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파일]SBS ‘짝’ 촬영 중 20대 女 스스로 목숨 끊어
“너무 힘들어, 삶에 의욕 없어요”
[일요서울 | 이지혜 기자]
“너무 힘들어. 삶에 의욕이 없어요. 정말 미안해.”
예능프로그램 촬영 중이던 20대 여성이 숙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제주 서귀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2시10분께 제주 서귀포시 하예동 촬영 숙소 방안 화장실에서 A(29·여)씨가 목을 맨 채 발견됐다. A씨는 헤어드라이기 전선을 샤워기 꼭지에 묶은 채 목을 맸으며, 발견 즉시 병원으로 옮겼지만 사망했다.
화장실에서는 “엄마, 아빠 미안해. 나 너무 힘들었어. 살고 싶은 생각도 이제 없어요. 짝이 되고 안되고가 아니라 삶에 의욕이 없어요. 고마웠어. 정말 미안해” 등의 내용이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
A씨는 지난달 27일부터 SBS 예능 프로그램 ‘짝’에 출연 중이었다.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목숨을 끊자 사망 원인에 대한 누리꾼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A씨의 지인이 A씨와 나눈 모바일 대화 내역을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다.
공개된 대화내용에서 A씨는 “같은 기수 출연자들도 내가 제일 타격이 클 것 같대”, “표정 관리 안 되고 카메라는 날 잡고 진짜 짜증났어”, “얼른 집에 가고 싶어” 등의 말을 친구에게 건넸다. A씨의 친구 B(30)씨는 “친구가 방송 출연에 부담을 느껴 출연 자체를 고사하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제작진 측에서 중도에 나가는 건 어렵다고 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A씨의 사망원인이 제작진의 강압적 연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거기에 짝 남성 출연자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 출연자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의심은 더욱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일 경향신문은 한 여성 출연자의 어머니 C씨가 “딸이 촬영장에서 성희롱에 가까운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매체에 따르면 C씨는 카메라가 없을 때 남성 출연자가 딸의 치마를 들췄으며, 욕실에서 샤워하고 있는데 제작진이 ‘촬영을 하겠다’며 문을 열려고 했다고 밝혔다. C씨는 “딸과 상담을 한 의사가 촬영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며 “애정촌에서 불안감에 밤에 잠도 못 잤다고 했다. 당시 겪었던 일을 일기로 적어놔 읽어봤는데 정말 성희롱 또는 성폭행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일을 겪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A씨의 사망원인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출연자와 제작진을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SBS측은 지난 7일 해당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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