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길 내조정치’ 선거판 흔든다
김한길-최명길 지방선거 몸값 급상승
기초단체장 ‘무공천’ ‘양길과 사진찍자’ 쇄도
지난해 5월4일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는 민주당 전당대회에 파랑 원피스에 노랑 재킷을 입은 최명길씨가 등장했다. 맨 앞줄에 앉은 최씨는 단연 돋보였다. 최씨는 당시 김성령, 황신혜 등 여배우들과 함께 전당대회장을 찾아 당원·대의원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결국 최씨의 내조(?)덕분인지 김 대표는 비주류임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 최고위원에 당선됐고 행사장 참석자 중에서 ‘진정한 1위는 최명길’이라는 우스갯소리마저 흘러나왔다.
최씨가 선거에 나서 김 대표의 승리에 도움을 준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 대표가 2001년 전략공천으로 민주당 구로을 지역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나설 때도 마찬가지였다. 최씨는 김 대표와 함께 각종 지역모임에 참석했고 혈혈단신으로 선거구내 위치한 대중목욕탕을 집중 방문해 주부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물론 김 대표가 당선됐고 최씨로 인해 ‘목욕탕 선거’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이후 김 대표가 18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19대 총선에서 뱃지를 다시 달 때도 그 옆에는 최씨가 굳건하게 버티고 있어 가능했다.
‘비주류’ 대표로서 당안팎에서 설움을 겪던 김 대표에게 최씨의 내조는 든든한 힘이었다. 올해 초 설을 맞이해 김 대표는 당 지도부 대신 최씨와 함께 전국 세배투어를 가졌다. 부부가 한복을 차려 입고 인사하는 세배 동영상도 인터넷으로 공개해 화제가 됐다. 당 지도부가 아닌 부인을 대동해 전국 순회를 했다는 점에서 일견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최씨가 가는 곳에 대중들의 높은 관심이 쏟아지면서 잦아들었다.
‘최명길의 남자’를 자처하는 김 대표 역시 3월2일 정치적 인생에 일대 전환를 맞이했다. 차기 유력한 대권 주자인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위원장과 전격 합당선언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이후 언론에서는 ‘안철수-김한길’ 두 인사의 회동 사진이 연일 1면을 장식하면서 정국을 반전시키고 당내 입지를 강화시키는 데 커다란 효과를 봤다. 또한 야권 결집도도 높아져 정당 지지율이 새누리당 턱밑까지 추격해 지방선거에 대한 자신감도 붙었다.
특히 김 대표와 부인 최씨의 몸값이 더 상승할 수밖에 없다. 바로 6.4 지방선거가 코 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미 ‘톱 탤런트’로서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최씨와 안철수 위원장과 함께 정국을 누비며 인지도를 쌓고 있는 김 대표다. 여기에 기초단체장 무공천 결정이 최씨와 김 대표의 몸값을 제대로 올리고 있다.
야권 후보는 ‘무공천’이란 명분하에 기호 2번을 달지 않고 선거 운동을 해야 한다. 신인 후보들에겐 아킬레스건과 다름없다. 결국 기호1번을 달고 뛰는 새누리당 후보에 맞서 야권 통합후보임을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중 하나가 통합신당 상징인 안철수 위원장과 김한길 대표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다. 특히 김 대표와 최명길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선거에 활용할 경우 통합신당 후보를 제대로 홍보할 수 있는 최대의 수단인 셈이다.
이에 안산 시장에 출마하는 제종길 전 국회의원은 최근 자신의 출판기념회 때 김 대표가 일정 탓으로 불참하자 부인인 최씨의 참석을 요청했다. 최씨는 당시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 김영환 의원 등 당 중진 인사들과 나란히 첫줄에 앉아 참석했다. 최씨의 개인 일정을 매니저가 아닌 당 대표실에서 관리하는 배경이다. 최씨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전국을 돌며 신당 창당대회를 열고 있는 안철수, 김한길 두 인사 역시 마찬가지다. 두 인사와 사진을 찍는 게 사실상 ‘기호2번’ 효과를 볼 수 있어 예비후보자들간에 사진촬영을 위해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하는 후보자들 사이에선 ‘왜 당을 만들었냐’부터 ‘지방선거가 대선 예비선거로 전락했다’는 등 당보다 인물 중심으로 흘러가는 데 곱지 않은 시선도 보내고 있다. 이래저래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올수록 김 대표와 최씨 그리고 안 위원장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오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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