대 미술교육과 성추행·성희롱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세종시에 위치한 교육부 앞에서 “성추행 교수 수업을 즉각 중단시키고 해임하라”는 성명서를 낭독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주대는 “두 교수의 정직 3개월 처분이 끝났고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나 직위해제 등 더 이상의 징계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공주대는 지난 12일 해당 교수들을 직위해제했다. 그러나 여성단체들과 학생들이 “직위해제는 최대 3개월 동안 가능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언제든 복귀가 가능하다”며 해당 교수들의 해임을 요구하자 “두 교수의 자진 사퇴를 종용키로 했다”는 입장을 16일 밝혔다.

충남대 역시 성추행 교수의 복직으로 진통을 겪었다.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지난해 1월 로스쿨 교수 B(50)씨가 회식 뒤 노래방에서 여학생의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아 해임 처분됐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대학 징계위원회에서 해당 교수에 대해 해임이 아닌 정직 처분을 내리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충남대로스쿨학생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법을 교육하는 자가 성폭력을 저질렀다면 교육자로서의 직위를 박탈하는 것이 합당한 처분”이라며 해당 교수의 해임을 촉구했다. 학생회는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가해 교수가 원하면 복직이 가능한 ‘정직’ 처분을 내려 가해 교수를 다시 교단에 서게 하는 것은 피해 학생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일”이라며 “국립대 교수의 성범죄에 미약한 징계를 내린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B교수가 학교 측에 사직서를 제출해 사태가 마무리 되는 것으로 보였으나 며칠 뒤 사직 의사를 철회하면서 재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충남대 측에서 B교수의 사직서 수리를 위해 관계 기관과 협의하는 사이 B교수가 사직 의사 철회를 밝힌 것이다.

충남대는 학생들의 반발에 B교수를 받아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본인 의사 없이 사직서를 수리할 수도 없는 난감한 입장에 놓였으나 결국 B교수를 의원면직 처분했다.
이처럼 성추행 혐의를 받은 교수에 대한 대학 측의 안일한 조치를 두고 비난이 일고 있다. 대학생 이모(22·여)씨는 “법원으로부터 형까지 확정받은 사람을 다시 학교로 부른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여성단체 관계자 역시 “대학 측의 안일한 태도는 성범죄에 대한 경계심을 낮추는 행위가 될 것”이라며 “피해 학생을 또 만들지 않으려면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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