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위해선 당 이미지부터 바꿔라

2004-12-30     홍성철 
한나라당이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당명 개정을 포함해 전면적인 체제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신당 창당에 버금가는 대변신을 모색하고 있는 배경에는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이 자리잡고 있다. 잇단 대선 패배 경험에 비춰볼 때 수구·부패 이미지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다면 차기 대권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제2의 창당’ 작업과 맞물려 차기 대권정국을 겨냥한 이른바 ‘2007년 대권 마스터플랜’을 물밑 가동시키고 있는 것도 이러한 위기감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또 이러한 대권 플랜은 당내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여의도연구소가 진두지휘하고 있다.10여년간 한나라당의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해 온 여의도연구소의 역할 및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다. 17대 국회부터 적용되는 개정 정당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정책연구소를 운영하도록 돼 있고 국고보조금도 30%나 강제 할당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향후 1년간 지급받게 될 114억여원의 국고보조금 중 38억원 이상을 의무적으로 여의도연구소에 투입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여의도연구소에 석·박사급 고급인력을 대거 배치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도 연구소의 높아진 위상과 무관치 않다.연구소는 지난 10월8일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석·박사급 연구인력 16명을 선발하는 동시에 정책개발실과 정책기획실 등 2실 산하에 정치 행정, 경제1, 경제2, 사회 문화, 통일안보, 정책기획, 정책홍보, 조사분석 등 8개팀 체제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새로 선발된 연구인력은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의 젊은층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의 역할이 중장기 정책개발 및 전략기획업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나라당의 취약층인 젊은층 공략과 차기 대선구도를 겨냥한 인선으로 해석된다.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지도부도 당내 막강 브레인들로 채워졌다. 박근혜 대표의 핵심 측근인 박세일 의원이 소장을 맡고 있고, 소장파 리더격인 박형준·박재완 의원이 부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박 대표를 비롯해 김형오 사무총장, 이한구 정책위의장, 유승민 제3정조위원장, 박진 국제위원장 등 핵심당직자들이 대거 이사진에 포진해 있다. 지도부와 실무진 면면만 보더라도 연구소의 강화된 입지와 파워를 쉽게 짐작케 한다.연구소는 향후 정책입안 과정부터 당 정책조정위와 전략기획위원회, 홍보위원회 등과 긴밀한 협력체제하에서 당장의 현안보다는 중장기적 플랜에 집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당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2007년 대권 마스터플랜’도 연구소의 이러한 중장기 플랜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특히 정치권 관계자들은 제도적 장치에 근거한 막대한 재정과 인적 인프라를 감안하면 새롭게 재정비된 여의도연구소는 정책연구 등 형식적인 업무에 그치지 않고 대권 마스터플랜 등 거시적인 당 발전계획 및 비전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이와관련, 한나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여의도연구소 재정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연구소는 향후 대권플랜 입안 등 업그레이드 된 ‘싱크탱크’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한나라당의 최대 지상과제가 정권교체인 만큼 연구소 핵심 멤버들은 이미 거시적인 대권플랜을 마련하고 지도부와의 교감속에 이를 물밑 추진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거시적인 대권플랜은 다름아닌 하드웨어 중심의 외형다지기 전략. 즉 인물 중심의 소프트웨어 띄우기 전략은 아직 시기상조인 만큼 수구·부패정당 이미지를 탈피하고 민생·정책 정당으로 거듭나는 변화와 개혁을 강도높게 추진한다는 게 골자다. 이는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신 이회창 전총재의 쓴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아직도 차기 대선까지는 3년여 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지금은 인물 보다는 당 이미지 개선과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는 하드웨어 다지기에 몰두하는 대권플랜을 가동시키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드웨어를 완벽히 구축해 놓은 다음 소프트웨어(대선후보) 띄우기는 대선 1년전쯤 본격적으로 가동시키겠다는 전략. 특히 이러한 전략은 당내 차기주자들간의 조기 대권 경쟁으로 인한 갈등과 출혈을 예방하는 동시에 일관적인 대여 견제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다목적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의도연구소는 또 이러한 거시적인 대권 플랜 외에도 DJ(김대중 전대통령) 정부의 대권플랜을 벤치마킹해 호남공략 방안, 대안론 카드 등 보다 구체적인 플랜도 물밑 가동시키고 있다. 전국 표심 동향을 철저히 분석한 다음 냉철한 판단으로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게 DJ정부 대권플랜 벤치마킹론의 골자다. 객관적으로 드러난 차기 주자들의 장단점을 바탕으로 인정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당선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것.연구소측은 지난 2002년 3월에 실시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기본 모델로 삼고 있다. 당시 DJ정부는 ‘이인제 대세론’과 DJ의 적자인 ‘한화갑 카드’ 대신 영남 출신의 노무현 후보를 물밑 지원해 정권재창출에 성공했다. 물론 이러한 논리는 결과론에 입각한 것이고, ‘DJ정부의 노무현 후보 지원 의혹’ 또한 소문만 무성할 뿐 아직까지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연구소측은 이러한 의혹에 대한 진실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지원해야 한다는 교감은 당시 DJ정권 핵심부에서 이뤄졌을 개연성이 높은 만큼 이러한 예리한 판단과 냉철한 선택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현재 수면위로 부상한 차기 주자들 외에 대안론 차원에서 경쟁력 있는 제3의 인물을 미리 미리 물색해 놔야 한다는 주장도 이러한 논리와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여권에서도 대안론 1순위로 꼽고 있는 ‘고건 카드’와 관련해서는 한나라당 핵심 계보에서 심도깊게 논의되고 있다는 후문이다.각종 여론조사 결과 여야 현역 잠룡들보다 경쟁력과 당선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고 전총리를 영입,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내세운다면 ‘정권교체’라는 대업을 성사시킬 수 있다는게 일부 핵심 계보의 분석이다.

호남공략 방안은 두 차례의 대선 패배 경험이 말해주듯이 특정 지역(영남권)만을 토대로 해서는 집권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특히 불모지나 다름없는 호남권에서 일정한 지지율을 끌어 올리지 못한다면 차기 대권도 물건너 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어 있다. 한나라당이 호남공략을 위한 중장기적 전략을 수립,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차기 대권을 겨냥한 전략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로 박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호남 민생투어에 발벗고 나서고 있고, 당내 지역화합발전특위(정의화 위원장)를 주축으로 호남고속철 조기착공을 적극 지원하는 등 호남권에 각별한 애정을 쏟아붓고 있다.여기에 여의도연구소는 11월12일 조직개편 이후 첫 단합대회를 호남지역(전북 부안군 변산반도)에서 가졌다. ‘정권교체’라는 대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호남민심을 끌어안고 가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고육책과 연구소가 추진하고 있는 대권 마스터플랜 전략이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