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당권·국회의장’ 딜레마

이러지도 저러지도…서청원 ‘靑 결정, 그것이 알고 싶다’

2014-03-17     박형남 기자

 

박근혜-김무성 '청와대 회동설'…박-김 해빙무드
청와대 핵심 관계자 “서청원 꺼리는 분위기…김무성 OK”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의 향후 정치 행보가 여권 권력구도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당권-국회의장 도전설에 대해 “당권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친박 주류에서는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서 서 의원이 당권에 도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와 당내에서는 서 의원의 당권 도전에 대한 반대 기류가 흐르고 있다. 또 박근혜-김무성 청와대 회동설이 퍼지면서 박 대통령과 김 의원의 관계가 회복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서 의원으로서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청와대의 오락가락 행보’에 향후 정치적 스탠스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서라면 당권에 도전해야 한다. 반면 자기정치를 위해서는 국회의장 도전이 무난하다. 그러나 국회의장조차도 여의치않다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의 오락가락 행보에 향후 행보가 불투명해진 서 의원의 고민 막후를 따라가 봤다.

“서청원 의원이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 새누리당 내부에서 부쩍 나오는 말이다. 원내대표에 이완구 추대론이 불거지면서 감지된다. 정치권에서 늘 나오는 ‘지역안배론’을 대입해보면 충청권 독식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특히 서 의원 등 친박 인사들은 3월 초 모임을 가졌을 때 “친박 핵심 의원이 이 의원을 향해 ‘꽃가마로 모십니다’라며 원내대표 추대론을 띄웠다”고 전해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충청 독식 논란으로 서 의원의 당권 도전이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게다가 청와대와 새누리당 안에서 서 의원에 대한 ‘당권 불가론’에 대한 갖가지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왜 이러한 얘기가 나오는 것일까.
우선 서 의원의 강력한 경쟁자인 김무성 의원과 박근혜 대통령 간의 회동설이 불거지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당내와 청와대에서는 지난 2월 말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 의원과의 독대를 통해 당권에 대해 구체적인 얘기를 나눴을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박 대통령, 청와대에서 서청원 이어 김무성과…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에서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회동설’이 불거졌다는 것만으로 만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세종시 문제 등으로 박 대통령과 김 의원이 결별했다. 지난 대선에선 정권 창출 하에 한 배를 탔을 뿐 큰 역할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김 의원과 박 대통령이 회동했다는 것은 두 사람 간에 해빙무드가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청와대에서 서 의원과 지난 1월 회동을 한 뒤 김 의원과 회동을 한 것은 청와대에서 당권 후보를 낙점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의 오락가락한 행보에 서 의원도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청와대에서 낙점하지 않았고 정확한 의중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본인은 의장을 가고 싶지만 분위기는 당대표 도전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박근혜-김무성 회동설’이 불거진 이후 청와대 내 기류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사석에서 “청와대에서도 서 의원이 당권 도전하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은 서 의원의 과거 전력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때 대기업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이른바 ‘차떼기’ 사건에 연루됐고, 2008년에는 불법정치자금 문제로 징역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0월 재보선에 출마한 서 의원은 야당으로부터 ‘비리 정치인’이라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결국 야당의 주공격 대상이었던 소재가 지금은 당권 도전을 하는 데 있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지방선거는 원내대표가 ‘얼굴마담’으로 나서 선거를 치르지만 지방선거와 20대 총선은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대표가 ‘얼굴마담’이 된다. 서 의원이 당권을 장악하게 되면 ‘비리정당’이라는 오명과 함께 야당에 공격소스를 제공해주는 꼴이 된다. 야권은 ‘새정치’라는 틀 아래 안철수 의원 등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반면 비리정치인들은 거의 배제하는 분위기에서 7월 재보선과 20대 총선을 치르게 되면 여권이 패배할 수밖에 없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당’에다 ‘비리 정당’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청와대에서도 이 점을 고려하고 있는 듯하다. 당장 지방선거에는 이길 수 있을지 몰라도 7월 재보선과 20대 총선에선 서 의원이 당권을 잡는 것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레임덕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 의원은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며 고심하고 있다. 이에 그의 측근들도 잔뜩 몸이 달아오른 상태다. 당권이냐, 국회의장이냐를 놓고 주변에 자문을 구하고 있을 정도다.

이에 대해 서 의원 측 핵심관계자는 “서 의원이 당권 도전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밝히면서 “실제로 자문을 구한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해 서 의원에게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서 의원도 ‘다행이구만’이라고 답변했다. 3김 시대 청산 이후 서 의원만한 인물이 없을 뿐 아니라 대야관계, 계파청산 등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비리전력이 당권행보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서 의원이 직접 돈을 받은 것은 없지 않느냐”며 “주변에서 벌어져 책임자로서 책임을 진 것일 뿐이다. 이에 대해서만큼은 억울하다”고 반문했다.

당권 방점 찍었지만…“원로로서의 역할” 주문도

그러나 당권 쪽으로 점점 굳어져 가고 있는 서 의원의 ‘단꿈’은 박 대통령의 아리송한 행보 때문에 딜레마에 빠져 있는 형국이다.

서 의원 측근들은 당권에 방점을 찍고 조직 구축과 세 확장을 위해 움직였다. 당권 도전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청와대에서는 이렇다 할 언질을 주지 않고 있다. 청와대에서 정확한 OK사인을 주지 않아 당권-국회의장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셈이다.

서 의원 측에서 당권도전에 방점을 찍고 있으면서도 공개적으로 당권도전 의사를 밝히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로 인해 최근 들어 새누리당 내에서는 서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서라면 당권도전이 맞지만 ‘OK사인’이 없는 이상 명예회복 차원에서 국회의장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당내에서도 ‘서청원 국회의장 카드’가 제격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서 의원이 당권을 잡으면 정당운영의 폭이 줄어들지만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으로 선회하면 당도 부담을 덜게 된다. 당적을 버리기 때문”이라며 “야당에서 반발할 수 있으나 선거경력으로 인해 생긴 전력인 만큼 국회의장으로 가는 데 큰 부담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국회의장’보다는 당의 원로로서 남아 후견인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여론도 적지 않다. 더구나 국회의장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투표로 선출된다. 그런데 당내 인사들의 비토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황우여 대표와 정의화 부의장 등에게도 밀릴 수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런 여론이 형성된 배경에는 서 의원의 과거전력이 문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놓인 서 의원으로서는 당권이냐, 국회의장이냐, 아니면 원로인사로서 남느냐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서 의원으로선 당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을 경우 향후 행보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하다. 서 의원이 딜레마에 빠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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