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알뜰폰 사업 골목상권 침해 논란
중소기업 터 닦았는데 무임승차 하다니…
먹을거리 뺏기 지적 이어 AS·단말기 수급 문제 대두
우체국 측 “유통망 권한 없어…미래부와 얘기할 사안”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우정사업본부(본부장 김준호·이하 우체국)의 알뜰폰 수탁판매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에 따른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AS, 단말기 수급 개선 문제 등이다. 대형 유통기업들이 우체국 유통망 개방 요구를 시작하면서 기존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던 중소업체들의 유통망을 뺏길 위험에 처한 것이다. 이에 중소업체들이 닦아놓은 사업장을 대기업이 차지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지만 우체국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또 AS와 단말기 수급 관련 문제 대책을 더욱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알뜰폰(MVNO)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우체국이 그에 따른 문제들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알뜰폰 가입자는 지난해 9월 우체국 수탁판매 시작 후 1년 새 두 배가량 증가해 248만 명을 기록했다. 그 중 우체국 알뜰폰 가입자만 4만 명을 차지한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6개 중소 알뜰폰 사업자에만 전국 우체국에서 알뜰폰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우체국 수탁판매에 참여한 6개 알뜰폰 사업자인 스페이스네트와 에넥스텔레콤, 유니컴즈 등의 번호이동 가입자도 급증했다.
스페이스네트는 지난해 9월에만 번호이동 가입자 8천897명을 확보했고, 그 후로도 매달 3천명 이상의 가입자를 늘렸다. 그 외 나머지 사업자들도 지난해 전체 번호이동 가입자의 50% 이상을 9월 이후에 확보했다. 우체국 수탁판매가 중소업체들에게 ‘살 길’이 된 셈이다.
그런데 대형 유통기업들도 우체국 유통망을 향한 개방 요구를 시작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대기업들 개방 요구 과점체제로 변질될 우려
중소사업자들에게 있어서 마지막 보루나 다름없는 우체국 유통망을 대기업에게 뺏기면 알뜰폰 시장마저 대기업 위주의 과점체제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 과거 이동통신 시장에 6개 이상의 사업자가 참여했지만 현재 3개 사업자만이 남은 과점체제로 재편된 바 있어 이런 우려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미 알뜰폰 시장은 사실상 대기업 위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한국통신사업자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은 번호이동 가입자를 확보한 알뜰폰 회사는 CJ그룹 계열사인 CJ헬로비전이다.
CJ헬로비전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지 1년 만에 스페이스네트를 누르고 업계 1위로 올랐다. SK텔레콤 자회사인 SK텔링크 역시 사업 시작 1년 만에 업계 2위로 올라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 알뜰폰 사업자는 대형 이동통신사와 다름없다”며 “보조금과 약정할인 등을 제공하고, 수백 개의 유통망, 단말기도 다양하게 구비해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중소업체들이 닦아 놓은 터에 뒤늦게 뛰어든 재벌 계열사들이 이를 뺏고 있다는 비난도 등장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알뜰폰 사업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AS나 고객센터 이용 방법을 모르거나 불친절한 서비스에 대한 불편을 겪고 있는 가입자들도 많다. 또 단말기 조기품절 문제도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인기가 많은 단말기의 경우 물량이 조기 품절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체국 측은 “수탁업무만을 맡고 있다”며 “골목상권 침해 문제는 미래부와 얘기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AS 등과 관련된 문제에 관해서는 “인력 증원과 알뜰폰 교환 주기를 당기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