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쫓는 사람들, 단역배우를 만나다
“수입 적고 기회 없어도… 성공하고 싶어요”
1초 출연 위한 경쟁률 400대1… ‘학생 영화도 150대1’
“아르바이트 수입 의존, 미래 불투명 그러나 소중한 시간”
지난 20일 오후 7시30분께 서울 강남역 인근 카페에서 배우 고은총(32)씨를 만났다. 지난 2010년 개봉한 영화 <포화속으로>를 시작으로 배우로서의 삶을 시작했다는 고은총씨는 어릴 적 꿈꿨던 일을 할 수 있어서 매 순간이 소중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갖은 고생 끝에현실이 된 어린 시절 꿈
어린 시절 교회에서 경험해 본 연기는 고은총씨의 꿈이 됐다. 어린 나이에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산다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면서 연기의 매력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고 집안형편이 기울기 시작하면서 꿈을 꿀 여유조차 없었던 것이다. 어려운 집을 돕기 위해 고씨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아르바이트는 물론 건설현장도 나갔다. “그 나이 때 경험해 볼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 같다”는 것이 고씨의 설명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대로 가다가는 꿈꾸는 자리에 가지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늦기 전에 꿈을 이뤄보고자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그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은 2010년 개봉한 영화 <포화속으로>다. 학도병 중 1명으로 출연한 그는 운 좋게 대사도 받았다. “피해” 한마디인 간단한 대사지만 그에게는 처음으로 찾아온 기회였다. <포화속으로>이후 5개 작품에 출연했다. 그가 맡았던 가장 큰 역할은 저예산 장편영화 <두아내>의 남자 주인공 현호 역이다. 비록 영화가 개봉은 못했지만 인터넷과 iptv에서 다운받아 볼 수 있다.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프로필 사진과 이력이 들어있는 서류봉투를 가지고 영화사를 다니며 열심히 발품을 팔아도 야속한 휴대전화는 울리지 않았다. 그는 “오늘도 발품 팔고 왔다”며 “직접 찾아다녀도 출연 기회는 거의 없다. 사실 많은 배우들이 프로필을 제출하기 때문에 아예 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알면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발품을 판다”고 말했다.
“오디션 보게 해주세요”
발품 팔지만 기회 적어
그렇다면 영화 출연의 기회는 어떻게 오는 것일까. 고씨는 “지인 소개를 통해 오디션 기회를 얻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연출 스태프들이 영화 촬영에 들어간다는 정보를 접하면 관련 지인들에게 오디션을 종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오디션 기회를 얻어도 경쟁률이 높아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한 장면에 출연하는 역할은 경쟁률이 400대1이다. 상업영화가 아닌 대학생 졸업 작품 출연 경쟁률도 150대1을 기록한다.
그렇다면 생활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배우 일만 하고 있느는 질문에 고씨는 “이 일에만 올인하면 굶어 죽어요”라고 대답했다. 가장 많이 받은 출연료가 100만 원 넘게 받은 것이지만 그것도 3개월 동안 일해서 받은 것이었다. 적게 받을 때는 “사회 초년생의 1/3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그는 아르바이트에 생계를 의탁하고 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도 많이 없다. 출연 기회가 오면 무조건 달려가다 보니 고정적인 일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로 일급을 주는 아르바이트를 찾아서 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없을까. 이 질문에 고씨는 “답이 없는 문제”라며 “나이가 차면 찰수록 불안감은 어쩔 수 없이 커지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 때문에 놓을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배우를 해서 좋은 일도 많다”며 “배우가 행복해서 아르바이트 하면서도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인간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는 고씨. 그는 “주변에서 도움을 준 사람들이 너무 많다. 꼭 성공해서 주변 사람들을 챙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jhooks@ilyoseoul.co.kr
연출자가 본 단역배우 “하루에 몇 백 명 프로필 받기도…”
연출자가 본 단역배우는 어떨까. 영화 현장에서 연출팀으로 일하고 있는 김솔비씨에게 단역배우 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