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4년간 등록금은 스스로 해결하자"

건국대 김학년씨, 10가지 장학금으로 총 3,500만원 받아

2014-03-03     오두환 기자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대학이 자체 운영하는 각종 장학금에다 국가장학금 제도까지 도입되면서 대학 재학 4년 동안 24차례 장학금을 받고 졸업한 ‘장학금 왕’ 대학생이 나왔다.

지난달 말 건국대 학위수여식에서 공과대학 환경공학과를 졸업한 김학년(27)씨는 학업성적 우수 학생 장학금에다 가정형편을 배려한 국가장학금 등을 합쳐 대학 8학기 동안 매 학기 장학금을 받아 4년간 총 24회에 총 3,500만원의 장학금을 받고 졸업했다. 김씨는 졸업할 때에도 공과대학 학장상을 받았다.

김씨가 대학 재학동안 1번 이상 받아본 장학금은 단순 종류로만 10가지. 성적에 따라 등록금의 40%~100%까지 면제하는 건국대의 성적장학금인 성, 신, 의 장학금 3종류와 어학프로그램 무료 수강기회를 주는 외국어특별장학, 15일간 해외현장체험 기회를 주는 해외탐방장학, 가정형편이 어려운 기숙사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쿨하우스 장학’, 근로장학, 경제사정이 어려운 학생을 대상으로 한 건국나눔장학 등 교내장학 8가지와 국가장학 I유형과 II유형 등 2가지다.

2007년 대학에 입학한 김씨는 “대학 4년간 등록금은 스스로 해결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해 학업에 매진했다. 우유배달과 신문보급소를 운영하며 새벽부터 일하시는 부모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일찌감치 ‘장학금’에 도전했다. 김씨는 “새벽부터 힘들게 일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대학 등록금은 부모님께 기대지 않고 스스로 해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누구보다 열심히 사시는 부모님에게 학비 부담만큼은 덜어 드리려고 1학년 때부터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학 1,2학년 때는 우수한 성적으로 등록금의 70%를 충당하고 모자라는 나머지 100만원 안팎은 부모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군 복무 후 2012년 복학한 후 소득분위에 따라 일정액의 등록금을 지원하는 국가장학금이 도입되면서 3학년부터는 4학년까지는 학교의 성적장학금과 국가장학금을 동시에 받아 4학기 내내 등록금 전액을 충당했다. 3학년 때는 2학기 모두 한국장학재단이 소득분위에 따라 지급하는 국가장학I과 대학의 장학금 지원과 매칭해 지원하는 국가장학II, 우수한 성적으로 받는 학교의 성적장학, 건국대 기숙사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지원하는 ‘쿨하우스(KU L:House) 장학금’ 등을 합쳐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았다. 건국대 언어교육원이 지원하는 ‘외국어 특별 장학금’으로는 토익과 영어회화 등을 무료로 공부했다.

4학년 때도 국가장학I, II와 등록금 70%를 지원받는 성적장학,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지원하는 학교 자체의 ‘건국나눔장학’을 결합해 등록금 부담 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 게다가 건국대가 기부금으로 학생들이 해외탐방 경비 500여만 원을 전액 지원하는 ‘닥터 정 해외탐방프로그램’ 장학금을 받아 방학 동안 영국, 프랑스, 스위스 등 서유럽을 15일 동안 탐방하기도 했다. 덤으로 교내 도서관에서 도서정리를 하는 근로장학을 통해 한 학기 150여만 원 정도의 도서비와 생활비까지 장학금으로 충당할 수 있었다.

이처럼 한 번도 받기 힘든 장학금을 ‘원샷’도 아닌 다양한 형태로 지원받을 수 있게 된 것은 국가장학금제도 도입 때문이다. 김씨는 “성적우수 장학금만으로 등록금을 100% 면제받으려면 1∼4학년 통틀어 과에서 1등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며 “국가장학금 제도가 생긴 이후에는 평점 3.5 이상의 성적만 유지해도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3학년 때는 모든 과목 A플러스를 받을 정도로 학업성적도 우수했다. 그는 수업에 집중하고 복습을 미루지 않는다는 원칙을 4년 내내 지켰다.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궁금한 것은 교수들에게 질문도 많이 한다. 이 비결만으로 그는 7학기 동안 성적우수 장학금을 탈 수 있었다.

아울러 학교 홈페이지나 캠퍼스에 걸린 플래카드 등 정보를 꼼꼼히 수집하는 것도 24차례 각종 장학 혜택을 놓치지 않는 데 한몫했다. 김씨는 “대학 생활에서 도움이 되는 정보는 누가 떠먹여 주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찾아야 한다”며 “장학금을 돈으로 주지는 않지만 교육프로그램을 무료로 수강하거나 해외탐방을 무료로 할 수 있는 장학 프로그램들이 대학에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김씨가 장학금을 받은 ‘닥터 정 해외탐방프로그램’은 정건수 건국대 총동문회장이 모교 학생들의 해외 경험 확대를 위해 매년 1억 원을 기부해 이뤄지고 있으며 지난 여름방학 2기 학생 20명이 서유럽 4개국 해외탐방을 다녀왔다.

무려 24차례나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생활을 마친 김씨의 꿈은 전공을 살린 상하수도 설계 전문가다. 해외탐방 장학금으로 해외를 가보니 서유럽국가들은 원수에 석회질이 많고, 수돗물을 충분히 마실 수 있는 정도까지 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당시 그는 해단식에서 “우리나라의 상수 처리에 상당히 좋고 충분한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내가 희망하는 진로인 상하수도 처리, 관리 분야로 나아가게 된다면 좀 더 자긍심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수자원공사나 환경 관련 기업에 입사해 깨끗한 물을 많은 사람이 공급받을 수 있도록 상하수도 계획과 설계에 관한 일을 하고 싶다”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에도 선진 기술을 전파하는 게 꿈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재학 중 수질환경기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김영은 건국대 장학복지팀장은 “김씨의 경우 국가장학금 제도가 생기면서 전액 장학을 못 받는 학기에도 국가장학금을 통해 등록금 전액을 충당할 수 있었다”며 “국가장학제도와 대학 자체 교내장학금이 효율적으로 결합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장학금 조합과 운영이 가능해져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지원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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